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주목해, 이 자식들아"! [미술/전시]

글 입력 2022.10.0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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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해, 이 자식들아!


 

최근 예술 비평가 제리 살츠(Jerry Saltz)의 저서 ‘예술가가 되는 법’을 읽었다. 그 책에서 소개된 브루스 나우만(Bruce Nauman)의 한 마디를 보고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주목해, 이 자식들아”!

 

브루스 나우만이 정확히 어떤 맥락에서 저 문장을 내뱉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너무나도 ‘나우만스러운’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베니스의 푼타 델라 도가나에서 진행되고 있는 ‘CONTRAPPOSTO STUDIES’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문장이었기 때문이다.

 

 

 

브루스 나우만(Bruce Nauman)은 누구인가?


 

브루스 나우만은 미국에서 태어난 1941년생의 현대 예술가로, 조각, 사진, 비디오, 음악, 네온, 홀로그램,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예술 활동을 전개한다. 1999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 1993년 울프상을 비롯한 수많은 예술상을 받는 등 동시대 예술가로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신체 기반 작업을 통해 심리적, 육체적 불안을 일으키는 작품을 제작한다. 이렇게 나우만은 몸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 의식을 적극적으로 탐구한다. 동시에, 예술과 관객을 매개하는 ‘시각 언어’를 실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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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나우만은 현재 베네치아의 ‘푼타 델라 도가나’에서 개인전 ‘CONTRAPPOSTO STUDIES’를 진행하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에 방문하면 비엔날레의 전시만 관람하기보다는 위성 전시도 함께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주변의 다양한 유적지 및 관광지에서 동시에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는 것이다.

 

그 중 한 전시로서 브루스 나우만의 전시를 방문하게 되었고, 다녀온 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꾸 호기심이 생기고 찾아보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브루스 나우만의 작품에 대한 오피니언을 적게 되었다.

 

 

 

콘트라포스토 연구(Contrapposto Studies)


 

콘트라포스토는 이탈리아어로 한국어로 직역할 때 ‘정반대의 것’을 의미한다. 미술의 맥락에서는 ‘대칭적 조화’를 말하는데, 더 구체적으로는 그러한 자세를 묘사하는 단어이다. 다시 말해, 고대 그리스 조각에서 자세의 강직함과 신체의 역동적인 비틀림이 공존하면서도 대조되는 자세를 가리킨다.

 

이 개념은 기원전 5세기 그리스에서 등장한 이래 조각 작품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으며, 특히 르네상스 예술의 주요 특징이 되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미켈란젤로의 조각 ‘다비드’도 콘트라포스토 개념이 적용된 작품이다.

 

이 개념을 매개로 하여 ‘신체’라는 영역 안에서 새로운 담론을 실험하는 동시대 작가가 있다. 바로 브루스 나우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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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공간이 매우 크고 작품 수가 상당하다. 이번에 방문한 위성 전시 중 가장 큰 규모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그 큰 전시 공간을 관통하는 하나의 몸짓이 있다. 나우만이 자기 손을 뒤통수에 대고, 엉덩이를 씰룩쌜룩하며 천천히 걷는 몸짓이다. 어쩌면 엉덩이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그 발에 모든 무게 중심을 집중하는 것일 수도 있다. 사방에서 나우만이 자기 몸을 비틀고 있다.

 

나우만은 콘트라포스토를 실험한다. 고대 그리스의 콘트라포스토 개념을 이루는 두 요소 ‘자세의 강직함’과 ‘역동적인 비틀림’이 나우만에게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 자세의 강직함과 역동적인 비틀림은 조각상에 대체로 고정되어 있어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나우만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다. 그의 몸에서 다비드의 자세가 순간적으로 포착된다. 곧이어 콘트라포스토를 활용한 다양한 조각과 회화 작품 속에서 묘사된 인체의 자세가 그의 몸짓 사이사이에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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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재밌었던 것은, 나우만의 몸짓을 보다 보면 어쩐지 ‘조화’를 느끼기보다는 불편함만 가득 느꼈다는 점이다. 저렇게 걸으면 골반 아플 텐데. 무릎에 되게 무리 갈 텐데. 승모근이 무지하게 저릴 텐데!


