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제 그만 그녀들을 웃게 해주세요 - 헬프 미 시스터

글 입력 2022.04.06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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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권이 새롭게 바뀌면서 '여가부 폐지'가 뜨거운 냄비다.


여성가족부의 줄임말로 자주 불리는 이 기관은 여성과 청소년 및 가족에게 필요한 것들을 지원해준다. 그런데 여가부가 한부모 가정들이나 차상위계층과 같이 취약한 생활을 하는 자들에게 지원을 해주는 것은 잘 모르는 것인지, '여자'를 위한 부서라는 명목 하에 이 기관을 폐지하자는 말이 나온다. 헤어지자는 이유로 여성을 살해하고서는 초범인데다 (전혀 그렇게 안 보이지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징역 10년도 내리지 않는 법원에는 아무 말도 못 하면서 말이다.


그저 암담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2


 

비슷하게 암담한 시대에 살고 있는 한 가정이 있다. 방 2칸이 전부인 작은 집에 부부와 친정 부모, 그리고 조카들이 모여 살고있다. 집안 사람 모두가 열심히 돈이라도 벌고 있으면 모를까 두 명 빼고 모두 백수다. 그 두 명이라도 버는 것 아니냐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둘은 미성년자다.


부부 중 한 명인 수경은 착실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한 회식날, 직장 동료가 수경의 술에 약을 타 범죄를 저지르려던 것을 모텔 사장이 시민의식을 발휘해 미수에 그치게 된다. 와중에 참 웃긴 것은 분명히 위험에 처할 뻔한 피해자인데, 사건이 일어난 후 회사원들은 수경을 가해자와 비슷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게 처신 좀 잘 하지-와 같은 뉘앙스로 말이다. 결국 수경은 회사를 나오게 된다. 타인을, 타인의 호의를 간단히 받지 못 하는 트라우마와 함께.


어떻게든 사람과의 만남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수경은 먼저 위탁배송의 일을 시작하지만 결국 이 일도 손에 맞지 않는 것을 깨닫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그렇게 엄마 여숙과 함께 새롭게 시작하게 된 일은 여성들에게 일거리를 주는 <헬프 미 시스터>라는 앱이다.


헬프 미 시스터란 여성인력개발센터와 같이 여성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종의 여성 전용 도우미 어플이다. 의뢰가 들어오면 상황에 맞게 수락 또는 거절을 해 건별로 수당을 받는다. 그런데 운영진이 바뀌게 된 것인지, 거진 들어오는 모든 의뢰를 수락하게끔 방침을 변경한다. 거절하면은 당장의 불이익으로 먹고 살 길이 끊어지게 된다.


먹고살기 위해 뭐라도 좀 해보려니까, 이제는 사회가 도와주질 않는다.

 

 
결국 반지를 찾았다는 연락은 오지 않았다. 여숙씨도 포기한지 오래였다. 양천식 씨는 반지 자국만 남은 여숙 씨의 주름진 손을 볼 때마다 성질을 냈다. 다시 사주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3


 

작중 남자들은 대체로 무능하다.


손 놓고 돈 벌겠다면서 돈 다 잃어버린 남편 우재, 리스크를 감내해야 큰 돈을 번다 했다가 리스크만 떠안고 나앉은 아빠 양천식씨. 하지만 나름대로 반성은 한다. 어떻게든 돈을 벌어보고자 대리기사로도 일하고, 배달 대행 서비스도 하고 다니니 말이다. 하지만 불쌍한 가족들을 위해서라기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을 주위에서 불쌍하게 볼까봐 일을 하는 모습이 더 강하게 내비친다.


하지만 더 웃긴건, 여자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될 때는 이런 무능해보이는 남자들이라도 필요하단 것이다.


데이트폭력 사건현장을 처음 목도한 것은 남자인 우재였지만, 만약 여자인 수경이 혼자서 그 일을 발견했다면 어땠을까? 우재처럼 용기있게 뭐 하는 짓이냐고 나설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은? 남자가 수경을 위협한다면? 그 후일은 생각하기도 무서울 뿐이다.


수경의 조카 은지는 남성혐오증이 있어도 틴챗으로 결국 남자들의 돈을 뜯어내고 있고, 위험한 순간이 생기면 남자 준후의 도움을 받게 된다. 미성년자인 탓도 있겠지만, 아마 성인이 되어도 비슷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은지는 자신이 하는 일이 위험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은지는 틴챗을 놓을 수 없다.


사회에 있어 여자는 이렇게나 무력하다.

 

 
그러자 남자는 바닥에 놓인 무거운 물건을 가리키며 자기가 대신 실어주겠다고 제안했다. 여성 기사는 이번에도 거절했다. 불편한 기색을 최대한 드러내는게 한눈에 보이는데도 남자는 멈추지 않고 계속 말을 걸었다.
 

 

 

4


 

소설이란 본래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 또는 그런 이야기를 차용하여 새롭게 꾸며낸 '허구'의 내용이다. 하지만 <헬프 미 시스터>는 소설이라 말하기 어렵다.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실제로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으니까 말이다.


읽어내리면서 플랫폼에 대한 과도한 신뢰 같은 것이 느껴졌다. 마치 플랫폼은 위대한 것 처럼. 플랫폼의 도움을 받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기에 너무 의존한다면? 너무 맹신한다면? 플랫폼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지는 사람이 되는 것인가 싶었다. (그런데 작가의 말에서 플랫폼 노동을 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적혀있었으니 의도대로 착실하게 잘 읽고 있던 것이었다)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수경과 여숙에게 안식을 주던 헬프 미 시스터 플랫폼이 돌연 그들을 다시 궁지로 몰아넣게 된다. 플랫폼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가 되어가는데, 정작 플랫폼이 우리를 도와주지는 않는다. 아이러니할 뿐이다.


플랫폼의 도움 없이 자립하기 어려운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 소설과 (있을리 만무한) 리뷰를 읽게 될 플랫폼 고위직들이 반성하는 태도를 가졌으면 한다.

 

그럼에도 일부 여성으로 대표되는 수경과 여숙은 이 앱을 놓을 수 없다. 그들에게있어 이 부당해진 헬프 미 시스터 앱은 어찌됐든 밥줄이기 때문이다. 그저 무기력에 짓눌려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닌, 굳은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살기 위해 겨우 찾아낸 그들의 천직(이었던 것). 직접 삶의 방향을 선택하고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그저 실낱같은 기적이라도 일어나길 소원해본다.

 

 

"결혼식에 여자들만 온다고?"

"아니, 의뢰인도 구직자도 다 여자여야 한다고. 그런 앱이야."

"별의별 게 다 있네."

"...그런게 필요한 세상이겠지."

 

 

헬프 미 시스터_표지(띠지).jpg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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