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밤 하늘을 바라보는 순수한 영혼, 호안 미로: 여인, 새, 별

"그림은 상상력을 풍요롭게 해야 해."
글 입력 2022.05.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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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의 거장이자 끊임없는 예술적 실험으로 자유를 노래했던 스페인 출신의 화가 호안 미로. 지난 4월부터 마이아트 뮤지엄에서 진행 중인 이번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 전시는 바르셀로나 호안 미로 미술관과 공동 주관으로 개최되었다.

  

이번 전시에선 그의 작품 활동 후반기 40년에 걸쳐 완성된 예술적 모티프와 개성 있는 화풍을 감상할 수 있으며, 유화부터 판화, 태피스트리, 조각 등 오리지널 작품 70여 점을 만나 볼 수 있다.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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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 미로의 작품은 독특하다. 기존 회화가 추구하던 문법과는 정반대의 방향을 추구한다. 캔버스 위 요소들은 제각기의 모습으로 춤추고 움직이며 역동적인 모습을 뽐낸다. 일정한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모습이 꼭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 같기도 하다.


 

"새는 우주를 날아다니며

우리를 속세로부터 자유롭게 하고

환상과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

 

 

호안 미로는 작품 속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징물을 녹여냈다. 새, 여성, 별, 달, 우주는 그의 작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달골 손님이다.

 

그중에서도 새에 대한 미로의 애착은 남달랐다. 새는 자유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물로 세속적인 현실을 벗어나 해방된 존재다. 미로는 스페인 전쟁을 비롯한 세계 대전을 생생히 겪었기에, 그림 속 새는 전쟁과 고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의 열망이 녹아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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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그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여성은 우주를 상징한다.

 

[아름다운 모자를 쓴 여인, 별]은 청명하고 푸른 색감 덕에 유독 눈에 띄던 작품이다. 빨갛게 채워진 여성의 몸통은 강인한 생명력을 뿜어내는 듯했고, 별을 상징하는 * 모양은 존재감을 단단히 드러내고 있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밤 하늘에 빠져드는 듯 몽환적인 기분이 들었다.

  

그는 때로 스케치 없이 작품을 완성해나갔는데, 한 요소를 먼저 그리고 이에 어울리는 구성을 하나씩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그래서인지 캔버스 위 요소들은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멈춰 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생동감과 에너지를 뿜어낸다. 그들은 마치 밤 하늘을 부유하는 별처럼 자유롭다.

 

 

 

캔버스 위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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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은 건 시 뿐이었기에,

작품에 시적인 제목을 붙였다."

 


호안 미로의 작품을 바라보면 꼭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시가 독자에 따라 각기 다른 모양으로 해석되듯, 미로의 그림도 누가 해석하느냐에 따라 자유롭게 변한다. 덕분에 관객은 상징물을 하나씩 음미하고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고민하며 무한한 상상력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그는 실제로도 시를 무척 좋아하여, 1910~20년대 다양한 예술 집단을 비롯한 시인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독창적인 방식으로 자신만의 화풍을 완성했다. 시인들이 모여 창간한 잡지 표지를 디자인하거나 삽화를 싣는 등 시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보여주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관습을 벗어난 예술적 실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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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 미로는 1930년대 부르주아 사회를 지지하던 르네상스 회화 방식을 부정하며 ‘회화의 암살’을 선언했다. 그의 그림에선 원근법도 중력도 중요하지 않다.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된 상징물이 자유롭게 춤추고 있을 뿐이다.

 

벼룩시장에서 값싸게 구매한 그림 위에 자신의 그림을 얹어 새롭게 탄생시킨 [오리들의 비행, 여인, 별]은 미로의 창의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가 관습적인 그림에 얼마나 회의를 느꼈는지 알 수 있다.

 

미로는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들과 교류하면서도 미국 현대 미술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잭슨 폴록의 추상표현주의에 영감을 받아 직관적이고 즉흥적인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회화 방식에서 벗어나 관습에 구애받지 않는 호안 미로의 이러한 파격적인 접근 방식은 현대 회화의 큰 특징으로 자리 잡아 후대 예술가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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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는 회화 작품에만 머무르지 않고 판화나 조각, 세라믹, 직물 등의 재료를 활용해 끊임없이 실험을 진행했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물체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온갖 사물을 수집하고 보관한 뒤 이리저리 조합하며 새로운 오브제를 탄생시키곤 했다.

 

그는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녹인 금속으로 오브제를 제작했고, 오래된 유물 같은 느낌을 내기 위해 고의적으로 빛바랜 느낌을 더하기도 했다. 추후에는 화려한 원색으로 색칠한 키치하고 독특한 조형물을 제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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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마지막 코너에는 호안 미로의 작품을 스페인 현지에서 한국으로 배송할 때 사용했던 컨테이너가 놓여 있었다. 단순한 철제 상자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강렬한 붉은색 덕분인지, 마치 예술작품처럼 자연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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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더하기 2는 4가 되지 않아.

회계사들만이 그렇게 생각하지.

그림은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아.

그림은 상상력을 풍요롭게 해야 해."

 

- 호안 미로

 


8살 때부터 그림을 그렸으나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로 한때는 회계사의 길을 걸어야 했으며, 몇 차례의 참혹한 전쟁을 겪으며 불안한 나날들을 견뎌야 했던 호안 미로.

 

늘 진정한 자유를 갈망했던 그는 그림을 통해 간절한 소망을 담아냈다. 관습에 구애받지 않는 호안 미로의 독창적인 예술관은 지금도 많은 예술가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쳤다면, 호안 미로의 그림을 통해 잠시 멀리 떠나보는 건 어떨까. 잠시 어린아이가 되어 순수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지도 모른다.

 

전시는 9월 12일까지 마이아트 뮤지엄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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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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