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돌고래유괴단, 소비자의 시선을 유괴하다 [문화 전반]

우리에게는 유머가 필요하다
글 입력 2022.01.30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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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하지 않은 광고를 만드는 이들이 있다. 바로 팀 돌고래유괴단. 이들은 기존 광고 문법을 뒤엎고, 콘텐츠로서 광고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신우석 감독은 고등학생 시절 소설가가 꿈이었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를 본 후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수많은 영화를 보고 시나리오를 1년 반 정도 쓰다 군 복무를 했다. 완성한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작품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가 제대한 뒤 뜻 맞는 친구들과 모여 영화를 만들기 위해 돌고래유괴단을 세웠다.

 

돌고래유괴단이라는 이름에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돌고래유괴단의 신우석 감독은 멋져 보이지는 않지만, 이상한 이름이라 좋았다고 말했다.

 

돌고래유괴단 여섯 명의 크루는 7년을 고생했다. 2015년 캐논 광고의 기회를 잡기 전까지.

 

 

 

캐논, 바이럴 필름


 

당시 캐논은 여러 제작사를 대상으로 광고 기획을 의뢰했다. 조건은 하나였다.

 

"진짜 바이럴 필름을 만들고 싶다."

 

신우석 감독이 생각하는 '진짜 바이럴 필름'이란 "스스로 확산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사람이 공유하며 보고 싶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기존 tv광고에서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믿었다. 즉 클리셰를 파괴하는 것이다.

 

캐논 광고 모델은 최현석 셰프와 안정환 선수다. 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돌고래유괴단의 광고는 확실히 기존 광고와는 다르다. 최현석이 딸과 손을 잡고 공원에 나가 강아지 산책을 시킨다. 잔잔한 분위기, 천진한 딸의 웃음소리, 그는 평화로운 이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캐논 카메라를 든다. 그때 목줄을 풀어줬던 강아지가 재빨리 도망친다. 그는 이미 너무 멀어진 강아지를 보며 생각한다.

 

"털 달린 짐승은 키우는 게 아니라더니. 틀린 말은 아닌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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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광고 <최현석 셰프의 포토 킥!> ©Canon Korea

 

 

영상 끝에 삽입된 재치 있는 해시태그가 웃음을 자아낸다.

 

캐논 시리즈의 다른 광고는 모델인 최현석 셰프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곰 사진을 찍다가 곰에게 잡아 먹히거나 독버섯을 먹고 죽는다. 전부 기존 광고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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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선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광고에서 안정환 선수는 범죄자를 쫓는 경찰의 머리를 향해 공을 날린다. 경찰차를 타고 가는 안정환 선수의 모습을 보여주며 마찬가지로 재치 있는 해시태그로 웃음을 자아낸다.

 

최현석 셰프, 안정환 선수를 모델로 섭외했기 때문에 유머러스한 광고가 탄생할 수 있었다. 캐논의 기존 광고는 세련되고, 무거운 느낌이 강했다. 캐논뿐 아니라 대부분의 광고들은 진중하고, 감성적이다.

 

돌고래유괴단은 기존의 광고 문법을 파괴하고, 독창적이며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광고를 만들었다. 소비자들이 보고 싶은 광고를 만들겠다는 목적을 달성했다.

 

 

 

웹드라마에 도전하다


 

이후 돌고래유괴단은 2018년 9월 웹드라마 <고래먼지>를 공개했다. 삼선전자와 협업했던 <고래먼지>는 60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고래먼지>는 2053년 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미세먼지 문제로 외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미래 사회를 그린 SF 웹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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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먼지> EP.1 ©삼성전자

 

 

<고래먼지>는 브랜디드 콘텐츠다. 하지만 암울한 미래 상황을 그려내고, 이때 삼성전자는 AI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힘이 되어주겠다는 메시지를 부담스럽지 않게 전한다. 노골적으로 브랜디드를 드러내며 극적 몰입을 방해했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 성공적인 시도였다.

 

'삼성'하면 반도체, 스마트폰을 떠올릴 수 있었으나 AI를 떠올릴 수는 없던 때였다. 그때 <고래먼지>는 삼성전자의 가치와 비전을 자연스럽게 소비자에게 노출한 콘텐츠였다.

 

소비자가 주로 찾는 로맨스 장르가 아닌 SF 장르로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도 돌고래유괴단의 도전적인 지점을 보여준다.

 

 

 

아이디어와 도전 정신으로 무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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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션 월드와이 광고 <백종원의 자기 관리 비법> ©NEXON

 

 

캐논을 비롯해 유니클로 감탄팬츠, 배스킨라빈스 모나카, 이마트 수입맥주 등 돌고래유괴단이 만든 광고들은 재미있는 광고 이상으로 대중의 기억에 남았다.

 

2019년 12월에 발표한 <백종원의 자기 관리 비법> 광고도 주목을 받았다. 100명의 종원을 등장 시켜 이들이 서로 다른 일을 분업해서 하고 있었다는 설정의 광고였다. 백종원의 이미지와 완벽히 어우러지는 광고가 아닐 수 없다.

 

돌고래유괴단은 꾸준히 전에 없던 광고를 만들고 있다.

 

바야흐로 숏폼 시대다. 소비자들은 광고에 5초의 시간도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광고를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광고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호갱'이 되는 것만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우리는 자랑과 어필에 완전히 질려 버렸다.

 

광고뿐 아닌 많은 콘텐츠는 말하는 대신 들어줄 때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이해할 만한 공동의 감수성을 제시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때 사람들은 넉넉한 마음으로 5초, 그 이상의 시간을 견뎌준다.

 

우리 시대에 필요한 공동의 감수성은 '유머'였는지 모르겠다.

 

돌고래유괴단 팀원들은 광고계 종사자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광고인지 광고가 아닌지도 모르는 콘텐츠를 쥐고 대중을 마주했다. 대중의 반응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용기였다. 기존의 트랜드, 관습을 따르는 대신 무모하게 새로운 형식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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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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