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린이의,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를 위한 - 앤서니 브라운의 원더랜드 뮤지엄展

글 입력 2022.05.1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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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 익히 알려진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들이 한가득 채워진 <원더랜드 뮤지엄展>이 2022년 4월 28일부터 8월 31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의 대주제는 “세상과의 소통”으로, 앤서니 브라운의 신작 <넌 나의 우주야 Our Girl(2020)>, <어니스트의 멋진 하루 Ernest the Elephant(2022)>와 60점 이상의 원화를 상상의 공간 ‘원더랜드 뮤지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국내 다재다능한 작가들과 협업하여 미디어 아트와 놀이형 설치 작품 콘셉을 도입했고, 앤서니 브라운의 상상력 놀이인 ‘셰이프 게임’을 유명 셀럽들과 콜라보레이션하여 NFT 아트를 선보인다.


그림 안에 여러 디테일들을 숨겨놓는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우리는 자연스레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러한 대화는 앤서니 브라운 작품관의 핵심 요소로써 글과 그림 사이의 미묘한 간극을 상상력으로 채울 수 있게 도와준다. 이번 전시에 모습을 드러낸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들은 어른과 아이 모두가 함께 즐길만한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괜찮겠다.

 

그럼 이번 앤서니 브라운 <원더랜드 뮤지엄展>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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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 <원더랜드 뮤지엄展>은 다음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1. 프롤로그

2. 어니스트의 멋진 하루

3. 가족

4. 윌리

5. 어린이 눈으로 본 세상

6. 초현실주의와 셰이프게임

7. 앤서니 브라운의 동반자, 한나 바르톨린

8. 배경에 숨긴 디테일

9. 고릴라와 꼬마곰

10. 앤서니 브라운의 빌리지

11. 셰이프게임

12. 에필로그

 


섹션이 조금 많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한 섹션 당 배정된 작품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리 부담 없이 전시를 즐길 수 있다. 더불어 국내 작가들과 협업한 독특한 컨셉의 작품들과 아이들을 위한 공간도 많기에 즐기는 마음으로 전시를 관람하면 된다.


처음 나의 눈을 사로잡은 작품은 < Ernest the Elephant 2022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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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2020년 신작이기도 한 그림책, ‘어니스트의 멋진 하루’의 삽화를 담은 위 작품에는 어두컴컴한 정글 속 외로워 보이는 코끼리인 어니스트가 등장한다. 하지만 홀로 덩그러니 놓인 어니스트 주변은 형형색색 다채로운 색을 지닌 꽃과 나무들이 등장하는데, 그 모습은 ‘절망 속 희망’과 같은 단순한 이미지부터 ‘고독 저편의 연대’, ‘몰개성과 특수성’, ‘꿈과 열정’ 등 다양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어니스트의 모습에서 관람객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어니스트는 앤서니 브라운이 그림책 작가 지망생 시절 그렸던 아기 코끼리와 똑 닮아있다. 어린 시절 그렸던 아기 코끼리가 지금에 와서는 어니스트라는 이름으로 재창조된 것이다.

 

즉, 앤서니 브라운에게 코끼리는 그의 인생을 총망라하는 대표적인 아이덴티티다. 꿈 많고 열정밖에 모르던 한 청년에서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가 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어니스트의 멋진 하루’는 누구에게나 마법 같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금 당장은 외로울지라도 결국 언젠가는 좋은 날을 맞이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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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상상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순수함이 잔뜩 느껴지는 그의 작품들은 보는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천진난만한 작품 속 인물들의 모습, 사고방식을 뒤트는 엉뚱하고 우스꽝스러운 표현 방식에 다채로운 색감을 잘 활용하는 앤서니 브라운의 개성까지 더해졌기에 그의 세계관은 시대를 넘나드는 소통을 창조해낸다.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그의 작품 앞에서는 모두 동등한 존재가 된다. 그것이 어쩌면 동화의 순기능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순수함에 스며들어 어느샌가 나도 어른이가 되는 것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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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앤서니 브라운의 세계는 따뜻하다. 누구 하나 소외되는 존재가 없고 그림책에 등장하는 모두가 주인공이 된다. 정 없는 사회에 온기를 불어넣고 그림자만 지던 골목에 빛을 드리우며, 얼어붙은 마음에 조그만 불씨를 가져다준다. 함께 울고, 함께 웃는다. 우리가 잊어가던 것들, 잊고 살게 된 것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며 그것을 잊지 말자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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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작품들을 보며 생각이 깊어졌다. 결국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작품을 만드는 그림책 작가는 세상의 순수함을 전달하는 운명을 짊어지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서.

 

현실에 체념하고 사회화가 진행되며 볼 꼴 못 볼 꼴 다 보며 자란 우리 어른들이 이제 막 피어나는 어린 새싹들에게 전달하는 모든 것에는 분명 좋지 못한 세상의 그을음이 섞여 있을 것이다. 세상의 밝은 면을 보고 자라도 모자랄 어린아이들에게 그것은 그렇게 좋은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뒤틀린 그림자를 보고 자란 아이는 그것을 세상 전부라 인식하게 되고, 이는 아이 전 생애에 큰 영향을 끼친다.


빠른 시일 내에 현실의 그을음을 경험하는 조숙한 아이들이 많아진 세계다. 그건 분명 우리의 잘못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책임을 내려놓지는 못하겠다. 책임과 속죄를 온전히 짊어지겠다고 자신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렇기에 할 수 있는 한 애써보겠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앤서니 브라운의 순수함이 아이들에게 그림책의 형태로 전달되었듯이.


그리고 그런 노력의 일환은 벽에 걸린 작품들의 높이에서도 추측해볼 수 있었다. 전시를 즐기는 주체는 어른이 맞지만, 이번만큼은 아이들도 쉽게 관람할 수 있게끔 낮은 위치에서도 작품이 잘 보이게 설계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특히 이번 전시가 좋았다. 내가 불편한 만큼 아이들이 편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조용히 관람해야 한다는 전시의 정숙함을 깨부수기 위해 조금 시끄러운 전시 작품들과 콜라보를 한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셰이프 게임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섹션과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에서 놀 듯 즐길 수 있는 섹션을 따로 마련한 것도, 전시 안내를 도울 화살표조차 귀여운 바나나 모양으로 설정한 모습도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지는 요소였다.


어린아이들만의 특성을 공격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어남에 따라 편리함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또 비하의 의미를 담은 ‘잼민이’라는 표현이 일상어처럼 쓰이고 노키즈존이 시나브로 늘어가는 시대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마따나, 우리 어른들의 필연적 역사였던 ‘어린이’가 점점 사회에서 배척당하는 모습을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걸까. 어린 시절을 통째로 부정당하며 조롱당하는 지금의 어린이들은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게 될까.


앤서니 브라운 <원더랜드 뮤지엄展>이 그에 대한 좋은 대답이 될 것이다.

 

 

[박세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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