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기만의 다락방에서 우리의 방이 되기까지 - 다락방의 미친 여자

문학으로 우리의 언어를 갖게 되는 것
글 입력 2022.10.0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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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을 전공하며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었다.

 

그 가운데 나의 마음에 가장 깊게 남았던 작품들이 있다.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저주로 가득 찬 무서운 시어로 가득 찬 Sylvia Plath의 시 ‘Daddy’, 미국 상류층 여성이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내용을 담은 Kate Chopin의 ‘Awakening’, 여성과 문학에 대한 수필인 Virginia Wolf의 ‘A Room of One’s Own.’

 

세 작가들의 생을 명확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이들은 모두 깊은 우울을 앓았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Kate Chopin은 우울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펜을 들었다는 점, Sylvia Plath와 Virginia Wolf는 펜으로 자신의 세계를 그려가다가 우울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다른 좋은 작품들도 많이 다루었으나 이상하게 이 작품들이, 이 작가들의 삶이 상흔처럼 나에게 남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표1.jpg

 

 

감금과 탈출 이미지, 미친 분신이 온순한 자아의 반사회적 대리인으로 기능했던 환상, 얼어붙은 풍경과 불길에 싸인 실내에 나타난 육체적 불편함에 대한 은유 – 이런 유형들은 대물림되며 거식증, 광장공포증, 폐소공포증 같은 질병의 강박적 묘사와 함께 거듭 나타났다.

 

19p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페미니즘 비평에 한 획을 그은 도서로 문학과 여성학을 넘나들며 19세기여성 작가들이 그려내었던 세계를, 살아내었던 생애를 보여준다.

 

수십세기 동안 남성 작가들의 놀이터였던 문학사에 여성들이 ‘감히’ 펜을 들고 등장한 시기였던 19세기. 앞서 언급한 작가들 뿐만 아니라 제인 오스틴, 메리 셀러, 에밀리 브론테, 샬럿 브론테, 조지 앨리엇, 에밀리 디킨슨 등 당시 등장한 여성 작가들은 남성들의 ‘판’이었던 문학사에 펜이라는 무기 한 자루를 쥐고 다락방에서 각자만의 전투를 이어나갔다.

 

"다락방에서 각자"

 

당대 여성 작가들을 괴롭게 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일 것이다. 집 밖의 넓은 세상이 아닌 집 안의 작은 다락방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것이 아닌 오롯이 홀로의 힘으로. 견고히 형성되어 있는 남성 작가들 사이의 연대 속에서 여성 작가들은 홀로 싸워 나가야만 했다.

 

 

여성 작가들이 남성 텍스트의 감옥에서 여성의 펜으로 탈출하고자 노력하는 가운데 그 출발점에서 자신을 ‘천사-여자’와 ‘괴물-여자’로 번갈아가며 정의하는 모습을 목도할 것이다. 우리는 또 백설 공주나 사악한 여왕처럼, 이들의 초기 욕망이 양가적임을 보게 될 것이다.

 

136p

 

 

가부장 사회에서 살아가는, 그 사회 체계가 내면화된 여성이 가부장제의 억압에서 저항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부장제로 인해 체화된 자신을 부정하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남성 중심사회에서 여성이 쉽게 살아가는 방법은 그들, 즉 남성이 요구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여성 혐오와 여성 찬양은 종이 한장의 차이이다.

 

‘천사-여자’와 ‘괴물-여자’는 지극히 개별적인 여성의 욕망을 실현할 수 없는 왜곡된 여성의 자아 이미지이다. 긴 시간 동안 남성 작가의 언어 속에서 여성들은 끊임없이 대상화되어왔다. 가부장제를 공고히 할 수 있는 만들어진 여성성을 찬미하여 천사를 만들고 가부장제의 위협이 되는 ‘일탈’을 짓밟으며 괴물을 만들었다.

 

‘뮤즈’라는 이름 속에 지워진 여성들의 존재가 얼마나 될까.


 

여성은 남성의 ‘펜’에 의한 창조물로서 ‘감금되었다.’ 여성은 남성이 내뱉은 ‘문장’으로 (사형이든 징역형이든) 형을 ‘선고받았다.’ 남성은 여성을 ‘창조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을 ‘기소했다.’ 여성은 남성이 ‘만들어놓은’ 사고에 따라 남성의 텍스트, 그림, 그래픽 속에 갇혀 있었으며, 여성은 남성의 우주론 속에서 (죄 많은 결함 투성이로) '날조되었다.'

 

89p

 

 

그리고 여성 문학은 자신의 언어를 되찾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시대 속에서 여성 혐오를 반복하기도 하고 자신을 파괴하기도 하며 자신의 욕망을 드러낸 것이다. 창조되고, 기소되고, 만들어진 여성을 파괴하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콘스탄틴 비루질 게오르규는 “시인은 잠수함 속의 토끼”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토끼는 인간보다 공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과거에는 잠수함 가장 밑 부분에 토끼를 실었다고 한다. 잠수함 속 공기가 부족해지는 그 순간을 인간보다 빨리 포착하고 반응하여 경고등 역할을 한 것이다.

 

19세기는 오래도록 억압되었던 여성들의 분노가 여성 운동으로 구체화되어 태동하기 시작했던 시대이다. 시대의 아픔과 분노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그를 펜으로 그려 나간 여성 작가들은 2022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화두를 던져준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들’을 읽으며 한 노래를 떠올렸다.

 

 

나는 눈앞의 경계선을 넘어서까지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기를 간절히 기도했지

들어는 봤지만 한 번도 본적이 없는 활기로

가득 찬 세상과 도시들을 볼 수 있게 되기를

내가 경험한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게 되기를

나와 닮은 사람들을 어디선가 만나고

닮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기를


우리의 이런 바람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이랑 우리의 방 中

 

 

제목에서 유추 가능하듯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고 만든 곡이라고 한다. 처음 이 곡이 나왔을 때 친구들과 함께 듣고 흥얼거리며 눈물 지었던 기억이 있다. 19세기와 지금의 다른 점을 하나 찾아보자면 자신만의 다락방에서 우리의 방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우리의 방이 더 커질 수 있기를, 우리가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지현.jpg

 

 

[이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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