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평범한 오브제에 특별함을 부여하다 -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전 [전시]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전에 다녀오다.
글 입력 2022.04.22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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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전 포스터.jpg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전은 영국 현대미술의 거장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1970년대 초기 작품에서 2021년 최신작까지 총 150여 점의 작품들로 채워진 작가의 예술인생을 회고하는 전시이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영국 개념미술의 선구자이자 1세대 작가라는 수식어로 설명한다. 그가 개념미술의 선구자라는 사실은 이번 전시에서 그의 작품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바로, 아시아 최초로 공개되는 개념미술의 상징적인 작품 ‘참나무(An Oak Tree),1973’이다. 이 작품은 특별히 한국 전시를 위해 제작된 작품으로 이번 전시 첫 번째 섹션 ‘탐구(Exploration)’에서 볼 수 있다.


1970년대 완성된 이 작품은 개념미술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만큼 중요하게 평가되는 작품이라 한다. 하지만, ‘개념미술’에 대한 감을 잡지 못하는 관람자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일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전시 공간에서는 개념미술에 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먼저,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 ‘참나무(An Oak Tree),1973’가 우리를 맞이한다. ‘참나무’라는 제목 때문에 ‘참나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다 한다면 앞서 말했던 ‘개념미술’이라는 설명이 아쉬워진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시각적으로 인지되는 물체의 이름은 그저 교육과 사회화에 의해 약속된 언어일 뿐 보는 이의 기억이나 경험 그리고 창의력을 통해 충분히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것이 바로 작가 방식의 개념 미술이다. 그렇다면,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자. 전시 공간에서 보면 우리 눈에는 ‘선반 위 물컵 하나와 종이 한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컵과 참나무가 무슨 관계인가 생각할 것이다.


이 아이러니한 관계는 개념미술적 해석의 결과라 설명한다. 작가는 평범한 물컵의 본질을 참나무로 변화시킨 것이다. 도록에 적힌 설명을 빌려오자면, 작가가 물이 든 유리잔을 선택한 이유는 물과 유리를 정교한 사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 한다. 물과 유리는 투명하고 그 투명함 자체를 기적과 같다고 표현하니 말이다. 액체인 물은 원하는 모양에 따라 담기고, 고체인 유리잔은 그 물의 형태를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단순하면서도 이토록 자유로운 표현이 놀랍기 그지없다.


참나무라 이름을 붙인 이유에는 참나무는 동물 세계의 사자와 같이 웅장함을 상징하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작가는 작품을 작가의 의도대로 탄생하고, 보는 이의 기억과 자유로운 연상 속에서 해석한다. 작품은 무엇인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오브제이기 때문이다. 사물의 본래 의미를 지워버리고, 새로운 작가적 의도를 부여하는 개념미술을 보여준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작품은 친근한 소재와 밝은 색채로 세련되게 표현된 팝아트 작품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팝아트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과감한 색과 미니멀한 라인의 표현은 단지 작품을 강조하기 위한 시각적인 효과일 뿐이라 설명한다.


먼저, ‘언어(Language)’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있다. 이 공간에 들어서면 큰 캔버스 안에 적힌 알파벳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쉽사리 이것은 언어가 아닌 ‘오브제’ 임을 알게 된다. 그에게 알파벳은 다른 이미지들을 쌓을 수 있는 견고한 구조물뿐이라 설명한다. 작품 속 알파벳이 조합된 단어와 그 안에 그려진 오브제들은 전혀 연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작품을 보면서 ‘어떤 의미를 담은 것일까?’라고 스치는 생각을 했는데 사실 그것은 관람자인 내가 생각하기 나름이었다. 작가는 작품 속 이미지는 단어에 내포된 사회적 정보를 배반하고 있어 그 해석은 자유롭다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작품을 보다보니, ‘Untitled(loveglove),2011’라는 작품에 눈길이 갔다. 이 작품은 언어와 픽토그램 사이의 유희를 표현한 것이다. 단어와 오브제는 각각의 의미와 상관없이 단지 운율만으로 연결했다. 즉, 장갑을 그린 그림에 운율을 살린 ‘LOVE’를 넣어 ‘LOVE’와 ‘GLOVE’라는 두 단어 사이의 운율을 통해 연결되는 언어적 유희를 작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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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한국 전시 타이틀은 ‘Here and Now’이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 경험하는 일상생활의 즐거움, 아름다움,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점에서 작가는 평범한 일상의 오브제가 중요하다 말한다. 평범함을 아는 사람이 결국 인생의 본질을 아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 중 대부분을 일상의 오브제를 주제로 한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제목이 없는 ‘무제’ 작품들이 많다. 그 이유는 자신의 작품을 보는 관람자가 어떻게 반응할지 예단하고 싶지 않아서라 한다. 제목이 관람자에게 작품에 대한 해석 또는 시각을 강요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 때문에, 작가는 “Untitled(laptop magenta)”, “Untitled(take away cup)”과 같이 무제라 쓰고 그 옆에 특정 단어를 쓴 작품 이름을 표기한다.

