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따뜻한 촉감의 시각화: 장 줄리앙 회고전 그러면, 거기

글 입력 2022.11.0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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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줄리앙_포스터3.jpg



지난 10월부터 DDP에서 대대적으로 열리는 전시가 요즘 전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나름 장안의 화제다. 그 전시는 바로 장 줄리앙의 회고전이다.

 

세계적인 그래픽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첫 회고전이 DDP에서 이렇게 열릴 수 있었던 데에는 그가 15년 넘게 막역한 관계를 유지해 온 우리나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허재영의 역할이 크다. 장 줄리앙과 허재영은 이번 전시를 함께 기획했고 큰 규모와 인상적인 내용들로 전시를 구성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장 줄리앙의 전시를 보기에 앞서, 그의 동생인 니콜라스 줄리앙도 국내 workingwithfriends 갤러리, 줄여서 WWF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니콜라스의 작품들을 먼저 보러 다녀왔었다. 장과 니코 형제가 프랑스나 일본에서는 2인전도 개최했었기 때문에, 니콜라스의 작품을 보고 장의 작품을 보는 것도 나름대로 전시를 더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 줄리앙의 동생 니코의 작품에서는 단단한 물성을 뚫고 나오는 따뜻함이 느껴졌는데, 그 따스한 시각은 역시나 이번 그러면, 거기 전시 속 장 줄리앙의 작품 속에서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일반적인 회화 작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수많은 브랜드와 협업을 해온 바 있기 때문에, 이번 장 줄리앙 회고전은 여러모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감각적인 요소들이 많았다. 장 줄리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전시를 가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도록 전시가 잘 구성되어 있었다.


 



< 전시 소개 >


장 줄리앙의 작품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을 자신만의 간결하고도 독창적인 그림체로 위트 있게 나타내고 있다. 그는 일러스트 작업을 비롯하여, 영상, 회화, 조각 등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작품 활동을 하면서 지나온 예술적 발자취를 돌이켜볼 수 있는 세계 최초로 열리는 장 줄리앙의 대규모 회고전이다. 작가의 마음속 열정의 변화에 따라 작품이 변해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총 12개 테마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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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면, 처음에 다소 놀랄 수 있다. 입구부터 사람들이 줄을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시 첫 섹션에서부터 장 줄리앙이 강렬한 주황색 바탕의 벽면에 자신의 시그니쳐 표정을 그려넣어 놓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 기다리는 대기줄이다. 동그란 흰자, 길쭉한 코 그리고 살짝 미소 짓는 입은 장 줄리앙을 상징하는 표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귀여운 표정과 예쁜 주황색의 색감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남기는 것으로 전시 관람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 전시 초반의 공간을 그냥 인증샷용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장면 하나하나에 장 줄리앙은 관람객들이 부담없이 참여함으로써 전시 그 자체와 소통하기를 원했던 듯하다. 특히나 장 줄리앙이 자신의 작품을 SNS 상에 소개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수용하는 것에 적극적인 성향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더더욱 그가 관객들이 자신의 그림과 직접 소통하기를 원했던 것으로 이해해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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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줄리앙만의 표정과 반갑게 첫인사를 나누고 나서 맞는 섹션은 바로 장 줄리앙의 스케치북들이 수없이 배치되어 있는 공간이다. 여기서 볼 수 있는 스케치북,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다이어리라 할 수 있는 이 수첩들은 모두 장 줄리앙이 스스로 드로잉 연습을 하는 동시에 일상에도 더욱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세밀하게 일상을 들여다보는 시각이 바탕이 되었기에, 그의 작품에서는 소소한 위트와 따뜻한 감성이 묻어난다. 장 줄리앙이 수없이 그린 그 스케치북 속 드로잉들을 살펴보면, 세밀할 때도 있지만 굉장히 집약적으로 그려져 있기도 하고 상상력이 드러나는 순간들도 있어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 전시공간에서 놓치지 말고 보아야 할 것은, 벽면에 그려져 있는 것들이다. 유리 진열장 안에 들어가 있는 장 줄리앙의 드로잉뿐만이 아니라, 벽면에 그려진 모든 드로잉들 역시 장 줄리앙이 이번 전시를 위해 직접 그린 것이다. 이를 위해 그가 약 2주간의 작업기간을 들여 전시를 준비했다는 것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자신의 전시를 위해 추가적인 작업까지 진행하면서 이만큼 국내 전시를 준비한 해외 작가가 또 있을까? 나에게는 이 세심함이 참 깊게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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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줄리앙은 이번 전시의 곳곳에 관객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안배했다. 자신의 드로잉을 벽면에 골고루 프린트하여 배치한 공간은, 이 자체만으로는 다소 심심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벽면의 일부는 그가 사랑하는 자신만의 캐릭터 페이퍼맨의 팔과 다리를 연상시켜 관람객들이 그 나름의 변주를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다. 이렇게 준비된 공간에서 관람객들은 채색되어 더욱 귀엽고 생동감 있는 장 줄리앙의 작품들을 실감나게 감상하는 동시에 페이퍼맨의 형상이 이후의 전시 공간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리라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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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줄리앙은 그만의 친근한 드로잉이 유명하긴 하지만 비단 이에 국한되는 작가는 아니다. 그의 동생 니콜라스는 영상과 음악, 조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인데 장은 동생 니코와 함께 실험적인 작업들을 병행해왔다. 이전에 프랑스나 일본에서 진행했던 장과 니코의 2인전에서도 동일한 주제에 대하여 형과 동생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를 표현하거나, 서로의 작품 속 일부를 재해석하여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등 줄리앙 형제는 서로의 작품세계에 부던히 영감을 주고 받았다.


