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화면을 넘어 기록하는 사람들 [사람]

글 입력 2022.11.0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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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줄리앙.jpg

 

 

장 줄리앙의 전시를 보러 갔던 날, 나는 한 그림에 앞에 멈췄다.

 

그림이 거창하고 아름답나? 그건 아니었다. 보다시피 우리의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습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음식을 눈앞에 두고 핸드폰 화면을 먼저 응시하고 있는 저 사람들이 나인 것만 같았다.

 

우리의 현실임을 깨닫고 너의 모습임을 인지하라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목소리를 피하고 뒤돌아섰다. 마음속에 있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했었다. 그날 돌아오고 난 후 깊은 인상을 줬던 이 그림이 내내 떠올랐다. 그리고 일기장에 내가 들었던 감정들을 천천히 적었다.

 

"그동안의 난 기록을 위한 사진을 찍었는가? 아니면 게시하기 위한 사진을 찍었는가?"

 

그저 나 자신에게 질문하고 싶었다. 그동안 생각해 본 적 없는 고민이었지만, 어떤 답변을 내릴지 지난날의 나의 모습들을 돌아봤다. 결론은 양쪽 다 맞는 말이었다. 직접 보았던 걸 눈으로 담기에는 너무 아까워 지난날들을 사진을 찍어 기록했었다. 때로는 좋은 공간에 방문해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내 모습들을 찍어 다른 이들에게 공유해 보여주고 싶었다. 이뿐만 아니라 사진을 찍는 여러 이유가 존재한다. 도대체 나의 어떤 모습을 남기고 싶어 했는지 아직은 답을 내리지 못한 채 하루를 보냈다.


나와 친구들과 만나는 약속 장소는 늘 비슷하다. 잘 차려진 음식이 있는 식당과 다양한 디저트가 있는 카페들을 찾아 방문한다. 식당에 도착한 후 옆 테이블의 맛있는 음식들을 보며 먹을 생각에 기대감이 차오른다. 우리는 서로의 배고픔을 달래주기 위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허기짐을 잊는다.

 

하지만 언제 나올지 모르는 기다림은 중간에 대화를 잠시 멈추게 만든다. 그렇게 기다렸던 음식들이 나오자 우리는 금세 즐거워 하는 얼굴로 변한다. 친구들과 나는 숟가락을 들기 전 사진을 찍는다. 내가 원하는 구도와 색감이 나올 때까지, 한 번이 아닌 연속으로 재빠르게 누른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 사진을 보며 그제야 음식에 눈이 가기 시작하고, 식사가 시작된다.


이렇게 식사를 하기 전까지 짧은 시간이 소요된다. 우리는 기다리며 배고픔을 호소했지만, 음식이 나오자 잠시 잊어버렸다. 인간의 식욕은 사진을 찍고자 하는 열의를 이기는 것인가? 생각을 했다. 식사를 하면서도 아이러니했다. 먼 훗날에는 사진 찍기 만을 위한 공간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었다.

 

 

 

왜 우리는 찍는가, 각자의 방식으로 기록하는 사람들



SNS의 발전 이후 이미지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실시간으로 어디서나 올릴 수도 있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감과 취향을 드러내는 것이 매우 쉽다. 내가 러닝 하는 인증 사진을 올리면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책 표지를 올리면 독서가 취미인 사람처럼 보인다. 이처럼 자신의 나타내고자 하는 모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또는 가게의 메뉴판이나 물건을 찍어 남기면 그곳에 방문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다. 나는 주로 미술관에 방문해 찍었던 작품 사진들을 블로그에 올린다. 그걸 본 이웃들은 나를 예술에 열정이 가득한 사람으로 인식한다. 이렇게 우리는 몇 장의 사진으로 그 사람에 대해 평가하고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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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보이고 싶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했던 추억들을 찍어 남기는 사람들도 있다. 트위터를 살펴보면 ‘예절샷’이라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음식을 먹기 전,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포토카드를 함께 사진 찍는 예절 문화이다.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스포츠 선수, 캐릭터 그리고 반려동물까지 각양각색으로 자신의 애정을 드러낼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입맛대로 스티커로 열심히 꾸민다.

 

그리하여 개성 가득한 하나의 문화가 탄생했다. 이것이 한 트렌드로 잡게 된 이유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 간의 소속감이 큰 이유라고 느꼈다. 트위터는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기 쉬운 네트워크이기에 서로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의 만남,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맘껏 표현할 수 있는 모임은 소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이 특별한 만남을 사진으로 찍어 남기는 문화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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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올해 6월부터 주간 일기 챌린지를 시작하였다. 일주일 동안 보냈던 일상을 블로그에 일기처럼 적어 글을 게시하는 활동이다. '주간 일기 챌린지' 해시태그를 검색하고 들어가면 사람들의 다양한 일상을 볼 수 있다. 다른 소셜네트워크와 달리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어 일상의 소소함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직접 일기를 적는 느낌이 들어 사람들이 어떤 사진을 올리는 것보단 담긴 에피소드를 적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도 부담 없이 일상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일주일 동안의 나를 정리하고 기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는 매 순간을 남겨둔다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며 소중한 시간들을 마주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했을 때, 좋아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날 등, 느꼈던 감정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생생하게 남겨둔다.

 

다만 우리는 어떻게 보일지에 현혹되어 진정한 의미를 잊어버리곤 한다. 많은 날 중 우리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것들은 희미해져 간다. 우리에게 많은 날이 주어진 것 같지만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지난날, 어떤 모습을 남기고 싶은지 나에게 했던 질문에 이제서야 답할 수 있었다.

 

 

[이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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