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때론 삶은 광기 [공연]

모두가 기다려온 완벽한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글 입력 2022.06.0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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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이라는 시간동안 기다린 공연을 보는 것만큼 설레는 일이 있을까.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이 6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강렬한 기타 연주와 함께 무대에 조명이 들어오고, 첫 넘버 ‘그저 또 다른 날’이 시작된다. 굿맨 가족의 평범한 일상이 그려진다. 행복해 보이는 엄마와 아빠, 딸과 아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평범한 모습 이면에는 각자의 상처와 어려움이 있다. 굿맨 가족에겐 16년 전의 한 사건이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굿맨 가족의 꿈은 그 사건 이후 16년째 조울증을 앓고 있는 엄마 ‘다이애나’를 ‘정상’으로 되돌려 단란하고 ‘완벽한 가족’을 완성해내는 것이다.


 

다들 너무나도 완벽한 내 가족 / 내겐 매일 너무 행복한 날들 …

오늘도 똑같은 하루 / 같은 하루 / 그저 하루 / 괜찮아 버틸 수 있어 / 완벽한 가족 돼볼래

 

- 그저 또 다른 날

 


완벽과 정상, 완성. 아빠 ‘댄’은 그것을 위해 살아왔다. 오랜 시간 다이애나를 돌보며 집에 불을 켜왔다. ‘집에 불이 켜진 건 그곳에 사람이 산다는 증거’이니까, 댄은 살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엄마의 병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환경에서 자라온 딸 ‘나탈리’는 가족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다. 나탈리는 차라리 사라지고 싶다고 말한다.

 

이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느낀 가족들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 댄은 실력 있다는 의사를 찾고, 다이애나는 다시 치료를 시작한다. 상담 치료로 개선이 안 되자 부부는 고민 끝에 전기 치료를 선택한다. 다른 기억도 함께 사라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더 나아질 것이란 희망으로 치료를 받는다.

 

상처를 지우고 다시 시작하는 것, 완벽한 삶으로 나아가는 것. 가족들은 그것을 원했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실패한다. 아무 기억도 없는 다이애나는 다이애나일 수 없었으며, 결국 다이애나의 기억과 상처, 고통은 다시 돌아온다.

 

상처를 덮어놓은 채 살아가는 것, 상처를 완벽히 없애는 것, 그건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극 내내 완벽하고 정상적인 가족과 삶을 위해 애쓰던 인물들도 결국 그 불가능함을 깨닫고, ‘아픔은 삶의 일부’라 고백한다.

 

가족들의 상처와 트라우마는 아마 영원히 인물들의 삶에 남아 영향을 끼칠 것이다. 가족들은 여전히 고통스러울 것이고, 때론 미쳐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실패와 절망 끝에 다이애나는 상처를 껴안은 채로 살아갈 용기, 모험할 용기를 얻었다.


 

난 산을 꿈꿔 아픔까지 / 산은 무서웠지 미칠 것처럼 / 여긴 안전한 땅이 내 발 밑을 지켜 / 이곳은 늘 평온해 / 고요한 정적뿐 모든 게 완벽해 / 하지만 다 허상 – 난 산이 그리워

 

계속 아프겠지만 / 우리 견뎌봐 다른 길은 없어 – 어쩜(Next To Normal)

 


다이애나는 집을 떠나기를 선택한다.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완벽한 가족’이라는 프레임으로 다이애나를 옥죄어 오던 집을 떠나 ‘무서웠던 산’, 자신의 삶을 다시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다이애나가 떠난 후, 댄은 집 안의 모든 불을 끈 채 홀로 앉아 있다. 가족들의 바람과는 달리, 결국 ‘완벽한 가족’ 같은 모습과는 한참 떨어져 보이는 결말을 맞았다. 그러나 그런 댄의 곁으로 나탈리가 다가오며 불을 켜라고 말해준다. 나탈리의 위로에 힘입어 댄은 상담을 시작한다. 지금껏 다이애나를 돌보느라 등한시해왔던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돌아본다.

 

더 나아지기 위해 발버둥 치던 가족들에게 남은 것은 여전한 상처와 광기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광기조차 함께 견디는 서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굿맨 가족은 겉으로 보기에 완벽해보이지 않을 뿐, ‘Next to Normal’의 가족이다. 때로는 ‘광기와 엉망이 완벽일 수 있’으니까, 그렇게 그들은 그들만의 ‘완벽한 짝’, ‘완벽한 가족’이 된다. 평범해보이진 않지만, 평범 근처에서 그들만의 모습으로, 그들만의 삶의 방식으로 어둠을 헤치고 싸우며 한 줄기 빛을 향해 나아간다.


 

너를 위한 완벽한 짝이 될게 / 네가 미쳐 가면 같이 미쳐 줄게 그래 / 때론 삶은 광기 / 미치는 건 나 자신 있어 / 광기와 엉망이 완벽일 수 있어 / 그러니 난 너의 완벽한 짝

 

- 헤이 #3 / 완벽한 짝(리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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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투 노멀>을 6년 동안 기다려왔던 건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상처를 극복하고 행복해져야만 한다고 강요하지 않는 이야기가 필요했다. 광기와 엉망을 삶의 또 다른 모양으로 바라봐주는 이야기가 필요했다. 아픔과 슬픔 또한 삶의 일부이기에 계속해서 그것들과 싸우고 버텨야한다는 삶의 진실을 알려주는 극의 태도가 그리웠다. 그리고 그 모든 걸 끌어안고 ‘한 줄기 빛’, 그 희미한 빛을 바라보며 ‘어서 오라’고 이야기하는 인물들을 보고 싶었다.

 

자신의 삶이 엉망인 것만 같은 사람들에게, 싸우고 버텨야하는 삶이 벅찬 사람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관객들에게 <넥스트 투 노멀>은 아마 ‘완벽한 뮤지컬’이 될 것이다.


 

남편 아들 딸 아내 / 다들 힘겹게 버텨 / 싸워야 올 / 한 줄기 빛 / 한 줄기 빛 / 어서 오라 / 한 줄기 빛

 

- 빛

 


[정다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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