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환상을 현실에서 "팀 버튼 특별전"

기괴함의 매력, 팀 버튼
글 입력 2022.05.2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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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 전시회가 10년 만에 돌아왔다. 그의 인생과 작품관을 엿볼 수 있는 이 전시회는 총 9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영화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테마로 붉은 벽에 눈 내리는 영상을 사용해 환상적으로 꾸민 공간도 있는가 하면 팀 버튼의 책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을 테마로 한 공간, 그동안 만들었던 다양한 영화의 피규어, 스토리보드 등을 전시한 Film characters 섹션도 존재한다. 또, 여러 이유로 공개되지 못한 작품이나 그가 세계를 돌아다니며 스케치북, 호텔 노트지, 심지어 냅킨에까지 그려온 습작들도 만나볼 수 있다. 팀 버튼의 어떤 모습을 좋아했든지 간에 그의 작품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9 섹션 중 한 곳 이상에서 매력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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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섹션 Influence에 전시되어있는 영상 ‘샐러리 괴물의 줄기’는 치과를 배경으로 한다. 치과 의사가 샐러리 괴물을 데려와 환자를 기절시키고 치료 도구가 아닌 폭탄, 망치 등까지 사용하여 진료하는 모습은 치과를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두려움과 통증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다. 이가 시린 듯한 감각을 느끼면서도 이상하게 웃음이 나온다.


같은 섹션의 ‘무제 : 모데라 (Mothera)’는 여러 손을 가지고 있는 괴물 그림이다. 괴물의 손에 들린 물건들을 유심히 보거나 붙여진 제목을 보면 육아하는 엄마를 표현했다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살림, 육아, 청소하는 동시에 TV를 보고, 미용실에 가고, 아이에게 화를 내는 모습이 한 그림에 담긴다.


‘무제 (생명체 시리즈)’ 중에는 한 작품은 미키 마우스 모자를 쓴 괴물이 개성있는 형태와 색채의 캐릭터들을 현혹해 잡아먹는 그림다. 괴물의 항문은 천사의 모습이고 항문에서 나온 캐릭터들은 모두 네모난 갈색으로 변해있다. 색채가 짙어 다양성보다는 하나의 길을 추구하는 디즈니를 우스꽝스럽게 비판하는 이 그림 역시 오래 관람하게 된다.


이런 세 작품을 보면 팀 버튼의 유쾌함을 느낄 수 있다.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상황을 과장해 표현한 그림과 영상은 팀 버튼 전시회 곳곳에 등장해 웃음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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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을 전면에서 쏘아서 벽에 긴 그림자가 지게 만든 괴물 조형물 ‘세 개의 생명체’는 팀 버튼의 상상을 현실로 끌고 온다. 검은색에 눈이 여러 개이며 이가 뾰족한 괴물을 그린 ‘세 개의 생명체’는 그림으로 접할 때는 독특하고 귀여운 캐릭터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간보다 큰 조형물과 조형물 뒤에 아른거리는 그림자를 보면 침대 아래 괴물을 두려워하는 서양 아이가 된 기분이다.


팀 버튼 특별전은 이렇듯 조형물과 다양한 장치를 활용하여 관객이 팀 버튼 세계관을 직접적으로 느끼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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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팀 버튼 전시회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음침한 색감과 독창적인 캐릭터, 무엇보다 그런 우중충한 분위기와 다르게 발랄한 음악을 사용한 ‘크리스마스의 악몽’에 푹 빠졌던 학생은 10년 전에 열었던 팀 버튼 전시회를 다녀왔었다. 그런 만큼 이미 한 번 본 감독의 전시회가 새로울지 헛되게 고민했었다.


같은 고민을 한 사람이 있다면 전혀 걱정할 것 없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때는 만나지 못했던 작품들, 새롭게 추가된 작품이 많으니까. 또, 긴 세월에도 잊히지 않을 만큼 기억에 남은 작품은 그때와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어 전시회를 두 배 즐길 수 있었다.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스탠리 보이’ 등의 그림과 작품은 이전에 보았던 전시와 흡사했다. 예전과 달리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굴 소년, 스탠리 보이의 이야기는 많은 이유로 외면받고 소외당하는 아이들을 떠올리게 했다. 어릴 때는 그저 기괴함에 매료되었던 이야기였는데 다시 보니 현실과 맞닿은 지점을 생각하게 된다니.


