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징어 게임이 단순한 판타지가 아닌 이유, 책 '오징어 게임 심리학'

글 입력 2022.09.0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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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속 인간 군상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기


*오징어 게임에 대한 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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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이 왜 흥행하였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인 흥행을 어느 누가 감히 예상할 수 있었을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정도의 예상은 할 수 있고, 기대는 할 수 있다고 보지만, 실제로 벌어진 흥행 범위 자체를 예상하기란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오징어 게임>의 성공 신화를 분석하는 일은 콘텐츠 업계의 큰 과업이었다. 예전 'BTS가 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는가?'에 대한 논문이 나왔던 것처럼 말이다.

 

학부생 시절, 해당 논문들을 찾아 읽어볼 일이 있었는데, 복합적인 이유 그 자체였다. 그만큼 '인기를 얻는다는 것', '흥행을 한다는 것', 구체적인 공식화를 할 수가 없다. 그저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맞아떨어질 때, 그것이 하나의 신드롬처럼 시작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는 계속 분석해야 한다. 여러 관점에서 말이다. 이는 하나의 사회 현상에 대한 학자들의 큰 과업일 것이다. 본 책은 이러한 <오징어 게임>이 불러일으킨 신드롬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분석한다.

 

 

[오징어 게임]이 작품 배경인 한국에서 거둔 성공을 분석하는 작업은 인류학자를 비롯한 사회학자, 역사학자의 몫이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전 세계 시청자들의 공감과 흥미를 이끌어 냈다면, 이번에는 철학자와 심리학자가 나설 차례다.

 

- 14쪽

 

 

본 책에서는 <오징어 게임>의 흥행을 분석한다기보다는, 조금 더 캐릭터들의 심리학적 부분에 대해 집중되어 있는데, 캐릭터를 분석하다 보면 대중들을 사로잡게 되는 포인트들이 하나씩 등장한다.

 

그중에서 가장 공감이 되었던 파트는 '선과 악'을 명징하게 나누지 않는다는 지점이었다. 기훈, 상우, 새벽, 일남, 미녀 등등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오징어 게임>에서 가장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은 누구일까? 그것을 판단하는 일에서는 각자의 도덕적인 가치에 따라 수많은 경우의 수가 등장할 것이다. <오징어 게임> 속 캐릭터들은 모두 입체적인 캐릭터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우는 굉장히 이성적이고 계산적인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어머니를 멀리서 바라보며 가슴 아픔을 느낀다. 동시에 게임에서 우승하여 멋진 아들로 돌아오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잠시 게임 밖에 나오게 되었을 때, 알리를 도와주기도 한다. 그런 상우가 알리를 배신하고, 새벽의 목을 그어버리는 것을 보면, 상우는 절대악처럼 보인다.

 

오징어 게임의 룰 속에서 상우는 누군가를 살리기도, 누군가를 죽이기도 했다. 기훈 역시 선한 의도로 일남과 짝이 되지만, 그 역시 일남의 오락가락하는 정신 상태를 이용한다. 거짓말만 하는 것 같던 미녀가 덕수는 자신의 손으로 죽인다는 다짐을 지킨 것처럼, 주요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예상외의 모습을 보인다는 지점이 대중들에게는 재미요소가 되는 것이다.

 

해당 캐릭터의 다음 행동을 쉽게 예상하지 못할 때, 대중들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뻔한 이야기가 되지 않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선과 악이 불분명한 이유는 본 드라마가 단순히 판타지에 기대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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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shimjeong, 출처 Unsplash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 장면은 왜 그렇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까? 아마도 어린 시절의 향수와 어른이 되어 맞닥뜨린 생존의 위협이 충돌하기 때문일 것이다.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누구나 한 번쯤 해 봤을 법한 어린 시절의 평범한 놀이다. 다만 어린 시절 놀이에서 '죽음'이 게임 종료의 은유적 표현이라면, [오징어 게임]에서 '죽음'은 실제적 의미를 지닌다.

 

- 114쪽

 

 

 

어린아이들의 게임이 어른들의 게임이 되었을 때, 바뀌는 것들.



<오징어 게임>은 계층에 관한 이야기, 사회적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어린 시절 하던 과거의 놀이'로 풀어내었다. 사실 지금의 초등학생들이 달고나 놀이를 많이 하는지는 알 수 없다.

 

나 역시도 교과서에서 더 많이 보았던 기억이 난다. 오징어 게임 역시 무한도전에서 등장했던 전통놀이로 기억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놀이를 잘 모르더라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고 말하는 순수해 보이는 영희의 목소리를 떠올려보면, 너무나 어린아이들의 놀이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이 지점에서 섬뜩해지는 부분이 생기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의 놀이들을 가져와 만들어둔 게임 세팅에서, 어른들의 대가는 실질적인 죽음이다. 그저 어린 시절 죽은 척하고 있다가 다음 판에 눈을 번쩍 뜨고 다음 판을 기다릴 수 없게 된 셈이다. 즉, 어린아이들 때에는 다음 판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다음 판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는 것이다. 참으로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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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tethanun, 출처 Unsplash


 

어린 시절 운동장에서 놀이를 할 때는 "네가 졌어, 넌 죽었다!"라고 말한다. "땡! 넌 죽었어!"라는 말을 들으면 숨을 조금 헐떡거리며 몇 초간 죽은 척을 하다 다시 게임을 시작한다. 그렇지만 [오징어 게임]에서는 정말로 죽는다. 그것이 어른의 게임이다.

 

- 115쪽

 


이 묘한 괴리감이 <오징어 게임>이 가지고 있는 가치 중 가장 매력적인 가치라고 생각한다. <오징어 게임>에 대한 평은 다양하게 갈린다고 생각한다. 재밌는 콘텐츠, 잔인하기만 한 콘텐츠, 취향에 맞지 않는 콘텐츠, 나의 평에 있어서도 <오징어 게임>은 엄청 좋아하는 콘텐츠는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게임의 종류가 한국 전통의 어린아이들이 하는 놀이였다는 지점은 호평 포인트다.

 

더불어, 결말부에서도 답답하고 찝찝한 기분에서 마무리 됨에 아쉬웠는데, 본 책에서는 말한다. 기훈이 그렇게 얻은 돈으로 행복할 수 없다는 점, 돈이 곧바로 행복의 지표가 될 수 없다는 지점을 결말에서 보여준다는 점이었다. 살아남은 자가 가지는 트라우마가 기훈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기훈의 방향성이 사랑하는 딸이 아니라 또 다른 오징어 게임으로 향하게 되는 이유는 '살아남은 자로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어른이기에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오징어 게임이 어른들의 게임이기 때문에, 살아남은 어른들은 무언가를 바꾸려고 하는 사람이 되어, 그런 끔찍한 게임의 연속성을 깨부술 수 있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경찰인 준호의 형, 검정 가면을 쓴 프런트맨이 하지 못한 것을 기훈이 하려 한다. 이것이 어린이들의 게임에서 어른들의 게임이 되어 바뀐 것 중 가장 큰 것이라고 생각한다.

 

*

 

본 책을 통해, 2021년의 화제작 <오징어 게임>을 다시 한번 복기해 보는 경험을 가졌다. 모든 캐릭터들의 심리학적인 분석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은 아쉬움이다. 좀 더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결핍이나, 심리학적으로 그들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것들이 디테일하게 다뤄졌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하나의 작품에 등장하는 심리학적 포인트를 짚어볼 수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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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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