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Welcome to the Wonderland Festival! [공연]

사라졌던 우리의 일상이 돌아왔다
글 입력 2022.05.06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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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land Festival 2022가 개막했다. 4월 30일과 5월 1일, 이틀 동안 열리는 이번 페스티벌에 초대된 귀인들은 모두 24팀으로 내가 참석한 4월 30일에는 신예찬 & 최상엽, 박주원, 김주택, 정필립 & 한태인, 해나, 이석훈, 선우정아, 렌, 규현, 라포엠 이렇게 11팀이 자리를 빛내주었다.

 

4월 30일 페스티벌 시작 시간인 13:00에 맞춰 올림픽 공원에 도착한 나는 손목밴드를 두르고 성인인증 부스를 거친 후에 메인 게이트에서 입장을 기다렸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목에 메고 다닐 수 있는 팜플렛을 하나씩 나눠주었는데, 해당 팜플렛에는 페스티벌의 문을 여는 서문, 운영 안내, 반입 금지 물품, 라인업, 공연 순서, 부스 안내 지도가 나와있어 줄을 기다리는 동안 대략적인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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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게이트 풍경. 내가 간 타임이 극초반이어서 그런지 줄이 그리 길지는 않았다. 오히려 올림픽 공원에서 진행 중이던 다른 행사 줄이 더 길어서 조금 여유를 부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 있던 줄에서 슬그머니 빠진 후 라인업을 파악하고, 아티스트 공연 순서를 확인한 후에 주변을 쭉 둘러보았다.

 

분주히 오가는 관리자와 매니저들, 바리바리 싸들고 온 짐을 들고 게이트로 향하는 사람들, 신분증을 확인하고 예매 티켓 밴드를 건네주는 스텝들, 현장의 분위기를 담아내기 위해 이리저리 사진을 찍는 관람객들 모두의 모습을 천천히 눈에 담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애쓰는 장면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웃음을 짓는 모습도 너무 오랜만이었고. 사람 사는 세상이다, 라고 느낄 만한 풍경을 이제서야 보게 되다니. 오래도록 그리워했고 간절히 바라왔던 지금 이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이 날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을 기억하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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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확인을 하고 들어가니 이미 12:40부터 신예찬 & 최상엽 듀오가 잔디마당의 분위기를 서서히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사람들이 꽉 차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돗자리를 깔고 앉은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오랜만에 열린 페스티벌의 신선한 공기를 한껏 들이키고 있었다. 아마 모두가 느끼고 있으리라. 이 자리에 앉은 모두가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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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착석해 올려다 본 하늘은 조금 흐렸다.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따스한 빛이 내리쬐는 날씨도 아니었다. 14:00의 날씨는 그래서 딱 좋았다.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은 딱 적절한 지점이 절충된 상태. 페스티벌을 즐기기에는 이만한 날씨가 없다고 생각하던 차에 박주원 기타리스트의 연주가 내 마음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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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집시 기타계 1인자인 그의 연주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내가 좋아하는 멜로디를 담고 있었고, 그에따라 난 무아지경으로 그의 세계에 빠져들고 말았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오랜만에 느껴보는 사람 냄새 때문인지, 아니면 단지 내 기분이 좋았던 탓인지, 정확히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다.

 

이유를 따지려 하는 것보다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관객이 그렇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 공연 예술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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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2년 만의 페스티벌이군요."

 

이번 WONDERLAND FESTIVAL을 찾은 아티스트들이 감격에 찬 눈빛으로 내뱉은 첫 마디는 "그리웠어요."였다. 관객들도 그에 화답하듯 두 눈을 빛내며 무대 중앙에 선 그들의 시선을 따라간다. 작은 제스처 하나하나 오래도록 눈에 담아둔다. 생생한 교감과 즉각적인 반응, 그리고 2년 만의 눈맞춤을 잊지 않으려는 듯이.

 

짧게 호흡을 내쉰 아티스트들은 뒤이어 '오랜만이어서 떨린다'는 반응을 내비친다. 2년간 열리지 않은 페스티벌은 무대가 익숙한 아티스트들마저 지금 이 자리를 낯설게 만들었나보다.


짧다면 짧은, 그리고 길다면 긴 2년이다. 여지껏 픽셀과 숫자로 이루어진 디지털 신호로만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을 뿐이지, 이렇게 생생한 모습으로, 그 어떤 가림막이나 경계선 없이 한 공간 내에서 우리가 마주한 적이 있었던가. 

 

오랜만에 만난 관람객들을 천천히 둘러보던 아티스트들은 돗자리를 펼치고 앉은 관객들을 보며 읊조리듯 이야기한다. 

 

"이게 얼마만이에요. 만나서 반가워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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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이 어느 정도 들어찼을 때부터 날이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 날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을 할 때면 언제나 하늘은 내 바람과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일을 꾸며놓는다. 먹구름이 잔디마당의 하늘을 집어 삼키고 만 것이다. 에이 설마, 에이 설마, 했는데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결국 우리들 사이를 갈라놓고 말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럴 때를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우산을 펼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어떤 이는 겉옷을 머리에 두르고, 어떤 이는 가방으로 비를 피했다.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은 내가 참 밉다는 생각이 들 때 쯤, 하늘은 그런 나를 이해한다는 듯이 순순히 비를 멈춰주었다. 기분 좋으려고 온 페스티벌에 와서 홀딱 젖고 돌아간다면 너무도 슬플 것 같았는데 참 다행이었지.

 

비는 멎었지만 날이 조금씩 싸늘해지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날은 점점 추워만 갔고, 그에 따라 사람들이 담요를 하나 둘 겉에 두를 때, 나는 다시 한번 겉옷을 가지고 오지 않은 내가 참 미워졌다. 페스티벌 며칠 전이 더웠다고 해서 오늘도 덥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 안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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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의 페스티벌이니만큼 끝까지 남겠다는 다짐 아래, 최후의 수단으로 돗자리를 온몸에 두르고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라포엠의 차례가 지나 종료가 예정된 시각이 되고 나서야 난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비록 날은 추웠지만, 오랜만에 모인 사람들의 온기 덕분에 밤 늦은 시각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아마 온전히 마스크를 벗게 되는 날이 오면 지금보다 더한 열기가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5월 2일, 야외 마스크 조치가 해제되면서 이제는 코로나 상황도 거의 끝이라고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어느 매체 가릴 것 없이 '코로나는 3년, 4년 이상을 갈 거다, 몇 년간은 마스크를 벗을 수 없을거다'라며 비관적인 전망만 내놓아서 안 그래도 답답했던 마음, 더 암울해졌는데, 이렇게 마스크를 벗는 날이 눈 앞에 다가오니 억눌렸던 마음이 이제야 해소되는 것만 같다. 

 

한창 열리지 못했던 페스티벌들이 조금씩 개막을 하고 Wonderland 페스티벌도 성황리에 잘 끝냈으니 이제야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는구나 싶다. 

 

어서 빨리 모든 것이 정상화되길. 그래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더 건강해질 수 있기를. 문화 예술이 돌아온 사회를 격하게 반겨줄 준비가 되어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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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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