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먼저 만나는 봄, 테레사 프레이타스, 어느 봄날 [전시]

테레사 프레이타스의 사진으로 먼저 마주하는 봄
글 입력 2022.02.19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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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추웠던 겨울이 끝나가고 있다. 아직은 외출할 때마다 두꺼운 겉옷으로 온몸을 싸매야 하지만, 시간은 흘러 2월의 끝을 바라보고 있다.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지금, 사진으로 먼저 봄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태어난 사진작가 테레사 프레이타스의 사진전이 1월 19일부터 4월 24일까지 더현대 서울에서 진행된다. 테레사 프레이타스라는 작가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알지 못했지만, 그녀의 전시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것은 바로 프레이타스의 사진이 가진 고유한 색감 때문이다.

 

 

[포맷변환][크기변환]Bel-vedere, 2020.jpg

ⓒ Teresa Freitas, Subject Matter Art, and Artémios/CCOC - Bel-vedere, 2020

 

 

테레사 프레이타스의 사진작가로의 데뷔와 그녀 작품의 특징이 현 세대 젊은이들의 성향을 대변하는 것 같아 흥미롭다. 테레사 프레이타스가 처음 사진으로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한 것은 대학생 때 개설한 SNS 계정이다. 자신이 사는 포르투갈의 사진 그리고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업로드했다.

 

특유의 몽환적인 파스텔톤의 색감이 눈을 사로잡는 프레이타스의 사진은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져 브랜드들의 러브콜을 받았고,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시작으로 테레사는 세상을 무대로 삼아 여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란 같은 것을 다르게 바라보는 행위이다. 모두 마주하는 흔한 것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찍고 그 위에 자신의 색을 입히는 것.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공유하는 것이 사진이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감성'과 '개성' 이라는 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대의 젊은이들은 그래서 테레사 프레이타스의 사진에 열광한다.

 

그녀의 사진이 SNS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는 점 역시 과거와는 달라진 현대의 자기 PR 방식을 잘 보여준다.

 

 

[포맷변환][크기변환]Afternoon of Delight II, 2019.jpg

ⓒ Teresa Freitas, Subject Matter Art, and Artémios/CCOC - Afternoon of Delight II, 2019

 

 

더현대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테레사 프레이타스의 개인 전시이다. 전시는 크게 [섹션 1: 꽃 사이 사이], [섹션 2 : 봄의 꿈], [섹션 3 : 홈 그리고 컬러], [섹션 4 : 도시의 봄], [섹션 6 : La Muralla Roja], [섹션 6 : 물가에서]의 총 여섯 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섹션에는 주제별로 테레사 프레이타스의 꽃 사진, 고향인 포르투갈의 사진, 바닷가 등 물을 사진의 테마로 삼아 찍은 사진들, 각국의 도시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작은 공간에는 테레사 프레이타스의 고향 집에 있는 그녀의 작업실을 본따 꾸며놓은 방도 마련되어 있다.

 

테레사 프레이타스의 사진들은 따뜻하고 환상적이다. 그녀가 찍은 표지판과 건물 사진들에서는 찍는 이의 행복함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 사진을 찍으면서 찍는 사람이 참 행복했겠구나, 라고 느끼게 되는 종류의 사진들이다. 그녀의 사진에 담긴 리스본의 사진들을 보며 리스본 여행에서의 행복했던 추억들이 떠올랐다.

 

따뜻하고 밝은 색감의 사진들을 보다 보면 절로 여행이 가고 싶어진다. 테레사 프레이타스의 사진들에는 '봄' 이라는 계절이 유독 잘 어울린다. 여름이라기에는 탁하고 습한 느낌이 없고, 가을이라기에는 서늘하지 않으며, 겨울이라기에는 따뜻하다. 적당히 따뜻하고 적당히 추운 행복함을 주는 그녀의 사진들은 봄을 닮아있다.

 

 

[포맷변환][크기변환]Pink Palm Springs III, 2018.jpg

ⓒ Teresa Freitas, Subject Matter Art, and Artémios/CCOC - Pink Palm Springs III, 2018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그녀의 사진 특유의 색감 때문에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전시회는 전반적으로 잘 꾸며진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분홍과 노랑 등 밝은 색감이 극대화된 사진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녀만의 개성이기도 하지만 모든 사진들이 비슷비슷하게 느껴져 다소 아쉽기도 했다.

 

각각의 도시는 그들만의 공기와 습도를 가지고 있다. 어느 도시의 건물들은 노랗게 빛이 바랬으며, 어느 도시의 건물들은 눅눅한 초록색으로 변해 있다. 여행을 다녀온 후 시간이 지났을 때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것은 이러한 각 도시만이 가진 분위기들이다.

 

테레사 프레이타스의 사진들에서는 그 도시나 장소의 분위기보다는 테레사 프레이타스라는 사람이 가장 먼저 보였다. 사진을 보자마자 이 사람의 사진이구나 - 라고 느끼게 하는 것은 대단한 장점이다. 하지만 개인전의 특성상 계속해서 같은 무드의 사진들만을 보다 보니, 후반 섹션에 가서는 감흥이나 집중도가 조금 떨어지기도 했다.

 

 

[포맷변환][크기변환]Blush, 2021.jpg

ⓒ Teresa Freitas, Subject Matter Art, and Artémios/CCOC - Blush, 2021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의 사진들이 좋다. 행복한 사진들이 좋다. 따뜻한 봄을 마주하고 싶을 때 가볍게 찾아가기 좋은 전시회다. 기분 전환이 필요하거나, 밝고 예쁜 것을 보고 싶을 때. 혹은 여행의 추억이나 간단한 감상을 나누며 편하게 관람하고 싶을 때 찾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전시이다.

 

전시를 관람한 후 문득 그녀의 색감으로 한국을 담아낸다면 어떨지 궁금해졌다. 흔히 지나다니는 지하철역과 고층 건물들도 낭만적이게 만들어 줄 것만 같다.

 


[박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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