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작업을 놀이처럼 - 장 줄리앙: 그러면 거기 [전시]

일상에서 유머를 발견하는 작가, 장 줄리앙
글 입력 2022.11.1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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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뮤지엄에서 그래픽 아티스트 장 줄리앙의 최초 대규모 회고전이 열렸다.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 <장 줄리앙: 그러면 거기>에서 작가의 초기 아이디어 드로잉 뿐 아니라, 처음으로 공개되는 그의 신작 회화와 조각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전시 입구에 적혀있던 소개글에서는 작가가 어디에서 영감을 얻는지, 어떻게 그의 머릿속 아이디어가 종이 위로 구체화되는지, 그리고 작가의 한 작품이 다양한 매체와 기법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가는지에 대해 이번 전시가 답을 줄 것이라 예고했다.

 

*

 

"저는 늘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면서 인상적인 순간을 드로잉으로 기록합니다. 일기를 쓰듯이 매일 그리는 거죠. 제 작업의 영감은 이런 기록에서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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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도입부는 작가의 스케치북을 나열하면서부터였다. 무려 총 백권을 가져왔다는 작가의 두꺼운 스케치북들은 그의 일상으로 빼곡했다.

 

장 줄리앙은 일기를 쓰고, 그 옆에 그림도 그렸다. 귀여운 에피소드가 있는 날에는 짧은 만화를 그리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는 도중 빠르게 휘갈긴 즉흥 스케치는 마치 그의 휴가에 나도 함께했던 것 같은 생생한 느낌까지 준다.

 

작가의 스케치북은 평화로운 동네 수영, 이번에 새로 사귄 친구들의 얼굴, 아내와 아이와 함께 했던 이야기들처럼 그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관찰로 가득 채워져있다. 즐거운 부분들을 수집한 하루의 기록들을 읽으며 그가 세상을 대하는 유쾌한 태도에 감탄했다.

 

그의 100권의 스케치북을 보고나면 알 수 있다. 그림은 그에게 시작부터 '놀이'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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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눈이 갔던 지점은 벽이었다.

 

전시장 내부의 새하얀 벽에는 그림이 가득했다. 처음에는 당연히 프린팅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직접 그린 듯한 붓자국이 보였다. 그리고 조금 더 걷자, 전시장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전시의 생동감을 위해 전시장 벽을 라이브 드로잉으로 채우기로 하고 개막 2주 전 내한하여 아침부터, 때로는 밤늦게까지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그가 벽에 그린 모든 것들은 액자에 담긴 원래의 작업물과 정말 잘 어우러졌다.

 

전시장 곳곳의 작은 안내 문구들까지 전부 직접 쓰고 그린 글씨와 그림이다. 전시가 끝나면 철거될 벽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우면서도, 작업에 대한 그의 순수한 즐거움을 이해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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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파트에 나오는 것은 장 줄리앙의 드로잉이다. 작가의 드로잉은 그가 스케치북에 담았던 일상처럼 여전히 유쾌했다. 또한 직관적인 표현으로 남녀노소 모두가 이해하고 웃을 수 있었다. 미술 작품에 자신이 없다던 나의 동행 친구도 무리없이 전시를 즐겼다.

 

작가는 단순한 걸 보면 관심이 간다고 했다. 복합적인 삶에서도 여전히 단순한 순간은 존재한다. 그의 드로잉은 복잡한 현실과 사고를 단순화하는 작업이다. 큰 생각들이 단순한 선으로 모이는 작업.

 

“화장실 사인처럼 단순한 형태는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다. 나 역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세계적인 언어로 디자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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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그는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

 

장 줄리앙의 그림에는 가끔 일에 과하게 치이고, sns와 디지털 사회에 중독된 현대인들과 같은 풍자적 소재도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사회적 이슈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비판적인 사람이라 설명한다.

 

그러나 그가 하려는 일은 불평들을 늘어놓는다거나 아주 신랄한 비판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며, 그보다는 더 긍정적이다. 장 줄리앙은 자신만의 숙련된 관찰력으로 모든 상황에서 유머를 발견한다. 이렇게 그만의 위트를 더한 작가의 사회비판은 그래서 여전히 다정한 시선과 함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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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한 전시의 드로잉 파트에서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작가의 스타일 변화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데, 이렇게 오랜 기간에 걸친 드로잉 작업물들은 후에 동생 니코와의 영상 작업이나 타 브랜드들과 협업한 수많은 오브젝트로 재탄생한다.

 

이 실험적이고 광범위한 작품들의 나열에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작가의 열정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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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처음으로 공개한다는 회화작품들과 함께 전시가 마무리되었다. 비교적 최근의 작품이다.

 

휴양지처럼 보이는 풍경이 많았고, 커다란 캔버스에 가득 차도록 자연을 담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보였다. 풍경 속의 작은 인물도 눈에 띈다. 그 인물이 100권의 일기장 속에 있던 행복한 작가의 모습과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일상과 놀이와 작업이 합치된 것.

 

우리는 점점 놀이에 대한 가치를 낮게 평가하지만, 작가는 유희와 놀이를 인간의 고유한 본질이라고 본다. 그는 일과 놀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일을 안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여전히 그의 작업은 일이 아니라 '놀이'다.

 

일러스트, 사진, 영상 등의 분야 뿐만 아니라 의상, 설치 작품, 도서, 포스터까지 분야와 매체를 넘나들며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는 작가 장 줄리앙은 파리, 런던, 브뤼셀, 로스앤젤레스, 뉴욕, 샌프란시스코, 베를린, 도쿄, 서울, 싱가폴 등 세계 각국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작품을 선보였고, 그 작품은 뉴욕타임즈, 뉴요커, 내셔널지오그래픽과 같이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매체에 실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다양한 브랜드와도 꾸준히 협업을 진행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처럼 작품과 삶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작가 장 줄리앙의 목표는 일상의 희로애락을 위트 있게 그려내어 많은 사람들을 웃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번 대규모 전시의 흥행은 그의 바람을 또 한 번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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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톱클래스 서경리 기자 인터뷰 참고

 

 

[신지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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