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조조래빗, 미학과 주제 [영화]

영화 [조조래빗] 속 연출
글 입력 2022.02.1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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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조 래빗』은 나치즘에 세뇌된 히틀러 유겐트 단원 조조가 유대인 소녀 엘사를 만나면서 나치 독일에 회의감을 느끼고 성장하는,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 의식을 담은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이 나치 독일과 1945년에 발생한 베를린 공방전이기 때문에 영화 내에서 시대를 담은 고증뿐만 아니라, 경직되고도 광적인 분위기와 전쟁의 암울함 속 불안정한 인물의 내면을 표현한 연출이 중요하다. 이에 대해, 작품에 소설의 전개 5단계 과정을 적용시켜 5가지의 주요 장면을 선정하고, 각 단계의 중요한 장면이 가진 미학적 연출을 분석해보기로 한다.

 

 

◆발단

 

조조는 히틀러 유겐트 캠프에서 수류탄 훈련을 하던 도중 폭발 사고를 당하게 된다. 사고로 인해 조조는 얼굴과 다리에 큰 부상을 입어 병원에 즉시 이송된다. 이 때 조조의 시점으로 화면을 보여주는데, 해당 장면은 아래와 같다.

 


발단.png

 

 

이 장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특징은 카메라의 앵글이다. 로우 앵글을 사용해 조조의 시점을 대변하고 있다. 로우 앵글은 카메라를 낮은 곳에서 높은 곳을 바라보는 형태로, 주로 의 위치에 있거나 약한 자, 위험 혹은 부상을 당한 자의 시야를 보여준다. 열거한 특징은 관객으로 하여금 부상을 당한 조조의 긴장감과 혼란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장면의 화질을 일부러 낮춤으로써 조조의 상태를 더욱 부각시키는데, ‘캡틴 케이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춰 가장 중요한 인물임을 보여주면서 핀켈과 의사에게 밝은 조명을 비추는 효과를 통해 그들이 캡틴 케이의 조력자임을 암시한다. 이 장면에서의 전체적인 색감은 어둡고 녹색, 푸른색 등을 사용해 경직된 분위기를 보여주는 한편, 누구보다도 정적이고 깔끔해야 할군인, 그것도 나치 독일의 군인인 캡틴 케이의 옷차림이 깔끔하지 않은 것을 통해 완전히 고압적이진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장면이 나오는 과정은 특히나 더 재밌는 미학적 연출을 보였는데, 수류탄이 폭발하는 과정에서 조조가 뒤로 날아가며 땅에 떨어지는 모습 이후에 조조, 구급차에 실려가는 장면부터 줌 아웃으로 로지와 재회하는 장면까지를 연속편집으로 연출했다. 빠른 시간 안에 중요한 장면들만 편집되어 진행되는 것이 웃음과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전개

 

조조는 캠프 도중 당한 부상으로 얼굴과 다리에 부상을 입어, 회복하는 기간 동안에 캡틴 케이의 사무실에서 잡일을 하고 나치즘에 여전히 매료된 모습을 보인다. 엄마 로지가 집을 비운 동안에 조조2층에서 숨겨진 공간을 발견하고 이후 유대인 엘사와 마주친다. ‘엘사는 인사를 건네지만 조조는 낯선 사람에 대한 공포심과 유대인에 대한 혐오로 인해 신고하려고 하고, 그 뒤로 엘사조조의 불편한 동거는 계속된다. 해당 장면은 다음과 같다.

 


전개.png

  

 

이 장면은 엘사의 위치를 장면의 한 가운데 부근으로 설정하였기에 엘사라는 존재를 관객에서 강조하고 확실 하는 효과를 주었다. 또한 정면을 바라보는 앵글을 사용해서 엘사를 클로즈업 하였기 때문에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엘사와 직접 눈이 마주친듯한 몰입을 선사한다. 헝클어진 머리는 엘사가 불안정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있음을 보여주며 얼굴, 그것도 얼굴의 반만 밝은 조명을 통해 그림자 없이 보인 것은 엘사그 자체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 때 사용한 음향효과는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데에 매우 효과적이다.

 

이 장면 이후에 전개되는 장면들은 계속해서 엘사가 살고 있는 공간을 매우 어둡게 묘사한다. 이는 당시에 유대인이 나치에 의해 제대로 된 집에서 안정적으로 살지 못했다는 점과 엘사의 상황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엘사조조에게 유대인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유대인은 동굴에서 살았다고 이야기해주는데, 마치 엘사가 동굴에서 살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치로도 볼 수 있다.

 

 

◆위기

 

조조엘사가 자신의 엄마 로지의 은밀한 도움으로 비밀리에 칩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로지와 식탁에서 유대인에 대한 가치관을 두고 대립한다. ‘조조는 히틀러의 나치즘 사상을 뿌리 깊게 교육받아 전체주의와 인종주의, 유대인에 대한 혐오로 가득한 반면, ‘로지는 전쟁에 반대하여 평화를 사랑하고, 유대인에 대한 지지와 함께 나치를 반대하는 운동을 할 정도로 나치즘에 반발한다. 이 대립구도가 나타나는 장면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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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로지가 식탁 양 끝에 앉아 서로를 향해 격앙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대립을 연출하며, 가운데에 히틀러가 둘 사이의 대립의 근원임을 보여주듯 앉아 싸움을 관전하고 있다. 배경 자체는 어두우나 인물들은 밝게 그려져 어두운 시대의 인물상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 볼 미장센은 로지근처의 등불은 켜져 있는 한편, ‘조조의 등불은 꺼져있다는 것이다. 보통 영화를 비롯한 예술 작품에서 빛은 선()을 의미하는 바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비정상적인 광기로 가득 찬 나치즘에 대한 두 인물 사이의 가치관 중에서 인류가 지향해야 하는 것은 로지의 것이라는 걸 암시하고 있다.

