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청춘이 들려주는 우리의 옛 소리 - 'ㅊㅊ-하다 페스티벌' 기악 편

글 입력 2022.11.1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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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악 공연 포스터.png

 

 

‘청년이 청하고 청년이 채운다’는 모토로 진행되는 ‘ㅊㅊ-하다 페스티벌’은 청년이 펼치는 전통 기반의 공연이 중심이다. 어느덧 3회차를 맞은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무용, 기악, 성악 장르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예술가가 무대를 채웠다. 3일에 걸쳐 진행되는 페스티벌 중 ‘기악 편’을 보고 왔다. ‘이어-가다’, ‘넘어-서다’, ‘벗어-나다’로 구성된 공연에는 김혜원, 이강산, METALISM, 유리화 콰르텟, 김보경, I'mpact, 힐금. 총 7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이어-가다: 옛부터 전해내려오는 그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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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가야금 연주자

 

 

첫 순서인 '이어-가다'에서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형태의 전통 공연이 펼쳐졌다. 전통 공연의 이미지 자체는 낯설지 않지만, 정작 알고 있는 노래의 제목을 대 보라면 전공자가 아닌 사람 중에는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 없을 것이다. 역사와 상관없이 이어-가다 파트의 음악이 새롭게 느껴졌던 이유다. 정확히 같은 가락이 이 극장이 없던 시절에도, 내가 없던 시절에도 어디선가 울려퍼졌을 것이라 생각하며 들으니 흥미로웠던 파트이기도 하다.


첫 번째로 무대에 등장한 공연자는 김혜원 연주자로, '최옥삼류 가야금산조'를 연주했다. 가야금산조란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기악독주곡을 의미하며 '최옥삼류'는 가야금의 여러 유파 중 하나이다. 다스름,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늦은 자진모리, 휘모리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는 정적인 느낌으로 시작해 후반을 향할수록 빠른 박자로 연주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가야금은 여백이 크고 정적인 악기라고만 생각했는데, 막바지에 이르러서 바쁘게 움직이는 연주자의 손을 보며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빠르게 연주할 수 있는 악기임을 알았다.


두 번째 무대는 이강산 연주자의 '지영희류 해금산조'다. 앞서 가야금산조가 가야금 독주였다면 해금산조는 해금독주다. 가야금 소리가 낮게 읇조리는 소리에 가깝다면 해금에서는 귓가를 앵앵 울리는 높고 째지는 소리가 난다. 감정이 듬뿍 실린 애절한 소리가 10분 가까이 극장을 가득 채웠다. 넓은 음역대를 가진 악기인 만큼 풍부한 소리에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넘어-서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낯선 것을 익숙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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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LISM 팀

 


이어지는 ‘넘어-서다’ 순서에서는 전통을 기반으로 기존의 것을 재구성하는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앞선 '이어-가다'에서 연주자들이 모두 한복을 입고 나온 것과 달리 이번 무대에 등장하는 팀은 전통과 현대가 섞인 음악색을 보여주듯 변형된 한복을 입고 등장한다는 것도 특징이었다.


‘넘어-서다’의 첫 팀, METALISM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악에서의 ‘금속성’ 에 집중해 독창적인 연주를 선보였다. 이번 무대에서는 '최민준제 METALISM류 철성서도산조병주 '쇠열이굿'을 연주했다. 긴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쇠열이굿을 기반으로 하되 METALISM의 멤버인 최민준이 작곡하고 METALISM식으로 풀어낸 곡이라 이렇게 긴 이름이 되었다고. 현악기와 관악기로 구성된 다른 팀과 달리 타악기가 포함된 팀이라는 특징이 있었다. 연주가 시작되자 금속의 날카롭고도 화려한 소리가 귀에 차갑게 닿았다. 금속성을 만들어내는 악기는 자바라와 징이었는데, 그 존재감이 컸다.


다음으로 무대에 오른 유리화 콰르텟은 네 명의 해금 연주자로 이루어진 팀이다. 서양 클래식의 현악4중주를 해금에 적용시킨 형태다. 두 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가 네 대의 해금 구성으로 바뀐 것이다. 해금 4중주를 위한 ‘사랑가’, 진도씻김굿에 의한 해금 앙상블. 이렇게 두 곡을 연주했다. 해금 네 대의 조합이 생소하다고 느끼는 것도 잠시, 익숙한 ‘사랑가’의 음이 들려오자 금세 연주에 빠져들었다.

