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집에 사는 사람이 나를 죽이려고 했다 [영화]

현실적으로 그려낸 모녀관계의 상처
글 입력 2022.11.21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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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복사본.jpg

 

 

“엄마 왜 나를 죽이려고 했어?”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이정’과 그의 엄마 ‘수경’을 가리키는 말이다. 모녀는 속옷을 공유한다. 아니, 정확히는 ‘이정’은 자신만의 속옷을 가지고 있지 않아 엄마 ‘수경’의 속옷을 입는다.


속옷이라는 물건은 그 어떤 소유물보다 사람의 몸 가장 안쪽에 자리한다. 살갗에 직접 닿기 때문에, 자신 외에 타인의 속옷을 보거나 접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같이 사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가족과 다퉈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타인에게는 쉬운 친절이 매일 보는 가족에게는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수경’은 집 밖에서는 쾌활하고 웃음이 많은 사람이다. ‘수경’은 ‘종열’에게는 사랑스러운 연인이며, 친구 ‘연경’에게는 툴툴대고 제멋대로이지만 다정한 친구이다. 수경이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그의 딸 ‘이정’으로 하여금 엄마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조차도 외로운 과정임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수경’은 집에만 돌아오면 ‘이정’에게 하루의 피로를 풀어낸다. 직장에서의 피로감, 차마 지인 앞에서는 티내지 못했던 딸에 대한 분노를 쏟아낸다. 종종 그 방식은 물리적 폭력으로 나타난다. ‘이정’은 익숙하게 방어자세를 취하고, ‘수경’ 역시 무차별적인 주먹질을 한다.


영화의 주요 사건은 두 모녀가 차 안에서 다투다가 ‘이정’이 밖으로 나가버리자 곧바로 ‘수경’의 차가 ‘이정’을 향해 돌진한 사고이다. ‘수경’은 급발진 사고라 주장하지만, ‘이정’은 그것이 ‘수경’의 고의라고 굳게 믿는다. 사건은 보험사와 ‘수경’의 소송으로 이어지고, ‘이정’은 보험사측 증인으로 법원에 출석한다.


14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스크린에 사로잡힌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이 영화의 결말은 무엇일까, 인물들은 끝에 어떤 상황을 마주할까가 궁금해서였다.

 

마침내 두 사람은 자동차 사고에 대해 입을 연다. 자신을 왜 죽이려 했냐는 ‘이정’의 물음에 ‘수경’은 그렇지 않았노라 답한다. 그리고 반문한다.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고. ‘이정’은 ‘수경’이 자주 자신에게 죽여버릴 거라 말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둘은 서로에게 너무도 익숙한 적대자였던 것이다.


영화 후반부에 ‘수경’은 ‘이정’으로부터 딸을 사랑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수경’은 큰소리 내어 웃다 이내 얼굴이 굳어진다. 질문에 대한 대답을 ‘수경’은 소리 내어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짐작할 수 있다. 그조차에게도 너무나 어려운 질문일 것이다.


엄마와 딸에 대한 극의 묘사가 최근 들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모녀관계는 가족 내에 어떤 관계보다도 밀접하면서, 또 그 밀접함으로 인해 갈등을 빚는 복합적인 관계다. 너무 가까워서 서로를 찔렀을 때 가장 상처가 심한 관계가 모녀관계라고 생각한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2시간 넘게 모녀갈등을 극단적으로 묘사한다. 지나치고, 자극적인데도 어딘가 평범하고, 공감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은 이것이 비단 예외적인 관계만을 표현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홍가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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