'모형에서 영상으로' 섹션에 장과 니코의 모든 협업이 다 담겨있지는 않다. 더군다나 이번 전시는 줄리앙 형제의 2인전이 아니라 장 줄리앙의 단독 회고전이기 때문에 초점은 분명 장에게 맞춰져 있다. 하지만 여기서 느껴지는 작가의 상상력과 예술의 범주가 이후에 어떻게 발현될지 기대하게 만든다. 현재 동생 니코는 나무 조각 작업을 위주로 하고 있는데, 이것이 장 줄리앙에게는 또 어떤 영향을 줄까? 언젠가 이만큼 큰 대형 전시로 줄리앙 형제의 2인전을 한국에서 보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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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줄리앙은 전시장 곳곳에 관객들이 사진을 찍으면서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을 준비해 두었다. 자신의 페이퍼맨 캐릭터를 사람 키에 가까운 크기로 구현해낸 이 공간은 한 면이 거울로 되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장 줄리앙의 캐릭터들 옆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바라볼 수도 있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남길 수도 있도록 되어 있었다. 수많은 관람객들이 캐릭터 옆에 서서 캐릭터의 행동을 따라하기도 하고 캐릭터의 표정을 모사하기도 했다.


이 공간 역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전시 초입에서는 그나마 사람들이 줄을 서서 질서정연하게 기다리는 상황이었다면, 여기서는 줄을 서는 것 없이 그야말로 무작위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 쪽으로 다가서서 사진을 찍기 때문에 다소 어수선한 느낌도 있다. 하지만 그 부산함까지도 장 줄리앙이 고려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 역시도 관람의 요소가 된다. 그의 작품이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생생하게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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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전시 공간에서는 장 줄리앙이 만든 다양한 오브제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직관적인 그림을 화폭 속에만 담아낸 것이 아니라 의류, 병, 컵, 쿠션, 종이가방, 그릇 그리고 심지어 보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오브제들에 담아냈다. 이는 그만큼 그의 작품이 감각적이라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가 비즈니스 안목도 뛰어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장 줄리앙과 허재영의 브랜드 누누가 괜히 탄생한 게 아니라는 걸, 이 대목에서 확실히 깨달을 수 있다.


상업적인 물품들에 적절하게 자신만의 작품 세계관을 녹여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브랜드 누누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에 적절하게 드로잉을 담아내는 장 줄리앙의 센스는 확실히 특별한 면이 있다. 시선을 잡아끄는 그 매력이 비범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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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공간에는 장 줄리앙의 회화 작품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장 줄리앙은 대상을 단순화해서 그린다. 그리고 그만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거의 모든 작품에서 원경을 조망하는 관점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람은 항상 작게 그려져 있고, 주변의 환경들이 크게 담긴다. 장 줄리앙이 해안도시에서 자랐던 점을 감안한다면, 그는 이렇게 크고 거대한 자연 속에 항상 사람이 안긴 듯한 모습을 익숙하게 봐왔을 것이다. 그런 그의 경험들이 작품의 화각 속에도 녹아 있는 것이 자연스럽게 아름다웠다.


또 흥미로운 것은 장 줄리앙이 색감을 참 잘 활용한다는 점이다. 그는 원색보다는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색깔들을 잘 활용했다. 하지만 색깔을 뭉뚱그려 표현하기보다는 분명하게 차이를 두면서 활용했는데, 그 명확한 색감의 차이가 화폭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참 아름다웠다.

 

이는 캔버스 속의 풍경을 장 줄리앙이 따스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점은 특히 자신의 가족들을 그린 작품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마지막에 이르러 가족이 그에게 영감을 주는 귀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그의 유화 작품에서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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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다는 촉감이 시각화된다면 어떨까. 장 줄리앙의 첫 회고전 그러면, 거기는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제시하는 전시였다. 매순간 일상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것, 그 속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줄 아는 것 그리고 불쾌한 것보다 유쾌한 것에 집중할 줄 아는 것은 장 줄리앙의 모든 작품들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장 줄리앙의 작품 속에 담긴 명료하고 자유로운 표현은 일상에 지친 수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달래고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자칫 무감각하게 흘려보내기 쉬운 일상의 매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금 깨달을 수 있는 전시였다. 이후에 장 줄리앙의 전시를 또 접하게 되었을 때엔, 그가 가진 이 따뜻한 시각은 또 어떻게 작품들에 녹아날까? 벌써부터 그의 다음 작업들이 궁금해진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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