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가 알아야 할 자연이라는 언어 -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임무들에, 스스로 만들어낸 일에 정신이 팔린 사이, 어느 날 갑자기 자연은 다시 바뀐다." - 맥스 모닝스타
글 입력 2022.07.2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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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의 펜데믹은 누가 만들었는가. 단언 인간이며, 우리는 그것과 지금까지 싸우고 있다. 그런데 당장 마스크를 쓰고 나가서 볼 수 있는 나무, 새, 연못 등은 어떠한가. 그들, 자연은 무심히 그저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뉴스나 기사나 기고문마다 "이것은 우리가 아는 (   )의 종말인가?"라고 묻는다. 갑자기 바람이 불면서 저마다 보금자리를 찾아다니는 민들레 홀씨들이 공중 가득 눈송이처럼 소용돌이쳤다. 날개 달린 단풍나무 씨앗 하나가 나무에서 떨어져 내가 읽고 있던 책 위에 내려앉았다. 세상은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p.18

 

 

2020년 나는 코로나19 관련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우리는 위험 속에서'라는 제목으로, 전 세계적 재앙 속에서 우리가 알게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그중 하나가 '지구에서 인간의 역할'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간의 활동이 멈춘 짧은 몇 개월간 지구엔 변화가 찾아왔다. (여기서 지구는 인간이라는 작은 일부를 제외한 자연과 같은 것들이고 보면 된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산란철에도 루샤쿨야 해변으로 돌아오지 않던 바다거북들이 코로나19로 해변 출입이 금지되자 다시 돌아왔고, 중국의 여러 공장이 운영을 중단함에 따라 중국 전역의 이산화질소 농도, 그리고 그것으로 피해를 봤던 한국의 미세먼지, 환경오염이 잠시나마 확실하게 멈춘 것이다.

 

그렇게 인간이 지구에게, 지구에서 인간이 어떤 역할인지를 충분히 생각게 해준다는 내용의 글을 쓰고, 난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 <치료탑 행성>의 일부가 떠올랐다.

 

 

'이 지구에서 인간이라는, 의식을 지닌 생물이 출현한 것은 실수였다. 이런 제라늄이나 호랑무늬 고양이 같은 생물이 수천만 년, 수억만 년, 날이 맑으면 그저 멍하니 햇볕을 쪼이고, 비가 오면 마른 곳을 찾아 잠을 청하고 또는 잠에서 깨어나고, 그러다 밤이 되어 나무 구멍 같은 데서 깊이 잠들어도, 바람 소리가 세차면 몸을 움칠거리고. 그저 그런 식으로 긴긴 세월이 흘러가는 편이, 지구에서 차라리 가장 좋은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째서 인간 같은 의식을 지니고, 천박한 생각을 하고, 무수히 많은 것을 만드는, 게다가 많은 것을 파괴하는 생물이 필요했던 것일까?

 

- 치료탑 행성 p.15

 

 

우리 인간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에겐 인간은 영화로 치면 엄청난 악당이 아닐까. 하지만 자연은 우리가 그렇게 자신들을 못살게 굴어도 아무런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러다 스스로 위험에 처하든 말든 말이다. 어릴 적 가장 무서웠던 엄마의 모습은 내가 잘못을 했는데도 아무 말씀이 없는 것이었다.

 

경이로운 _ 평면(띠지유).jpg


 

책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는 다양한 분야에서 선구적 활약을 펼친 작가 21명이 에머슨의 <자연>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기후변화와 식량위기, 그리고 근 몇 년간 세계를 뒤흔들었던 코로나19와 같은 환경문제에 대한 인류세 시대 작가들의 성찰, 그리고 응답의 기록이라 할 수 있으며, 또는 지구를 위한 (곧 우리를 위한) 탄원서라 할 수 있다.

 

*인류세: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게 된 시대를 말한다.

 

에머슨은 "자연은 하나의 언어이며, 우리가 새롭게 배우는 사실은 모두 하나의 새로운 말이다."라 하였다. 그래서 그는 그 언어를 배우고 싶고, 그 이유가 새 문법을 알기 위해서가 아닌 "그 언어로 쓰인 위대한 책을 읽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필자는 에머슨이 말한 그 '문법'이 '자연을 이해하고 사용하고자 하는 방법의 기초'라 생각했다. 지금껏 우리 인간은 자연을 온전히 바라보기보다, 어려운 문법으로 자연을 이용하고 파괴해왔으니 말이다.