특히 하얀 집 내부를 볼 수 있게 설치된 조형물은 내내 팀 버튼 하면 떠오르던 대표적인 이미지여서 다시 만나 반가울 지경이었다. 회색 로봇 아이의 충격 받은 표정과 대비되는 크리스마스 풍경의 화려한 집이 대비를 이루는 이 작품은 이유 없이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모든 색채를 조명에 빼앗긴 거 같아서 그랬을까. 지금은 그러한 대비가 으스스하고 약간은 폭력적으로까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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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스탠리 보이’처럼 ‘빈센트’ 영상에도 환영받지 못하는 소년이 나온다. 그림도 좋아하고 책도 곧잘 읽지만 자신이 괴짜 과학자이길 바라는 빈센트. 그의 이야기는 어릴 적 무덤에서 놀았다는 팀 버튼 감독의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빈센트는 포우를 좋아하고 강아지를 좀비로 만들 거나 이모를 밀랍으로 만들어 버리는 다소 무서운 생각도 한다. 이런 빈센트의 괴짜다운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엄마가 그가 만든 상상 속 캐릭터를 무시하면서 아이를 억지로 현실로 끌고 온다.


특히 어릴 적엔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과 동떨어지는 일이 잦다. ‘빈센트’는 어른이 보기엔 단순히 상상 놀이일 뿐이지만 아이에겐 자신을 통으로 부정당하는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듯하다. 감독의 유년 시절 놀이를 단순히 표현하는 것 같으면서도 당시 타인들이 그를 얼마나 배척했을지 짐작하게 한다.


전시회는 ‘유령신부’, ‘비틀쥬스’, ‘빅피쉬’, ‘스위니 토드’, ‘찰리와 초콜릿 공장’, ‘혹성 탈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배트맨’, ‘프랑켄 위니’ 등 팀 버튼 감독의 작품 중 사랑하는 것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없이 만족스러운 공간이다. 영화를 찍을 때 실제로 사용된 피규어나 스토리보드를 보면서 가슴이 벅차오르는 게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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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 쓰였던 공동묘지 철창문은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을 크기다. 애니메이션은 작고 아담하게 만들 거란 편견을 깬다. 또 ‘크리스마스의 악몽’에 나오는 시장은 수 개의 얼굴을 매번 다르게 끼울 수 있도록 피스로 되어 있어 스톱 모션 작업 방식을 짐작케 한다.


비단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 아니더라도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의 이미지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나 특수 분장을 위한 피규어가 전시되어 있다. ‘화성침공’의 뇌가 드러난 초록색 머리의 외계인 형상은 꼭 실존하는 외계인을 박제해둔 것처럼 기묘하다. 금방이라도 살아서 눈을 굴릴 것처럼 생생하다.


영화 ‘빈센트’의 캐릭터 피규어나 실제로 작품이 만들어지지는 못한 ‘해적’ 캐릭터 피규어를 보고 있으면 팀 버튼이 그린 그림을 어떻게 현실로 정밀하게 옮기는지 알 수 있다. 선 하나하나, 색칠하는 방식 하나하나까지 모두 신경 쓴 것이 느껴진다. 그림에서 느끼는 펜 특유의 거친 선이나 불안한 이미지기 그대로 반영되어 3D로 만들어졌음에도 2D, 그림을 보는 것 같은 기묘함이 전시회에 설치된 조형물 대부분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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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을 내밀고 전시회장에 들어가면 ‘비틀 주스’에서 볼 법한 장면이 나온다. 특히 뮤지컬에서 지옥으로 내려갈 때 나오던, 흑백의 바닥과 직사각형이 아니라 사다리꼴로 이리저리 뒤틀린 문을 닮았다. 안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빠져드는 것 같은 이미지.


바로 이번 팀 버튼의 전시회가 그렇다.좋고 나쁘고를 떠나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빠져들어 헤어 나올 수 없다. 그의 작품을 보았든, 보지 않았든, 그를 알든 알지 못하든, 전시회장에 들어가는 순간 다양한 작품과 그림에 세뇌당한 듯 매료되어 빠져나오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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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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