나우만의 반복되는 몸짓은 하나의 매체로만 비치지 않는다. 벽면에 큰 화면을 두고 다양한 변화를 준다. 색을 입히기도 하며, 화면을 세 부분으로 잘라 좌우로 분리하기도 한다. 브라운관 안에 자신의 몸짓을 가두기도 하고, 화면을 뒤집어 그가 마치 천장을 걷는 듯한 연출을 하기도 한다.

 

3D 영상 기술을 활용한 작품이 특히 재밌었다. 그의 작업실을 ‘그 불편한 자세’로 걷는 장면을 보여주었는데, 상체와 하체의 영상을 분리해두었다. 상체의 영상이 앞으로 걸어 나오는 장면이 보인다면, 하체의 영상은 뒤돌아 걸어가는 장면이 비치고 있었다. 그의 작업실에서 찍은 장면이기에 주변의 사물들이 분리되고 합쳐지는 순간을 보고 그제야 영상이 분리되어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의 바지만 봐도 앞뒤 구분이 가능하므로, 분명히 상·하체가가 분리된 영상임을 알 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나는 그만큼이나 사람의 신체를 볼 때 한정된 부분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특히나 나의 경우는 상체를 주로 응시하게 된다는 특징이 있었다. 나우만은 이렇게 관객을 자기 작품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이며, 작품 안에서 관객들을 속이고 스스로 깨닫게 한다.

 

그는 이렇게 매우 단순해 보이는 몸짓을 통해 자신만의 예술 언어를 개발한다. 이 예술 언어는 ‘콘트라포스토 스터디’ 전반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서술되고 있다. 작가는 자기 예술을 신체를 통해 실현하고 있다. 그의 사적인 생각을 작품으로 변환하는 과정 중간에 신체를 두고 있다. 또한, 관객은 작가의 신체를 통해 작가 및 또 다른 관객과 의사소통한다. 나우만의 신체 안에서 수많은 구성원이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이는 메를로 퐁티가 신체는 사회적 의사소통의 매개체라고 언급한 바와도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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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나우만의 전시가 재밌었던 이유 중 하나는, 시각적 요소뿐만 아니라 청각적 요소도 매우 잘 활용했다는 점이다. 그는 음악으로 동선을 만든다. 섹션이 숫자로 구분되어 있고 가이드 팸플릿에 잘 안내되어 있지만, 오로지 소리에 의존하여 이동할 수 있다.

 

적막과 음악이 반복된다. 가장 가까운 음악 소리는 브루스 나우만이 마련한 가장 확실한 동선 안내 장치다. 그러나 청각에 의존한다는 것은 여전히 불확실한 마음이 든다. 내가 이 음악을 따라가는 것이 맞나? 끊임없이 의심하게 된다. 나우만은 관객을 확실하게 안내하지만, 그는 관객의 방향감각을 흐트러뜨리고 불안정하게 만들며 의심에 빠져들게 한다.

 

브루스 나우만은 관객에게 자신만의 새로운 언어를 제안하고, 음악이라는 청각적인 안내판을 따라올 것을 제안한다. 관객이 이러한 제안에 놀라거나 육체적, 정신적으로 혼동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관객은 작품-혹은 작가의 신체-을 통해 작가와 역동적인 대화를 하게 되는 것이다. 관객은 굉장히 깊은 정도로 이 전시에 참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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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 예술이] 격렬하고 공격적이기를 원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나우만의 말에서 그가 예술을 대하는 태도 전반이 드러난다. 그러니 그의 몸짓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관람객은 이미 브루스 나우만과 견고한 커뮤니케이션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주목하라는 그의 말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는 듯했다.

 

“주목해, 이 자식들아!”

 

 

[장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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