 

 

ⓒUntitled (take away cup), 2012_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jpg

ⓒUntitled (take away cup), 2012_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

 

 

작가의 ‘무제’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의 특징을 미니멀한 라인의 표현과 과감한 색상 사용이다. 색상 조합이 꽤나 독창적이라 두 눈을 크게 뜨게 만든다.

 

이를테면, ‘Untitled(take away cup),2014’가 그렇다. 테이크 아웃 컵의 라인을 검은색으로 따서 그렸고 그 안에 색을 독창적으로 표현하여 작품을 완성시켰다.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플라스틱 뚜껑이 달린 테이크 아웃 컵을 표현한 작품이다. 어쩌면 우리의 일상 속에 너무나도 평범한 오브제를 주 모티브로 선택하여 라인을 그리고 색을 넣는 작업을 했다. 검은색 라인으로 가능한 물체 그대로를 정확하게 표현하고자 했고, 색은 최대한 인공적인 것으로 그려넣고자 했다.

 

뿐만 아니라, ‘Untitled(with tennis ball),2020’에서는 테니스 공 왼쪽 편에 헤드셋과 컴퓨터 화면의 일부분을 그린 작품이 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하게 전시 공간에 나열된 ‘Untitled(umbrella vertical), 2016’과 ‘Untitled(galaxy vertical), 2016’과 ‘Untitled(light bulb vertical), 2016’도 있다. 이 세 작품은 모두 날렵한 세로 판형의 작품으로 오브제의 일부분을 강조해서 그린 작품이다.

 

 

ⓒUntitled (with tennis ball), 2020_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jpg

ⓒUntitled (with tennis ball), 2020_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

 

 

작가는 오브제의 일부만 제시하고도 전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는 클로즈업이라 하기 보다는 이를 ‘경계(fragment)’라고 설명한다. 또한, 작가는 관람자들이 보이지 않는 부분을 스스로 채울 수 있는 점이 좋았다고 한다.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의 상상력을 유도하는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의 의도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예술가의 작품 전시를 보다보면 공통적으로 알게되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작은 순간들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또한 그러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오브제를 지나치지 않고 작품으로 표현하여 특별함을 부여했다. 사소하거나 평범한 것일지라도 그것을 놓치지 않고 유심히 살펴보는 과정의 중요성을 다시금 배운다.

 

“우리가 흔히 여기는 일상의 오브제들이 실제로는 가장 특별한 것이다.” 평범한 것에서 영감을 얻는 것은 작가의 철학이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 평범한 것에 작가는 생명력을 불어넣어 특별함을 부여한다. (전시 도록 발췌)

 

이번 전시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오브제와 작가의 세월에 따라 변화한 작품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요새는 잘 쓰지 않는 카세트테이프가 있다. 아마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코로나 19로 인해 사용이 늘어난 마스크와 손 소독제 그리고 줌(Zoom) 화상 수업 또한 과거의 물건이 되어있을 것이다.

 

페인팅, 설치, 디지털, 드로잉, 판화 등 다양한 장르의 총 150여 점의 작품들을 공개했다. 다양한 장르로 표현된 작품들을 보며 작가가 추구하는 상상력을 발휘해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림에 숨겨놓은 상징이나 이야기 따위는 없다. 

내 작품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아쇠! 각자의 스토리를 만들어라! 

 

-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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