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괴짜인가 천재인가 - 살바도르 달리 : Imagination and Reality

글 입력 2022.01.05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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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살바도르 달리전 ver.1.jpg

 

 

정말 오랜만에 디디피를 방문하였다. 이번에 열리는 전시는 살바도르 달리 전시이다. 살바도르 달리는 이미 한국에서는 익히 알려진 대중적인 인물이다 보니 사람들에게 인기가 정말 많은 전시이기도 하다. 일부러 아침 일찍 오픈 시간에 방문했음에도 오픈 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고 당시에 -14도까지 내려갔던 정말 추웠던 날씨여서 그나마 다행히 안쪽에서 기다릴 수 있게 해주셨다. 인기가 있을 거라고 이미 생각하고 있었고 블로그 후기도 이미 봐준 상태여서 사람이 정말 많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사람을 피해서 아침 일찍 방문했는데도 사람이 많았다. 그만큼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예전에 인사동에서 마그리트 전시를 갔던 적이 있었는데 르네 마그리트처럼 살바도르 달리 또한 초현실주의의 대가로도 불린다. 하지만 르네 마그리트랑 살짝은 결이 다른다. 뭔가 더 다크한 느낌이랄까. 전시는 살바도르 달리의 단독 전시이면서 회고전으로서 그의 작품 세계를 연대기별로 소개하게 되는데 전 생에를 걸친 작품 140여 점을 선보이며 천재적인 달리의 예술세계를 만날 수 있던 전시이다.


개인적으로 초현실주의를 좋아하고 정말 신비롭게 느껴지는 작품들로 매력이 있는 사조라고 생각은 했으나 딱히 초현실주의 작가나 작가의 사상과 생각을 깊게 배워보진 않은 것 같았다. 이번 기회에 초현실주의에 대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알아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전시장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자아



1. Gerard Thomas d Hoste.jpg

Photo ©Gérard Thomas d’Hoste /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Figueres, 2021

Image Rights of Salvador Dalí reserved.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Figueres, 2021


 

살바도르 달리 전시장에 바로 들어가게 된다면 입구에서 가장 먼저 영상을 만날 수 있다. 천재의 탄생을 알리는 가장 첫 공간에서 그의 탄생을 만나 볼 수 있었는데 1904년 5월 11일에 스페인에서 태어난 그는 행복한 가정, 그리고 그 기억을 가지고 풍경을 많이 그려가면서 인상주의 화법을 배워가 풍경이 그려진 작품들을 많이 만나 볼 수 있었다. 여기서 아버지의 초상화와 같이 그려진 집, 바다 등의 풍경 등을 많이 그리게 된다.


하지만 그에게 가장 비극적인 부분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달리가 태어나기 전 뇌 수막염으로 죽은 형으로 인해 부모는 달리를 형의 환생으로 여기며 죽은 형과 이름을 똑같이 지어주는 등 죽은 형의 프레임을 달리에게 뒤집어 씌웠다. 달리는 자신 그대로 온전하게 부모님에게 인정받을 수 없어 끊임없이 자신이 죽은 형이 아닌 걸 증명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받아 강박증, 편집증, 정신분열 증상인 이중성, 혹은 다중성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정말 기이한 행동과 일탈 등으로 방황하며 천재적인 화가이면서 괴상한 사람으로서 이중적인 취급을 받게 된다.


달리의 어린 시절, 그리고 자라온 환경과 정서를 고려해 보았을 때 부모님이 심리상담을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아픔을 지키기 위해 자식을 희생시킨 부모의 정서를 바르게 바꿔주고 싶다. 이런 부모 아래에서 자란 달리는 자신이라는 자아를 지키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을 모습이 잠시 스쳐 지나가는 부분이다.

 

 


인상주의와 입체주의



1. 아버지의 초상화와 에스 야네르에 있는 집 Portrait of My Father and the House at Es Llaner, 1920.jpg

<스튜디오에서 그린 자화상 Self-Portrait in the Studio>, c. 1919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그는 인상주의 화법을 배웠기 때문에 그는 라몬 피초의 영향으로 색감 위주의 인상주의를 시작하는데 이후 입체주의를 연구하면서 우리가 잘 아는 피카소와도 만나며 입체주의 스타일이 그림 속에 많이 등장하게 된다. 실제로도 피카소를 존경하는 마음이 강렬하여 파리에 가자마자 피카소를 보러 가는 등 팬심이 대단했다고 할까? 여기서 [두 인물]이라는 작품이 같이 그려져 있었는데 어두운 계열의 컬러로 그려진 이 작품은 두 명의 인물이 서로를 기대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측면으로 보이기도 하고 이색적인 느낌이었고 그림을 그린 작품과 같이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있어서 이색적인 기분이 들기도 했다.


[스튜디오에 그려진 자화상]이라는 작품도 있었는데 달리의 첫 스튜디오는 카다케스라는 곳으로 라몬 파초의 꼭대기 방이였다고 한다. 그는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인상주의와 입체주의를 동시에 배우면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화풍을 조금씩 만들어가며 화가로서의 꿈을 조금씩 이루어가고 있었다.

