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유머와 공포의 조화 - 팀버튼 특별전 [전시]

글 입력 2022.05.1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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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 봉제선으로 엮은 흔적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인형들.

 

인간이 아닌 존재들로 가득한 팀버튼의 세계관은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특별한 세상이다. 그 세상이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는지, 그 시초부터 완성된 영화들까지 한꺼번에 만날 수 있던 전시회 <팀버튼 특별전>이다.

 

 


팀버튼의 아이들



팀버튼이 만들어낸 캐릭터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 같으면서도 평범한 사람과 비슷하게 살고 있는 친구들이다.

 

사실 원래의 나는 누가 봐도 귀여운 캐릭터들을 좋아한다. 유명한 헬로키티나 산리오 캐릭터, 스누피, 누구에게나 호불호가 없는 유명 캐릭터들만 좋아했던 나였기에 팀버튼의 아이들을 처음 마주했을 땐 꿈에 등장해 나를 괴롭힐 것만 같은 이미지로 ”낯섦”과 “경계심”을 크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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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처음 알게 된 작품은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이다.

 

학교에서 시험이 끝나 딱히 할 게 없었던 학기 말 즈음 겨울에 보여줬던 영화였는데, 그때 처음으로 귀여우면서도 약간은 해괴망측한 해골들을 보게 되었다.

 

크리스마스엔 누구보다 푸근하고 부드러운 빨간 옷 산타할아버지가 어느 동물보다 귀여운 빨간 코 루돌프와 함께 뛰어다니면서 전세계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그런 동화가 떠오른다. 그런데 제목엔 분명 크리스마스가 들어가는데 여기서 ‘night’가 ‘nightmare’가 되어 악몽 속 해골들이 등장한다는 게 어린 나에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마음이 평온해지고 안정되는 동화 애니메이션만 접했었기 때문에 더 충격이 컸다. 하지만 그 이후 학교나 집에서 팀버튼의 작품을 더 만나게 되었고 “유령신부” 등을 보면서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단순히 쓰윽 보기에는 친해질 수 없는 이미지지만, 작품의 내용을 보고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들을 보면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다.


전시회에서 들을 수 있었던 팀버튼의 목소리 중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괴물이 좋았고 무섭다고 느껴본 적 없다.

그리고 주위 인간보다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

 

 

나도 팀버튼만의 특이한 세계관 속 친구들을 만났을 때, 어린 아이들이 보면 울 것 같고 좀 위험한 애니메이션 아닌가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도 그의 영화들을 보면 볼수록 느꼈던 것처럼, 깜짝 놀라게 만드는 외적인 표현은 단지 겉모습에 불과한 것이었고, 그들의 행동과 말은 동화 그 자체였다. 외면도 보면 볼수록 귀엽게 느껴졌다. 처음의 낯섦은 역시 자주 보면 쌓이는 친숙함으로 사라져갔다.

 

팀버튼의 이야기를 사랑하는 모두가 아마도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

 

 

 

팀버튼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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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회엔 팀버튼의 다양한 실제 흔적, 기록들이 있다.

 

팀버튼 감독의 뮤직비디오나 영화 등 모든 창작품의 구성과 시나리오들을 하나하나 스케치북 종이에 그려서 시작하고 이로써 끝냈다는 게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만, 많은 것들이 디지털로 바뀌는 요즘, 이러한 방식을 꾸준히 고수했기에 남을 수 있었던 흔적들을 내가 만나볼 수 있다는 게 귀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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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섹션별로 분위기가 천차만별인 점도 좋았다. 빨간 바탕에 눈이 내리는 곳도 있고, 유머로 가득한 곳, 불쾌한 기운이 뿜어져나오는 곳, 괴기하면서 즐거운 곳 등등 팀버튼의 거대한 세계관에 들어간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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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 1은 ‘인플루언스’라는 주제 아래 가장 초기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팀버튼의 어린 시절 필기했던 노트와 드로잉 원본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고 이런 평범한 종이에서 시작된 팀버튼의 머릿속 상상력의 구현이 지금의 팀버튼 유니버스를 만들었다는 생각에 더 가치 있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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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의 예술세계의 가장 상징적인 테마는 유머와 공포의 융합이다. 이는 팀버튼의 캐릭터를 딱 보기만 해도 느껴지는 팀버튼 특유의 테마다.

 

눈코입이 비틀려져 있는 광대모습, 해골들, 봉제선 풍선 이라는 단어를 들어보면, 굉장히 그로테스크하다. 하지만 실제로 팀버튼이 그린 아이들을 보면, 그로테스크하지만은 않으며 유머를 갖춘 웃음이 나오는 설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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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화면상으로만 보았던 평면의 친구들이 입체적으로 구현되어 조형물로 설치된 것들을 보면서 “역시 캐릭터들은 실제로 빵빵하게 만들어야 더 매력이 살아나!”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현실과 동떨어진 괴물들, 해골들, 사물들을 캐릭터로 만들어내어 멀게 느껴졌었던 것과 달리 이젠 마냥 행복한 감정만을 느끼지 않고, 복잡한 감정을 모두 가지고 있는 표정의 아이들을 보면서 더 현실적으로 캐릭터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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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버튼의 아직 실현되지 않은 프로젝트들과 실현되지 못한 프로젝트의 흔적도 볼 수 있었다. 아이디어 발상 단계, 그의 콘셉이 반영되지 않은 프로젝트 등 여러 이유로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도 많다.

 

다양한 분야와 소재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캐릭터와 이야기들로 단 한 장의 그림만으로도 크나큰 상상력을 불러오고 감동과 발칙한 웃음을 느끼게 하는 그 팀버튼만의 개성 가득한 능력과 그 노력의 흔적들을 느낄 수 있었던 전시회였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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