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빛'을 연구하는 일 - 빛이 매혹이 될 때 [도서]

과학자와 미술가들의 빛 탐구 연대기
글 입력 2022.03.1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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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빛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본 적 있는가? 없다면, 지금 한번 상상해보자.

 

혹시 어떠한 빛도 없이 어둠만이 가득한 세상이 떠오르지 않았는가? 보통은 빛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어둠이 드리운 깜깜한 상태를 떠올릴 것이다. '빛'이라고 하면, 우리는 당연히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학을 연구하는 과학자에게 빛의 종류는 훨씬 다양하다.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감마선, 엑스선, 자외선을 포함해 적외선, 테라헤르츠파, 마이크로파와 라디오파까지. 각종 전자기기와 장치들에 사용되고 있는 (눈엔 보이지 않는) 빛들 덕에 우리는 일상을 더 편리하게, 보다 깊숙한 세계를 누리며 살고 있다.

 

도서 '빛이 매혹이 될 때'의 저자는 빛을 연구하는 물리학자인 동시에 화가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과학과 미술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관되어 발전해왔는지 보여준다. 과학의 발전에 따라 등장한 다양한 미술 기법과 사조를 다채로운 시각 자료와 함께 풀어냈다.

 

책을 따라가다보면 과학자는 빛의 성질을 이해하고 그 본질을 밝히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왔으며, 예술가 또한 겉모습 너머의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을 찾아내고 표현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과학이 세상의 이치와 진리를 탐구하는 영역이라면 미술은 그 진리를 향하는 방향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표현하는 영역이다. (...) 그러니까 과학과 예술은 서로에게 영감의 원천이며 서로의 발전을 응원하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_ p.233, 6장 빛은 시간의 흔적일까 중에서

 

 

책의 1장,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따르면, 광학의 창시자인 아이작 뉴턴이 유리 프리즘을 통해 무지개 색으로 나누어지는 햇빛을 발견하여 빛 자체에 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기 전까지 사람들은 빛이 순수한 흰색이라고 생각했다. 색채론을 설명하며 활용된 자료 중 르누아르의 <그네>와 조르주 피에르 쇠라의 <에펠탑>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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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그네>, 1876년

 

 

'빛의 화가'라고 불리는 르누아르의 위 작품을 보며 우리는 당연하게도 그네를 타고 있는 여인의 '하얀' 드레스가 오후의 따스한 햇볕을 쐬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드레스는 파란색과 황동색으로 칠해져 있다. 파란색과 노란색 계열의 물감을 보며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색을 추론하게 되는 것이다. 그림을 통해 전해지는 따뜻한 빛은 행복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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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피에르 쇠라, <에펠탑>, 1889년

 

 

점묘법으로 그려진 쇠라의 <에펠탑>은 가까이에서 보면 점 하나하나의 색이 구분되지만, 멀리서 보면 합쳐져 점의 경계가 사라지고 색이 섞여 원래의 물감 색과는 전혀 다른 색으로 보이게 된다. 물감 자체의 색을 섞는 것이 아닌 시각적인 착시 효과를 활용하여 에펠탑이 노을에 빛나고 있는 듯한 모습을 표현했다.

 

 

만약 그림의 제작연도나 위작 여부를 알아내거나 손상된 그림을 복원할 때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마법처럼 해내는 건지 궁금했다면, 책에서 그 답을 알아낼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인 적외선을 사용하면 수백 년 전에 그려진 유화의 물감으로 그려진 밑그림을 볼 수 있다. 파블로 피카소의 <파란 방> 아래 그려져 있던 전혀 다른 그림을 책에서 확인 할 수 있다.

  

테라헤르츠파와 엑스선을 활용하면 연필로 그린 스케치까지 볼 수 있으며 심지어 그림에 사용된 물감의 성분을 분석할 수도 있다. '보이지 않는 빛들'을 통해 우리의 눈으로는 절대 볼 수 없던 세계의 것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림에 숨겨진 작가의 숨겨진 의도나 생각의 변화를 알 수 있다.

 

책 '빛이 매혹이 될 때'는 위의 내용과 같이 빛과 관련된 과학적 원리와 예술을 처음부터 끝까지 편하게 이야기한다.

 

빛의 성질을 이용해 만들어진 카메라와 그 등장과 함께 탄생한 다양한 미술 사조들부터, 양자역학이라는 혁명과 맞닿아 있는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 상대성이론의 정립과 이를 표현한 수많은 화가의 이야기, 그리고 레이저의 발명과 홀로그램에 이르기까지의 방대한 역사를 한 권에 응축했다.

 

광학의 역사는 예술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 빛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세계를 얼마나 확장시켰는지 또 우리의 삶에 얼마나 밀접하게 함께 하고 있는지 알고 나면, 그냥 지나쳤던 빛에 경이로움이 더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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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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