[오피니언] 예술 애호가 = 예술충? [문화 전반]

예술을 옹호하는 사이 나도 모르게 혐오 표현의 표적이 되었다
글 입력 2022.11.19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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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충이란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본래 예술충은 예술가 중 예술을 핑계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불쾌감을 주는 이들을 비난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였다. 도의적으로 맞지 않은 일을 예술이라는 타이틀로 포장하는 예술가들을 칭한 단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예술충의 의미가 예술을 옹호하는 사람이거나 마이너(minor)한 감성을 지닌 이들까지 포함하는 의미로 확장이 되어 가고 있는 점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검색 엔진창에 예술충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결과가 ‘예술충 빙고’ 자료이다. 아래 사진이예술충 빙고인데, 그 어느 칸에서도 앞서 언급한 비도덕적 예술가를 칭하는 듯한 칸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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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의 확산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예술충의 뜻이 부정적으로 확장되었다는 증거이다.

 

특정 영화와 음악 장르를 애호하는 점,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주관적인 의견 등이 예술충에 속한다는 논리는 너무나 터무니없는 흐름이다. 개인의 취향과 취미는 결코 혐오 표현의 표적이 될 수 없다. 순수하게 예술을 옹호하는 자들이 그 자체로 남에게 피해를 준 적이 있는가?

 

-충은 생산성이 높은 혐오 표현이다. 원래는 특수한 상황에서 드물게 만들어지곤 했던 단어지만 지금은 다양한 상황과 의미를 담고 자주 생성되고 있는 혐오단어이다. -충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특정 단어를 다양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과 같은데, 예컨대 ‘맘충’이란 단어가 본래 특정 아기 엄마들을 향한 혐오 표현이었다면, 단어의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공공장소에 아기를 데려오는 평범한 아기 엄마들까지 내포해 버리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예술충도 맘충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무뇌충, 일베충과 같이 초기에 생겨난 -충 단어들은 일반적으로 불쾌감을 느끼는 단어와 결합한 경우이다. 하지만 예술과 맘(mom)은 부정적인 의미나 불쾌감을 주는 행위보단 중립적인 느낌에 가깝다. 이런 중립성을 갖춘 단어가 접미사 -충과 결합한다면 예술을 하는 사람들과 평범한 모든 엄마들을 모두 포함하여 폄하하는 경향으로 흘러가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혐오에 가까워지는 지름길인 이분법적인 사고에 중독되고, 남들과 다른 노선을 걷는 이들을 향한혐오 표현도 적극적으로 생성되는 요즘이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과도하게 과열되고, 서로를 혐오하는 것에 중독이 된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결코 혐오 표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나오는혐오 표현에 맞서기 위해, 우린 더 많은 올바른 표현과 함께 싸워야 할 것이며 비판적인 사고와 함께 이를 여과할 수 있는 자세를 키워야 할 것이다.

 

 

[김윤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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