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술과 과학, 매혹스러운 교집합 - 도서 '빛이 매혹이 될때'

글 입력 2022.03.0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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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과학, 인간성의 교집합



미술은 오래전부터 인간 문명 발전과 함께해 왔다. 역동적인 자연의 힘 앞에서 인류는 무지와 고통 아래에서 신음했다. 그래서 예술은 대상을 충실히 묘사하여 분신을 만드는 모사에서 출발했다. 우리의 조상들은 물소를 잡기 위해 가상의 물소를 그린 다음 그림을 향해 창을 던졌다. 이런 고대의 주술적 행위는 예술이 인간이 예측 불가한 세계를 이해하고 통제하기 위한 수많은 시도 중 하나였음을 보여준다.

 

충실한 재현과 모사에서 시작한 예술은 문명의 발전에 따라 단순한 대상의 재현이 아닌 철학과 사유의 표현이 되었다. 불가해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인류의 끝없는 노력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예술은 과학과 꽤 닮았다. 이처럼 두 영역은 방법론에서는 큰 차이가 있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꽤 맞닿는 면이 있다.

 

정규교과교육 과정 탓에 대중들 사이에서 미술은 과학과 분리된 어떤 창의적인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미술은 매체를 기반으로 한 기술적, 물질적 표현이다. 단순한 표현 방법에 국한하지 않아도, 예술이 한 작가의 발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과학은 떼놓을 수 없다. 과학 기술의 발달은 사회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작품의 발상과 표현에 이르기까지 과학 기술의 발달은 사조로 대표되었던 예술문화의 틀 뿐만 아니라 예술의 정의의 틀마저도 흔들어 놓았다.

 

 

 

빛과 매혹 사이에 놓인 무지개 다리



오늘 리뷰할 도서 '빛이 매혹이 될 때'는 그러한 흐름으로 읽기 좋은 책이다. 미술과 과학을 분리된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대중의 관점에서 보면 미술과 과학 간 갭을 채워줄 만한 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이 '과학 교양서'나 '미술 에세이'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무언가 아쉽다.

 

그만큼 개인적으로는 구성이나 접근 방식이 상당히 독특하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빛을 연구하는 물리학자가 미술을 다룬다는 점, 그러한 경력을 가진 작가가 제목에 부여한 무게 덕분에 각 작품의 색채를 중심으로 기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그러한 예상은 절반만 맞았다.

 

책의 주제는 그의 전공대로 분명 '빛'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빛의 표현, 물리적 특성을 각 그림에 적용하여 분석하기보다는, 그러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발견한 '매혹스러움'을 자연스럽게 엮어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제목은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아주 적절하게 지어진 것이다. 각 챕터의 전개 방식을 보면, 빛의 특성을 간략히 소개한 후 그와 관련된 미술 작품의 표현방법, 메시지, 관련된 분석 방법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각 챕터의 구성을 살펴보자면, 6개의 챕터는 빛의 지각, 전자기파, 빛의 운동, 원자로서의 빛, 양자역학, 고전역학에서의 빛을 다룬다. 빛의 지각에서는 작품에서의 표현방법을, 전자기파에서는 그림의 덧칠을 분석하는 전자기파의 이용과 보이지 않는 것들을 탐구하는 예술가의 의지를, 빛의 운동에서는 광학기구의 이용과 과학과 예술간 경계의 붕괴를 다루고 있다. 최근 들어 더 많은 관심을 받는 양자역학과 고전역학 부문에서는 예술의 범위를 넓혀 철학적 메시지와 이와 관련된 예술작품을 다루고 있다.

 

각 챕터는 쉬운 언어로 쓰여있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그림이 삽입되어 있기 때문에 관련 지식이 없더라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물리학적 지식에서 감상으로 이어지는 부분 중 읽기에는 다소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메타물질을 통한 미시세계의 관측 방법을 설명하면서 형이상학 미술작품 '사랑의 노래'를 소개하는 부분이 그랬다.

 

미시세계를 관측할 수 있게 된 놀라운 기술발전과 '사랑의 노래'에서 표현된 장면은 적절한 비유로 엮을 수 있다. 하지만 독자입장에서는 구체적인 지식과 원리를 설명한 후에 복잡한 예술작품을 접하게 되니 부드럽게 연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선후 관계가 바뀌었거나, 더 많은 지면이 할당되었다면 느끼지 않았을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사소할뿐더러, 책을 읽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주는 요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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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이자 예술가가 새긴 아름다운 틈



처음 리뷰를 시작할 때 기술했던 것처럼, 이 책에는 굉장히 독특한 매력이 있다. 저자의 독특한 이력과 관점 덕분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각 챕터의 내용 자체보다, 챕터에 들어가면서 짧게 쓴 에세이 부분이었다. 저자는 각 챕터의 내용을 기술하기 전 각 주제를 키워드 삼아 짤막한 글을 실어놓았다.

 

그는 물리학자이자 예술가로서의 관점을 분리하기보다는, 하나의 관점으로 통합하여 기술한다. 챕터별 기술에서 두 관점은 분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에세이나 각 챕터의 마무리 부분에서 적절하게 조화된 문장에서 저자가 자연스럽게 통합해온 철학들이 돋보인다. 챕터별 글에서는 형식상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저자에게는 과학 연구자의 치밀한 태도와 예술가의 꾸준한 연구는 이 아름다운 세계의 파편을 찾는 진지한 인간의 노력이라는 점에서 교집합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특히 책의 에필로그에서도 언급한 '리오그란데 협곡'에서의 경험은 읽는 사람마저 압도하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저자의 독특한 관점 덕분일까? 책을 덮고 나니 왜 그렇게 두 영역을 구분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이 성공적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끊임없는 실험을 하고 입증하듯, 예술도 단 한 조각의 지혜를 위해 끊임없는 연구와 인내심으로 작품을 표현한다. 물리학 실험과 미술작품은 '빛'을 통해 인간을 '매혹'시킨다. 이 책이 그토록 내게 매력 있고 독특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저자가 진지한 과학자이자 진지한 예술가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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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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