 

조조로지의 대립은 바스트 샷으로 연속 편집 되어 연출되었기 때문에 관객들은 이 대립에 대하여 더욱 깊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절정

 

조조로지엘사로부터 점차 나치즘에 대한 의구심과 유대인에 대한 기존의 가치관이 변화하는 혼란을 겪는다. 한편, ‘로지는 비밀 운동이 발각되어 교수형을 당하고, SS 친위대의 비밀경찰인 게슈타포가 조조를 찾아와 집을 수색한다. 이 때 엘사가 자신을 조조의 죽은 누나인 잉게라고 소개해 위기를 넘긴다. 게슈타포가 수색을 위해 조조의 집에 찾아온 장면이다.

 

 

절정.png

 

 

왼쪽에 하겐 크로이츠가 있는 나치즘의 깃발을 통해 시대적 배경을 알려주고 있다. 바깥은 매우 화사하고 채도가 밝은데 비해 게슈타포들은 검은 정장을 입고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어 매우 이질적이고도 공포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정 가운데에 있는 사람은 유독 키가 크기 때문에 더 더욱 어린 조조를 두렵게 한다. 이 장면 이후에는 조조의 뒤통수가 보이는데, 이는 어린 조조에게 나치 사관을 대입하고 공포심을 자아내는 어른 게슈타포의 모습을 보여준다.

 

해당 장면 이후에도 계속해서 게슈타포가 조조엘사를 내려다보는 장면으로 연결된다. 특히나 롱 샷으로 인물들의 덩치 차이를 더 극명하게 보여주고 모두 군복이 아닌 평범한 일상복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조엘사는 따뜻한 색감과 재질의 옷을 입어 순수한 성장대의 아이 및 청소년임을 보이는 반면 게슈타포는 검은색 정장을 입어 차갑고도 무감각한, 인류의 기본적 가치를 저버려 광적인 나치즘을 보여준다.

 

 

◆결말

 

로지의 죽음과 전쟁이 지속될수록 궁핍해져가는 현실에 조조는 제 2차 세계대전과 나치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 이 때 베를린 공방전이 발생하여 조조는 공황 속에서 도망치지만 곧 사로잡히게 된다. 함께 잡힌 캡틴 케이조조를 안심시키며 그를 유대인인 척 도망치게 한다. 두 인물이 마지막으로 함께 한 장면이다.

 

 

결말.png

 

 

배경보다 인물을 더 어둡게 설정하여 피폐해진 인물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캡틴 케이는 과거 자신이 우스갯소리로 바꾸려 한 나치 군복의 모습을 한 상태이며 조조는 더 이상 히틀러 유겐트가 아닌 평범한 소년으로의 모습을 한 상태다. ‘캡틴 케이와 그를 향해 위협적으로 총을 겨누고 있는 군인을 바라보는 조조는 권력층에 의해 힘없이 휘둘릴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약자들을 상징한다. 붉고 노란 색 계열의 밝았던 초반부와 다르게 어둡고 푸른 색조를 사용한 후반부는 이런 현실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이 장면 이전에는 캡틴 케이핀켈’, 히틀러 유겐트 소년들 등이 슬로우 모션으로 조조의 주변에서 전쟁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조조는 허망하게 바라보며 도망친다. , 이 장면 이후에도 조조캡틴 케이의 희생을 뒤로 하고 황급히 도망치고, 뒤이어 여러 발의 총소리로 음향효과가 더해져 참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

 

살아남고자 도망치는 조조의 모습은 마치 초반부에 나왔던 토끼와도 흡사하다. , 작품의 제목인 조조 래빗그 자체와도 연결이 된다. 처음에 히틀러 유겐트 단원들은 토끼를 비틀어 죽이며 겁먹은 조조를 비웃었지만, 곧 전쟁에서 그들이야말로 스스로를 희생하며 그들이 찬양하던 히틀러와 조국, 나치즘을 위해 죽어간다. 이 토끼는 단지 유대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전체주의에 대한 경각심 없이 그저 광기로 독재자에 말을 신봉하던 독일 국민들 또한 의미한다. ‘히틀러의 말마따나 토끼는 하루하루를 살아남기 위해 목숨을 건다. 유대인들도, 전쟁 막바지에는 독일 국민들도 목숨을 걸었다.

 

초반에 팬 기법으로 책을 불에 던지며 유겐트 단원들이 천진난만하게 웃는 장면은 슬로우 모션까지 더해져 아무 근심이 없어 보이지만, 그 와중에도 조조는 어딘가 불편해 보인다. 그런 조조를 캠프 내내 위에서 관찰하는 단원을 클로즈 업 하며 보여준 것은 아마 국민들을 통제하고자 했던 나치당의 권력자들을 비판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또한 초반부에 의지의 승리속 손을 드는 나치 식 경례 장면들과 함께 ‘I want to hold your hand'(독어 버전)가 나오고, 중반부에는 전투 장면과 함께 'Everybody's gotta live'가 나오며, 후반부에 조조엘사가 자유로운 춤을 출 때 ‘Heroes'(독어 버전)가 나온다. ’Heroes'는 베를린 장벽과 깊은 관련이 있고 장기적으로 독일의 통일에도 영향을 주는 노래이다. 훌륭한 영화 음악을 통해서도 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한 나치즘으로 표명한 전체주의에 대한 무지, 그것에 대한 비판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이렇기에 연출은 영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조조 래빗』과 같은 뛰어난 연출로 관객이 더 즐거울 수 있는 영화 작품이 많이 만들어지기를 소망하는 바이다.

 

 

[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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