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19세기 여성 문학의 집대성, 다락방의 미친 여자 [도서]

'감히' 펜을 든 여성들의 이야기
글 입력 2022.10.01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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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EW ***

[도서] 다락방의 미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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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작가에 관한 한, 여전히 최고의 책" -뉴욕 타임스

 

입이 떡 벌어지는 두께였다. 천 페이지를 넘는 책이라니. 하지만 19세기 여성 문학사가 이 한 권에 담겨있다고 생각하니 전혀 적지 않은 두께라는 생각도 든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샌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 두 명의 저자에게서 탄생한 책이다. 미국 출간 43년 만에, 한국어판 출간 13년 만에 재출된 이 책은 여성 작가의 좌표를 내리그은 최초의 이정표, 페미니즘 비평의 시대를 연 최초의 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영미 문학사에서 19세기는 제인 오스틴, 메리 셸리, 에밀리 브론테, 샬럿 브론테, 조지 엘리엇, 에밀리 디킨슨 등 문학사에 새로운 지평을 연 여성 작가들이 대거 등장한 시기이다. 하지만 19세기는 여성이 작가가 된다는 것이 이례적이지 않은 시대이기도 했다.

 

'펜을 들지' 못하거나 '감히' 펜을 드는 것으로 여겨졌던 여성들의 작품들을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추적해 담았다. 총 6부로 구성된 책은 남성 중심적인 문학 속의 이데올로기를 폭로하는 1부로 시작해 2부 부터 6부까지는 여성 작가들의 작품과 삶을 면밀하게 분석한다.

 

"펜은 음경의 은유일까?" 1부 1장의 첫 문장은 문학 속 만연한 부권 이데올로기를 말해준다. 많은 남성 철학자, 남성 문인들은 펜을 남성의 도구로만 정의내려왔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 속의 모든 은유와 이론은 부권 중심으로 펼쳐질 수 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여성은 그 속에서 배제되거나 대상화되었다.

 

남성 텍스트 속 여성은 전통적 역할을 수행하는 어머니와 같은 모습이거나 유령, 악마, 마녀로 정의될 뿐이다.


 

여왕의 거울이 왕의 목소리로 말한다면, 그 목소리가 들려주는 영원한 훈계는 여왕 자신의 목소리에 어떠한 영양을 미치는가? 여성이 듣는 목소리가 주로 왕의 목소리인 만큼 여왕은 왕의 음색, 왕의 억양, 왕의 표현, 왕의 관점을 모방하여 왕처럼 들리도록 애쓰지 않을까? 아니면 여왕은 자신의 관점을 주장하면서 자신의 음색과 어휘로 왕에게 '응수'할까?

 

(p.140-141)

 

 

두 저자는 19세기 여성 문학을 해석 할 때 위 질문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학 전통에서 여성에 대한 이미지가 천사나 괴물, 착한 백설공주와 사악한 여왕 같이 극단적으로만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19세기 여성 작가들의 작품은 여성 동료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과 갈증, 남성 작가들로부터의 소외감, 독자의 반감으로부터 오는 두려움, 여성으로서 창조하는 것에 대한 불안 등으로부터 투쟁한 결과이며 예술가로서 자아를 정립하려했던 시도의 결과들이다.

 

 

오스틴은 무너진 건물 밑을 뒤지거나 (훨씬 더 과격하게) 스스로 건물을 부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 지붕의 한계와 불편함을 인정하면서도 그 아래에서 사는 법을 알아간다. 우리가 보았듯 오스틴은 그 건축물을 비웃기 시작하며, 그 건축물이 사실상 여성의 종속에 의존하고 있음을 정확하게 지적한다.

 

(p.256)

 

 

좋아하는 작가, 제인 오스틴의 시도를 예로 들고 싶다. 오스틴은 그 시대의 평범한 여성의 모습을 담아내면서도 당대 사회의 현실을 솔직하게, 냉정하게 폭로했다. '오만과 편견', '설득'과 같이 잘 알려진 작품 뿐만 아니라 그의 초기작부터 거의 모든 작품을 책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우리는 자아, 예술, 사회를 전략적으로 재정의함으로써 사회적 문학적 구속에서 벗어나고자 한 여성의 공통적인 투쟁 욕구를 들어 보이며, 여성 문학에서 발견한 놀라운 일관성을 설명하기로 했다.

 

(초판 서문)

 

 

서문에서 저자들이 밝힌 것처럼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19세기 여성 문학사를 총망라한 책이었다. 수많은 각주와 인용들을 통해 작품을 비평한 본문은 가볍게 읽히지는 않았지만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어야 할 책이었음은 분명했다.

 

19세기 여성 작가들을 두 명의 여성 저자들이 20세기에 탐구했고, 그 책이 다시 21세기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현재 21세기는 19세기에 비하면 여성 작가들의 활동이 자유로운 시대이다. 펜을 잡고 글을 쓰는 여성을 미친 여자로 취급하는 미친 사람은 이젠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여류작가'라는 진부한 용어가 문학계에 만연하고 등단을 위해 중성적인 이름으로 개명하는 작가가 현실에는 존재한다.

 

글을 쓰는 모든 여성들이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시대를 기대하며 <다락방의 미친 여자>가 모두에게 읽혀져 다음 세대로, 또 그 다음 세대로 이어지길 바래본다.

 

 

[정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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