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바일 리얼리티'가 내게 던진 질문들 [도서/문학]

글 입력 2021.10.07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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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프루프 책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물에 들어가서 책을 보거나 책에 물을 묻히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내 책이 아니었고 괜히 물을 묻혔다가 책이 물들 수 있으니 말이다. 표지도 귀여웠고 우선 책이 가벼워 누워서도 손쉽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가벼운 책의 무게는 이 책이 나에게 던지는 현시대에 대한 이야기에 비할 수 없었다.

 

여러 작가들이 디지털 시대에 일어나는 혹은 일어날 이야기를 적었는데 읽으면서 ‘정말 이 세상을 믿고 살아도 될까?’하는 생각이 이파리를 피우고 자라고 있었다. 가끔 나는 온갖 것이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종이 신문이 사라지고 온라인 신문만이 존재하는 세상이 도래해 과거를 조작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두려움에 떤다.

 

현실을 여과 없이 반영했다고 느낀 것은 어린아이를 내세워 유튜버를 하게 하는 일, 감금이 되어 있는 상태에도 자신을 궁금해하는 숫자들 즉, 자신의 SNS 팔로워들이 있다며 그들이 자신을 궁금해할 것이라고 생존하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는 사람, 모바일로 청첩장을 보내는 일, 돈을 받고 사용해 보지 않은 채 블로그 리뷰를 적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드는 일, 얼굴도 모르는 인공지능의 말을 믿는 사람들 등 모두가 한 번쯤은 접해볼 만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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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서 놀랐던 이야기는 키즈 유튜버로 데뷔시켜 아이를 촬영하는 이야기였다. 아이는 자신이 카메라 앞에 서야만 부모님이 자신을 좋아하고 자신과 놀아준다는 것을 깨닫고 유튜버가 되어 더 맛있게 먹는 척, 더 즐거운 척, 더 슬픈 척 연기를 한다.

 

빠른 촬영을 위해 부모는 아이가 떼쓰는 것을 제어하고 점점 도가 지나치자 아이와 함께 촬영을 하던 PD는 촬영 현장을 대중에게 폭로해버린다. 결국 아이는 유튜브 세상을 떠나 다시 일상 속으로 들어간다.

 

이젠 더 이상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 아이는 불안해 PD에게 폭로한 영상이 거짓말이라고 정정하라고 요구한다. PD는 아이가 더 이상 스트레스 받지 않기를 원했던 것인데 아이는 오히려 방송이 끝난 후 다시 차가워진 부모님으로부터 더 큰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키즈 유튜버가 정말 많은 이 시점에서 정말 아이가 행복한 환경에서 영상이 촬영되고 있는지 계속해서 유념하고 일이 진행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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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뜨끔했던 것은 과하게 앱에 의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이야기였다. 가계부 앱을 이용해서 카테고리를 분류하고 자신의 재정상태를 평가받고 조정하는 상황을 보여주는데 오히려 현재 나의 소비습관을 들여다보고 조정할 수 있기에 이것은 비판할 여지가 없었다.

 

이러한 어플을 사용해 보았지만 꾸준히 사용해 본 적이 없는 나는, 내가 무시하면 끝이기에 이 앱을 맹신하고 따르는 이야기 속 인물들이 신기하고 대단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믿는 것보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인공지능의 말을 신뢰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옛날에 인터넷을 하고 있으면 부모님께서 ‘인터넷에 나오는 말 너무 믿지 마라.’라고 말씀하신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이 말이 떠올랐다. ‘인공지능이 하는 말 너무 믿지 마라.’ 혹시 나도 내가 아는 사람의 말보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인공지능의 말을 믿고 있어온 것이 아닐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린 디지털 세상 속에서 각자 어떻게 살고 있을까? 편리함을 추구하는 동시에 이 편리에 너무 익숙해져 문제를 겪고 있는가? 혹은 새로운 문화의 등장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가?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많은 인간의 직업이 많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지만 결국은 그 뒤에 사람이 있고 사람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들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사람뿐이다.

 

디지털 세상 속에 뒤덮혀 보지 못했던 시선들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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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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