 

악기의 종류는 같지만 연주하는 사람이 다르다 보니 그 소리도 자연스레 조금씩 달랐다. 해금 자체가 지닌 소리가 높고 구슬퍼서 네 대가 있으면 듣기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걍약조절이 잘 되고 각 소리가 조화를 이루어서 편안하게 다가왔다.

 

 

 

벗어-나다: 새롭게 쓰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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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pact 팀

 

 

마지막 순서는 ‘벗어-나다’. 전통악기를 연주하지만 연주자가 스스로 작곡한 새로운 곡이 중심이 되는 시간이다. 아마 전통음악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관객에게 가장 편히 다가가는 순서였을 것이다. 전통악기만의 독특한 소리를 살리되 리듬이나 음은 현대적이어서 영화음악을 듣는 것 같기도 했다.


김보경의 ‘어느새, 사라진 것들에 대하여’는 가야금 연주곡이다. 일상의 파편에서 받은 영감에 자신의 상상력을 더해 음악으로 표현하는 아티스트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것처럼, 이 곡에서는 누구나 공감할 법한 시간의 흐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가야금의 쓸쓸한 음색에서 흐르는 시간을 버틸 수 없는 작은 개인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하다. 여기에 장구와 아쟁까지 더해져 풍성한 곡을 만날 수 있었다. 


I’mpact의 ‘백화요란’은 봄날, 여기저기 서로 다른 모양의 꽃이 어우러져 피는 모습을 음악으로 형상화했다. 참여 팀 중 유일하게 건반이 있는 구성이라서일까 가장 익숙하게 귀에 닿았다. 다른 팀과 다르게 스크린에 영상을 띄운 것도 감상에 도움이 되었다. 다른 팀에서는 들을 수 없는 대금 소리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각기 다른 네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가 꽃처럼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마지막 팀, 힐금은 가야금, 거문고 해금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환각’, ‘Day Dream’, ‘Nihil’까지 총 세 곡을 연주했다. 가야금과 거문고가 바탕이 되고 해금의 튀는 음색이 그 위를 넘나드는 독특한 음악이 펼쳐졌다. 그중에서도 마지막곡이었던 Nihil이 인상적이었다. 허무를 긍정적으로 재해석한 ‘Nihil’은 꽤 역동적인 분위기다. 덕분에 공연도 활기찬 분위기로 마무리되었다. 

 

*

 

같은 전통 공연이라도 연희나 성악 장르에 비해 기악은 낯설다. 이야기 없이, 가사도 없이 오로지 2시간 가까이 악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경험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공연을 보기 전에는 전공자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관객으로서 공연을 어떻게 관람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되니 생각했던 것보다 몰입이 잘 됐다. 공연을 즐길 수 있었던 건 각 팀의 공연에 앞서 매번 진행자가 공연할 팀을 소개해준 덕이었다. 무대마다 악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명에도 주의를 기울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통 악기의 이름과 생김새는 알고 있을지라도 각 악기에서 나는 소리와 그 악기를 연결하기란 쉽지 않았다. 내게 기악 장르는 사물놀이처럼 여러 악기를 함께 연주하는 걸로 더 익숙했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에서 산조를 비롯해 각 악기에 집중할 수 있는 무대를 연달아 보고 나니 악기를 구별할 수 있는 귀가 생겼다. 예전에는 교과서 속 이미지와 이름으로 기억되던 여러 전통악기가 이제는 소리로 인식된다. 

 

전통이란 이처럼 고정된 명칭과 이미지가 아니라 소리와 움직임으로 전해질 때 생명력을 갖는 것 아닐까. 전통이 계속 살아 있기 위해서 공부와 연구 못지않게 많은 사람이 가벼운 마음으로 전통 공연을 직접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ㅊㅊ-하다 페스티벌'이 앞으로도 계속되며 그 물꼬를 틀 수 있는 축제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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