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뉴욕타임스 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 [도서]

글 입력 2021.10.2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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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빠가 얘기하던 걸 떠올려보자면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 6살 무렵부터 책을 끼고 살았다고 했으니 내가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건 예견된 미래였을지도 모른다. 중학교 때는 한창 유행하던 판타지 소설을 썼고, 고등학교 때는 나름의 세계관을 짜서 제대로 된 소설 한 번 써보자 시도 했고, 지금은 한참 모자라지만 ‘오피니언’을 통해 내가 보는 것들을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글은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누군가는 신문 기사를 쓰고, 누구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수필을 쓰며, 나처럼 어떤 것에 관한 의견을 담은 오피니언을 쓰거나 직접 만든 세계를 담아 소설을 쓰기도 한다. 저마다 형태가 달라 쓰는 법도 다르지만, 글을 쓴다는 게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상호작용에 관여한다는 것만은 같다. 불행하게도 많은 사람이 이 간단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글을 쓴다.

 

 


글; 어쨌거나 나의 이야기



저자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지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내가 글을 쓰는 이상 좋든 싫든 간에 그 글은 내 이야기가 된다. 내 손으로 직접 이야기하는 것인데 원치 않는 주제로 글을 써봐야 제대로 나올 리가 없다. 오늘따라 기분이 안 좋아서 혼자 조용히 있고 싶은데 계속 말 해보라고 건드리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호의라고는 해도 그다지 좋은 말은 안 나온다.


스트레이트 기사는 사실을 전달할 뿐 내 이야기가 아니지 않냐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싶어 미리 설명한다. 기사는 사실과 정보를 전달하는 게 본질이지만 결국 내가 선택한 사실과 정보를 전달한다. 내가 전달하고 싶은 것을 골라 나만의 방식으로 기사를 작성하니 결국 내 이야기다. 소설이라면 내가 머릿속으로 만들어 낸 것만 다루니 말할 것도 없다. 에세이라면 내가 살아온 시간에 대해 말하니 내 이야기가 아닐 수가 없다. 어떤 글을 쓸 것인가는 서술하는 방식을 다르게 할 뿐 결국 내 이야기를 하게 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 중에서도 나만의 이야기를 추려내야 한다. 내가 생각한 건 남도 생각한다. 대개 자신은 굉장히 독특하고 색다른 것이라 여겼는데 같은 것을 떠올린 사람을 꽤 많이 보는 상황을 겪는다. 여기의 아무개나 저기의 아무개도 하는 이야기를 구태여 수고스럽게 나까지 할 필요는 없다. 선택지가 많다면 굳이 내 글을 찾아보지 않는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 중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찾아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글을 잘 쓰기 위한 연습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가 된다.

 

 

 

글; 들려주는 이야기



글을 달고 살아온 인생이라 그런지 글을 다루는 일을 꽤 자주 했다. 고등학생 때는 신문부에 있었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학원 강사나 공공기관 사무 보조 등 여러 방면의 글을 다뤄봤다. 가장 글을 많이 읽고 분석했던 건 자기소개서 첨삭이나 지원서 따위를 보고 인원을 걸러내는 작업이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 취준생이라거나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는 사람이라면 꽤 도움이 되지 싶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걸러낸 수 없이 많은 지원자는 모두 같은 문제를 보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글이라는 건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상호작용이지 어느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게 아니다. 자기소개서나 지원서는 특히나 읽는 사람에 초점을 두고 쓰는 글이니 이런 특징이 더 잘 드러난다. 지원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야 하는 것은 분명하나 읽는 사람을 고려해서 써야 한다. 그게 아르바이트건 회사건, 혹은 어떤 단체나 기관이건 간에 그들이 듣고 싶은 것은 당신의 이야기 중에서도 자기들이 원하는 것과 관련된 이야기다. 내가 어떻게 자라왔고, 어떤 사람이며, 어떤 일과 경험을 쌓아왔는지를 모두 그들이 원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풀어야지 ‘내가 이렇게 많은 것을 했고 난 이렇게 잘난 사람이다’라는 식으로 서술해봐야 한 줄 읽고 쓰레기 더미로 내던져질 뿐이다.


기사도 마찬가지다. 기사도 자기소개서나 지원서만큼 듣는 사람에 초점을 두고 쓰는 글이다. 굉장히 중요하고 가치 있는 정보라고 한들 독자가 이해하기 힘든 용어나 복잡한 서술을 잔뜩 늘어놓은 기사는 사람들에게 외면받는다. 가뜩이나 바쁜 현대 사회에 그 장황하고 쓸데없는 것들을 하나하나 다 읽어 줄 정도로 여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저자가 지적하는 것도 이런 점이다. 당신이 어떤 글을 쓰고,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을 생각하며 글을 썼을 때 잘 쓴 글이 완성된다.

 

 

 

글; 내가 원하는 것을 듣고 싶도록 말하는 것



잘 쓴 글이라는 건 꽤 주관적인 묘사다. 어떤 사람은 몇 번을 읽어도 재밌는 글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첫 장 읽고 덮어버릴 만큼 지루할 수 있다. 그 지루한 사람에게도, 몇 번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도 똑같이 잘 쓴 글은 읽고 싶은 글이라는 것만은 변하지 않는다. 말주변 좋은 사람이라고 늘 말을 잘할 수는 없듯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고 항상 잘 쓸 수는 없다. 어떤 날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을 수도 있고, 어떤 날은 그다지 읽고 싶지 않은 글을 쓸 수도 있다. 사람인지라 이건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하릴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 읽고 싶은 글로 풀어내야 한다. 그게 글을 쓰는 사람의 운명이자 숙명이다. 내가 앞으로 어떤 글을 쓰게 될지도 모르고 당신이 어떤 글을 쓰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그게 나 이건 당신이건 상관없이 우리는 각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고 싶은 글로 풀어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 연습의 반복은 우리를 잘 쓴 글 앞에 데려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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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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