 

 


갈라



7. 갈라의 발 입체적 작품 Galas Foot Stereoscopic Work, 1974.jpg

<갈라의 발 (입체적 작품) Gala's Foot. Stereoscopic Work>, c. 1974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달리에게는 갈라라는 인물이 정말 중요하다. 갈라는 초현실주의파로 인정받은 소수의 여성으로서 달리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인물인데 이미 그녀에게는 남편과 딸이 있었음에도 가족을 뒤로하고 10살이나 어린 달리와 사랑을 시작하게 되었다.


솔직히 불륜으로 시작했지만 둘의 사랑은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갈라가 죽을 때까지 유효했으니 마음만은 진심이었음을 알 수 있는데 실제로도 갈라가 죽고 우울한 생을 보냈으며 그동안 수많은 갈라의 초상화를 그리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무의식



2. 지는 밤의 그림자 Shades of Night Descending, 1931.jpg

<다가오는 밤의 그림자 The Shades of Night Descending>, 1931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달리는 특히 밀레의 만종이라는 작품에 대한 애정이 많았다. 자주 접했고 자주 보고 계속 생각하며 실제로도 밀레의 만종과 비슷한 작품을 열작품 이상 그렸다고 알려져 있으니 그 집착을 볼 수 있다. 밀레의 만종을 통해 무의식 생각을 자극한다고나 할까.


그는 고전 작품에도 관심이 많았고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충격을 받기도 하며 무의식 그리고 꿈의 세계에 심취하게 된다. 무의식, 본능의 세계를 해방시키며 독자적인 길을 가게 되면서 초현실주의 작가로서 점차 명성을 얻게 된다.


그의 작품 가운데 [슈거 스핑크스]라는 작품은 사막 가운데 앉아있는 여인의 모습과 옆에 조그맣게 남자의 실루엣, 그리고 벽돌과 나무, 자전거 비슷한 모습의 물건이 보인다. 황폐한 사막 한가운데처럼 보이지만 모래바람이 날리는 모습이 마치 스핑크스의 실루엣처럼 보인다.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 하나씩 놓여 있지만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 이런 이상하면서도 매력적인 작품의 시작을 알린다.


그리고 [다가오는 밤의 그림자]라는 작품은 밝은 하늘과 대조되는 검은 그림자의 모습으로 뭔가 우울하고 불안한 느낌을 조성한다. 그러한 현실 자체를 표현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과거의 그리움이 공존하는 느낌이 드는데 이 그림이 그려진 시기가 갈라가 아파서 수술을 하고 병원에 있었을 때 그린 그림이기 때문에 이런 이중적인 감정이 동시에 드는 작품을 만든 것 같았다.


그 외에 많은 작품들이 나오는데 약간 달리의 그림에서 몇 개의 공통점들이 발견되었다. 예를 들면 나무나 시계, 구두, 해골, 마네킹, 뼈, 고기, 다리, 새, 창문, 등등이 보이는데 이런 공통된 작품들은 하나하나 의미가 있어서 그 의미를 전시장 내부에서 볼 수 있도록 설명을 친절하게 해두어서 비교하면서 살펴보니 달리의 그림이 더욱 이해가 가지게 된다.


달리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은 초현실주의에서 자주 사용하는 오토마티즘(자동기술 법) 이론을 베이스로 한다. 의식의 흐름대로 그림을 그리는데 여기에 약간의 차별화를 두어 '편집광적 비판(Paranoiac Critic)'이라는 기법으로 사용한다. 이 기법은 어떤 사물에 대한 집착이 강할 때 나타나는 왜곡을 표현하는 건데 비 이성적인 환각 상태를 좀 더 이성적으로 객관화 시키는? 그런 사실을 재현하는 것이다. 너무 집착한 나머지 일반인으로서 바라보지 못하는 그런 시각을 표현한다고 할까? 조금은 어려운 기법이지만 이런 기법으로 탄생 한 여러 작품들을 본 지그문트 프로이가 유일하게 인정하고 극찬한 작가라는 점을 통해 정신 분석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기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상업적 분야



섹션 05_포트이가트_전시전경 (2).jpg

섹션 05_포트이가트_전시전경 (2)


 

달리는 전쟁이 나서 곧 미국에 망명을 가게 된다. 그러면서 초현실주의 그룹과 멀어지고 광인의 트리스탄 작업을 하며 그림을 그리던 중 무대의상이나 디자인에 참여하기도 했다. 광인의 트리스탄에 나오는 바그너의 오페라를 생 마지막 순간까지 그림으로 그리기까지 했으니 그만큼 좋아하는 작품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렇게 무대 디자인에도 관심을 보이며 그는 영화에도 참여를 하게 되는데 비현실적인 세계를 극 사실주의로서 표현함은 정말 이색적이다.


