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넥스트 투 노멀 - 마음의 상처와 가족에 대하여 [공연]

글 입력 2022.11.1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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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작곡가 톰 킷과 작사가이가 극본가인 브라이언 요키가 2008년에 선보인 뮤지컬이다. 토니상에서 다양한 부문에 걸쳐 상을 받았고 극본과 음악의 완성도가 높게 평가 받는다. 한국에선 2011년에 초연되었으며 2022년까지 네 번째 공연을 이어가는 작품이다.

 

여타 대다수의 뮤지컬은 남녀의 사랑 같은 보편적 주제 또는 소설 원작을 다뤘지만 <넥스트 투 노멀>은 정신질환과 환자의 가족을 둘러싼 갈등이라는 독특한 주제를 공연의 소재로 삼는다.

 

관객들에게 다소 낯설 수 있는 정신병이란 주제를 어딘가 있을 법한 가족을 등장시키며 공감가는 이야기로 풀어냈기에 큰어려움 없이 관람할 수 있게 제작되었다. 나아가 극은 정신질환과 치료가 미치는 영향을 환자 개인 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가 겪는 개별적 경험으로 확대하며다각적이고 인상적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극 중 인물의 감정은 음악으로 표현되고 이야기는 대사로 진행된다. 각자 고유한 상처를 안고 살아온 가족 구성원의 복합적인 감정은 때론 격정적인 락 음악으로 때론 서정적인 발라드로 그려지며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음악의 변주로 인물의 감정변화를 표현한 시도는 대사로 전달하기 힘든 모호한 감정을 관객들이 알아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가 된다. 따라서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글로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는 정신과 환자와 그 주변인이 느끼는감정의 증언을 음악과 연기라는 뮤지컬의 강점으로 훌륭하게 보완한 다큐멘터리적 공연이다.

 

주인공 다이애나는 죽은 아들의 환상이 보이는 질환을 앓고 있다. 그녀의 남편인 댄은 그녀를 돕기 위해 분전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딸 나탈리는 소외감을 느낀다. 인물들은 모두 다이애나의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그 과정은 구성원이 가진 상처를 더 깊게 만든다.

 

치료에 회의감을 느껴 더 이상 진행하기를 거부하는 다이애나와 그녀를 위한 노력이 결실을 보이지 않아 죄절하는 댄 그리고 가장 관심이 필요한 시기에 고독을 느껴 방황하는 나탈리의 모습은 갈등의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내 그들은 자신의 상처를 마주보며 새로운 사랑을 만나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잠시 멀어지기도 하며 평범 언저리에 있는 어딘가에서 새로 시작한다.

 

통상적인 뮤지컬의 결말이 해피엔딩인데 비해 <넥스트 투 노멀>의 결말은 행복과 다소 떨어진 느낌을 준다. 다이애나는 완전히 치료되지 않았고 가족은 해체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의 제목과 내용을 다시 생각해 본다면 스스로의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치료의 다음 단계로 올라간 가족의 모습이 정상적인 가족바로 옆으로 한 걸음 나아간 희망을 암시한다.

 

이렇게 완전한 변화가 아닌 약간의 진전에 그친 결말이 오히려 이야기의 사실성을 부여하며 감동을 준다고 생각한다. 정의가 모호한 정상이라는 기준에 매몰되지 않고 어느정도 만족스러운 형태로 희망적인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준다고 보기 때문이다.

 

좋은 음악과 이야기를 통해 정신질환이 주는 경험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넥스트 투 노멀>은 관람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공연이다.

 

 

[박형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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