 

그렇게 문법이 아닌 '자연' 그 자체의 언어를 배움으로써 '자연'이라는 위대한 책을 읽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

 

자연우리에게 무엇인가? 

 

「광대무변한 야외라는 그들(인종차별주의자)의 멋진 풍경 속에 내 자리는 없다. 내가 자연의 질서에 가장 감사할 때는 그런 숨 막히는 만남 후다. 자연은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 나를 적대시 하는 사람들에게도 자연은 같은 것을 제공한다. 자연은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 그들이 나를 보지 않으려 할 때도 자연은 나를 볼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 후안 마이클 포터 2세

 

「우리가 누릴 자격이 없을 때조차 대지는 우리에게 그것들을 베푼다. 나는 내 아이들을 조건 없이 두려움 없이,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사랑한다. 어머니 대지가 그런 사랑을 가르쳐주었다.」 - 몰리언 데이나

 

「 계절은 자연의 시계이자 달력이다. 우리는 그 안에서 살고 자연의 단계들을 중심으로 돈다. 나는 계절을 밀어낼 수도, 끌어당길 수도 없다. 걸음을 늦추라거나 서두르라고 설득할 수도 없다. 자연은 지극히도 아름답고 잔혹하며, 내가 아무리 무수하게 애원해도 통보도 없이 나를 버려둔 채 나아가고 변화해왔다. 자연은 자애롭지도, 악의적이지도 않으며 무심할 뿐이다. 우리는 전체의 일부이고, 자연은 그걸 안다.」 - 맥스 모닝스타

 

「 "너는 대양의 물 한 방울이 아니라 한 방울의 물속 대양이다." 라고 말하는 루미는 에머슨과 유사한 방식으로 개별 존재의 세계를 확장시킨다. 에머슨이 꿈꾸는 세계에서 우리는 빛을 함께 나누는 개개 별들의 은하계다. 루미의 세계에서 우리는 한 방울의 물인 동시에 대양이다.」 - 알리레자 타그다라

 

*

 

우리 자연에게 무엇인가? 

 

「자연은 인간이 만들지 않은 부분이다. 공포와 미신이 대부분 지식으로 대체된 것은 잘된 일이나, 그 지식에 오만이 아닌, 겸허함이 수반되었다면 우리는 더 안전한 위치에 설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성숙함과 지배력 (자연의 지배력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지배력)을 증명해야만 합니다.」 - 레이철 카슨

 

「"인간은 지상의 유일한 종이 아니다. 그런 척하고 있을 뿐이다." 이 재치 있는 말은 우리 종의 오만이 다른 동물들과 자연,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얼마나 심각한 해악을 끼쳐왔는지를 강조한다. 우리의 특권의식과 다른 종들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일상의 많은 부분에 반영되어 있으며, 그중 하나가 바로 '무엇을 먹는가'이다.」- 진 바우어

 

「콘크리트 패드, 폭발성 가스, 준설 토사, 불도저로 파헤쳐진 습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액수의 돈, 정부의 결탁, 그리고 백색의 F-350 디젤 트럭 군단.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이 새들을 보라. 이들의 영광을, 이들을 해하려는 음모의 죄들을 보라. 자연은 인간에게 옳고 그름의 법칙들을 우레와 같은 소리로 알린다. 동이 틀 때 습지가 어슴푸레하게 빛나며 노래하는 건 옳은 일이며, 그래야만 한다. 그 기쁨, 그 아름다움, 태고로부터 이어진 그 절박한 생명들을 파괴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다.」 - 캐슬린 딘 무어 & 에린 무어

 

이 외에도 더 많은 작가를 통해 자연을 몸소 느끼는 체험까지 할 수 있는 책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너무 '인간과 자연'에 초점을 맞춰 다소 감정적으로 책을 정리한 것 같지만, 오로지 자연만을 노래한 에세이들도 많다. 그곳에선 또 다르게 자연의 경이로움과 신성함에 기대어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다. 자연의 가르침, 그리고 자연을 위한 누군가의 절박한 목소리, 이 모두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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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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