그 가운데 안달루시의 개 라는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은 단편영화로서 브뉴엘이 꾼 꿈과 달리가 꾼 꿈 두 가지를 결합시켜서 표현하는데 짧은 영화를 보는 내내 내용을 하나도 알 수 없었다. 손에 개미가 나오기도 하고 눈을 면도 칼로 자거나 동물의 시체, 그리고 성적인 장면이 중간중간 나오는데 실제로도 영상 관람엔 시청에 주의를 줄 정도로 잔인하고 불편할 수 있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는 글귀가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용을 하나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듯 이 영화를 만들 때 이해나 생각을 할 수 없도록 아무런 단서를 주지 않은 채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어서 그 목적은 정확하게 달성이 된 것 같다.


나중에는 디즈니와 같이 협업하여 제작한 영화도 있는데 디즈니스러운 그림체지만 달리의 독특하고 기괴한 느낌이 동시에 들며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가 되는데 맥거핀 효과 같은 느낌이랄까? 전혀 줄거리에 연관이 없는 것 같지만 연관이 있는 것 같고 그런 식으로 계속 영화를 바라보게 된다.

 

 

 

과학과 종교



6. 후안 데 에레라의 입방체 연구에 대한 서문 A Propos of the Treatise on the Cubic Form by Juan de Herrera, 1960.jpg

<후안 데 에레라의 '입방체 연구'에 대하여 About the "Speech on the Cubic Form" of Juan de Herrera>, c. 1960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전쟁이 끝나자 그는 원자 폭탄으로 핵물리학 같은 과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며 종교와 과학을 접목 시킨 작품들을 많이 표현한다. 그리고 고전주의에 대한 탐구도 계속 이어나간다. 나중에는 시각적 이중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편집 비판적 해석을 포함하여 스테레오스코피, 홀로그래피, 4차원 탐구도 하게 된다.


고전적인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신화적 종교적 요소들로 그림을 많이 그리게 되는데 디오니소스가 나오는 작품은 몸을 와인병이나 과일로 표현하면서 육체를 분해하고 변형시켜 성적 도발이나 식용이 가능한 아름다움 등을 표현한다.


나중에는 입방체 연구에 관심을 가지기도 하고 두 개의 연작 작품을 그려 스테레오스코피 효과를 체험할 수 있게 만든 체험 공간도 설치되어 있었는데 정중앙에 거울을 두어약간 다르게 그려진 그림을 겹쳐 입체 효과를 일으키게 만드는데 두 눈으로 그림을 보면 머릿속에 착시를 일으켜 오른쪽 이미지와 왼쪽 이미지를 머릿속에 섞이도록 인식 시키는 원리로 새로운 환각을 재창조하는데 4D의 기본 원리같이 입체적으로 보이고 섞여 보이는 그런 느낌이 들던 공간이라 더욱 기억에 많이 남았다.

 

 


존경하는 거장들



아까도 말했듯이 달리는 피카소를 굉장히 존경하였다. 피카소뿐만 아니라 존경하는 거장들이 몇몇 있어서 그 작품을 오마주 해서 그린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는데 피카소가 그린 아비뇽의 어린 여인들의 모습을 젊은 여인들로 바꿔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 등 작품을 이어나갔다. 특히 벨라스케스를 좋아해서 그의 초상화 작품을 자기가 해석해서 만든 작품이나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등 많은 거장들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이런 존경심은 예술작가에 대한 가치 리스트를 만들어 비교해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작가들의 모습이 많이 등장해서 뭔가 소소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괴짜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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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공간에는 메이 웨스트 룸이라 하여 메이 웨스트라는 여배우의 얼굴을 방 가구의 모습으로 탈바꿈 시켜 직접 서치하여 만든 설치 미술 작품도 있었고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이 영상으로 나오기도 하며 초현실을 실제로 경험하는 마지막 공간이 나왔다.


게다가 알프레드 히치콕과의 협업 작품도 나왔는데 영화 스펠바운드 꿈속 장면에 참여했는데 심리학적 분석을 소재로 한 영화로 꿈속의 장면을 표현하는데 살바도르 달리와 같이 연출하고 무대 디자인을 맡겼다. 꿈의 장면으로 들어가면서 눈을 큰 가위로 자르면 천이 갈라지면서 또 눈이 나오는 정말 이색 적이면서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영화 장면이었다.


아까도 여러 작품들을 설명했지만 그는 회화 작품에만 그친 게 아니라 영화, 만화, 사진, 연극, 패션, 등 정말 많은 곳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한 인물이었다. 그의 행보는 이후 팝아트의 탄생의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는 정말 획기적인 방법 (물감을 넣은 공기총이나 달팽이가 물감을 기어가며 그린다던가 코뿔소 뿔에 빵을 꽂아 그리는 등)으로 화제를 몰고 다녔는데 이 세계적인 스타 작가의 일대기를 만날 수 있던 정말 재미있는 전시였다. 전시를 다 보고 나면 진짜 그림 자체가 정말 천재적인 것 같기도 하고 괴상하다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전시를 모두 보고나니 살바도르 달리라는 작가를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었고 시간이 나면 꼭 방문하여 달리의 작품 세계를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봤으면한다.

 

 

[박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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