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행을 떠나고 싶은 당신에게 -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

글 입력 2022.03.3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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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좋다. 여행과 사랑에 빠진 역사는 유구하다. 여행은 나를 항상 치료해주었으며, 나를 세계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었다. 밀려오는 과제나 업무에 지긋지긋한 기분이 들 때, 사람에게 상처 받은 마음을 어떻게 해도 풀 수가 없을 때, 혹은 몸서리쳐지게 심심한 기분에 사로잡혔을 때. 떠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마저 기쁨이 되는 것이 여행이었다. 낯선 동네의 풍경과 항상 한결같은 자연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의 걱정과 고민이 아주 작게 느껴졌다. 하지만 내 존재가 너무 작아 비관에 빠지는 일은 없었다. 도리어 더 넓은 세계를 바라보는 내 눈이, 마음의 폭이 덩달아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음식이 좋다. 여행이 좋은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발걸음을 뚜벅뚜벅 이어가듯, 입 안에처 천천히 혀를 굴리며 음식을 맛보는 기분은 일종의 여행길과 같다고 생각했다. 걷다 보면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 그 가운데서 느껴지는 깊은 쉼, 무뎌진 내 마음을 뒤흔드는 생경한 오감의 세계. 음식 역시 다양한 것들을 맛보면 맛보는 대로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화학적으로 느껴지는 맛에 감동하기보다는 감성적으로 느껴지는 맛에 감동하게 된다. 음식은 추억과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조그만 감자 고로케를 먹으면 감자를 좋아하던 나를 위해 반죽을 한 알 한 알 빚어주시던 할머니가 떠오르고, 들깨를 잔뜩 넣은 미역국을 먹으면 나의 영원한 들깨 러버인 엄마가 떠오르며, 고수를 잔뜩 넣은 쌀국수를 먹을 때마다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났던 추억이 떠오른다.

 

책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는 눈으로 맛보는 세계 여행집이다. 무작정 활자를 읽어내리는 것을 좋아하는 탓에 더 즐거웠다. 내 커다란 손바닥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묵직한 책이라 처음엔 당황했는데, 작가가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시간이 금새 흘러버렸다. 단언컨대 읽는 것 자체만으로 재밌다. 어찌나 맛깔나게 설명하는지 그 음식을 함께 맛보는 느낌이 든다.

 

세계 기행을 다룬 영상, 혹은 보는 이마저 식욕을 돋우는 먹방 영상과는 전혀 결이 다르다. 영상으로 맛보는 음식은 내가 감상을 느낄 새도 없이 상대방의 텐션에 맞춰 흘러가버린다면, 이 책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로 맛보는 음식은 한적한 창가 옆 테이블에 앉아 코스 요리를 천천히 꼭꼭 씹어 삼키는 듯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 음식을 좋아하는 이들, 활자를 좋아하는 이들. 그 누구에게나 이 코로나 시대에서 느끼기 힘든 자유로운 미식 방랑의 감각을 선사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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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메(gourmet)

: 미식가나 식도락가를 일컫는 말


작가인 알렉상드르 스테른은 파리 미식계에 널리 알려진 사업가이자 구르메다. 셰프와 생산자를 망라하는 프렌치 컬리너리 인스티튜트 멤버를 겸한다. 스테른은 이 책을 통해 맛 큐레이터가 되어 전 세계의 음식을 저만의 기준으로 큐레이팅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가장 유명한 음식이나 관광지 음식을 소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의 감각에 깃대어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음식을 선별했다. 한국을 일례로 보면, 세계적 음식인 김치뿐 아니라 갈치, 팥빙수, 호떡을 모두 포함시켜 소개한 것이다. 그 가운데 식문화에 대한 존중은 잃지 않았다. 영국의 마마이트, 스웨덴의 수르스트뢰밍처럼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은 식생과 기후의 특이성을 함께 설명하며 '후천적으로 익숙해져야 하는 맛'이라는 설명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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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랐던 한식의 맛,

프랑스 미식가가 바라본 한국 음식

 

이 책은 요리의 특성에 따라 지역을 묶어 장을 나누어 전개된다. 그러나 독자적인 음식 문화를 보유한 나라는 따로 분류해 설명했다. 흥미롭게도 한국이 포함되어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한국, 일본 5개 나라를 별도로 설명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동아시아 문화권'으로 묶이는 한국, 중국, 일본을 작가는 각각 다른 기후와 전통적 특성을 지닌 나라로 읽어냈다. 그중 한국은 겨울은 매우 춥고 여름은 매우 더운 극단적인 기후를 지닌 점에 주목했다. 자연스럽게, 이런 날씨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한반도에 터를 잡고 살아가던 인류는 발효 기후를 완벽하게 익혔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불교의 영향을 받아 채식이 발달했고, 17세기에 들어온 고추가 빠른 속도로 퍼져 매운 맛에 익숙해졌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고추장, 홍어, 갈치, 조기, 번데기, 부침개, 호떡, 반찬, 비빔밥, 불고기, 김치, 삼겹살, 삼계탕, 산낙지, 육회, 팥빙수, 복분자주, 막걸리, 소주.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음식을 총망라해 공감하며 읽는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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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현지 레시피에

도전할 기회

 

하나의 완성된 콘텐츠로 발간된 것이 '책'이지만, 작가는 독자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해 미식 경험의 장을 넓히고자 한다. 음식 항목마다 'Tasted'를 달아 먹어본 음식에 체크하도록 했고, 집에서도 세계 요리에 도전해볼 수 있도록 55개의 음식 레시피를 게재했다. 올리브에 다진 고기와 야채를 넣고 튀기는 올리베 알라스콜라나, 토마토와 피망, 오이가 들어가는 숍스카 샐러드 등, 읽기만 해도 입 안에 침이 고이는 레시피들이다.

 

이 레시피가 더 의미 있는 것은 한국화를 거치지 않은 '오리지널 레시피'이기 때문이다. 현지의 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책에 수록된 레시피를 하나씩 좇아가며 미식 여행을 떠나는 것도 이 책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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