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 '교환' 베스트 [영화]

구교환을 처음으로 만났던 영화 <우리 손자 베스트>
글 입력 2021.09.0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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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의 드라마 콘텐츠 < D.P >가 연일 화재다. 출연 배우들 역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정해인과 함께 주연을 맡아 극을 견인하는 배우 구교환에 대한 팬심을 이번 기회에 표현하고자 한다.

 

지금이야 흥행을 거둔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많은 인지도를 쌓았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대중의 시야에 들어온 지는 불과 몇 년이 흐르지 않았다. 실제로 그가 출연한 최초의 상업 영화는 염상호 감독의 <반도, 2020>이며 그 차기작은 류승완 감독의 최근작 <모가디슈, 2021>였다.

 

물론 독립영화계의 슈퍼스타로서 자리한 기간이 몇 년인데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지적할 분들도 계실 것 같다. 그러나 우선 구교환의 팬을 자처하는 입장에서 그를 절하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다음으로 독립영화가 흥행을 위한 대중의 선택을 목적으로 제작되지 않음을 고려할 때 '대중'의 시선에서는 비교적 벗어나 있지 않았던가 생각해봤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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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상업 영화 진출 이전 구교환이 출연했던 <우리 손자 베스트, 2016>, <꿈의 제인, 2016>, <메기, 2018>과 같은 영화들이 좋은 평을 받으며 나름의 이름을 알렸음이 사실이다. 더해 그는 <꿈의 제인, 2017>으로 17년도의 영화제를 휩쓸기도 하였지만, 세 영화의 관객 수는 모두 합쳐 7만 명이 채 되지 못한다. 오히려 그가 <거북이들, 2011>이나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 2013>를 통해 신예 감독으로서 먼저 두각을 드러내었다고 보아야 옳을 듯싶다.


이런 배우 구교환을 처음으로 보았던 작품을 이번 기회에 먼저 다뤄보고자 한다. 그의 영화를 처음으로 관람한 것은 5년 전의 전주국제영화제로 작품의 이름은 <우리 손자 베스트, 2016>였다. 사실 예매를 앞두고 영화 목록을 살피며, 뭐 이런 제목이 다 있나 싶어 예매를 진행한 영화였다.

 

당시 앞서 언급한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왜 DVD를 주지 않는가, 2013>를 언제 한번 봐야 하는데' 정도의 느슨한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의도치 않게 배우 구교환의 다른 영화를 먼저 관람한 셈이었다. 하지만 해당 작품은 영화제에서 본 작품들 중 가장 인상 깊게 남았다.

 

제목 속 '손자'라는 말과 달리 영화는 가족 구성원(조손 관계)의 갈등으로 극을 전개하지 않는다. 도리어 가족적 관계는 단절되어 있다. 작품은 무관했던 노인과 청년을 통해 제법 넓은 틀 속에서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영화의 기획 의도가 밝히고 있듯 이 영화는 일차적인 세대의 모습과 갈등을 넘어 사회의 모습을 노인과 청년의 모습으로 풀어간다.

 

소위 애국 보수를 외치며 탑골공원에서 매국노를 두드려 패는 '어버이별동대'의 핵, 정수(동방우 배우와) 취업에 실패한 채 인터넷 커뮤니티 '너나 나나 베스트'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교환(구교환 배우)이 바로 작품의 두 축이다. 이렇게 나이도 성격도 모습도 다른 두 사람은 같은 집회에 있었다는 사실로 의기투합하며 함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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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두 인물은 자신들의 사회적 집단에서 인정 받지만, 정작 현실 속의 가족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 공통점을 지닌다. 정수의 경우 종로 인근 노인들과 상인들의 인정을 받으며 국가유공자 심사를 받을 정도로 평생을 활발히 살아온 인물로 그려지지만, 정작 자신의 친손자에게는 용돈을 쥐어주며 겨우 연락을 이어간다.

 

교환 역시 익명성을 띤 커뮤니티에서 활약하지만 정작 자신의 가족들과 썩 좋은 관계가 아니다. 고시원 생활을 이어가던 교환은 식사를 사겠다며 가족들을 편의점으로 불러 모든 뒤 결국 아버지에게 얻어맞는다.

 

둘의 모습은 각자가 머무는 장소로도 표현된다. 활동의 공간으로 탑골 공원과 커뮤니티가 제시되지만 실제로 두 사람이 머무는 곳은 그렇지 않다. 먼저 정수의 공간은 대중목욕탕이다. 그러나 이 곳은 운영되지 않는 텅 빈 곳이다. '대중'이란 이름을 벗어나는 것이다. 교환은 정수의 부름을 받고 외진 골목길 낡은 건물에 위치한 목욕탕으로 올라간다. 정수는 이 곳을 소유하고 있지만 교환 외의 인물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열린 곳이지만 닫혀 있는 셈이다.

 

교환이 머무는 공간 역시 유사한 역설성을 지니고 있다. 그는 집을 나와 고시원에 머물지만 다른 누군가와 교류하지 않는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냉장고와 세탁기는 오히려 시설 이용자 사이의 단절을 보여준다. 이층 침대가 가득한 공간은 모두 커튼으로 닫혀 있으며 교환은 그 속에서 홀로 엎드려 노트북을 본다. 그리고 원어민 영어 통화로 짧은 대화를 더듬더듬 이어갈 뿐이다. 정수를 가족들과 살았던 본래의 집으로 초대했을 때에도 누군가의 흔적은 부재한다. 집은 텅 비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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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두 인물은 모두 집단과 단절되어 있다. 새로운 인물과 관계를 맺으려는 두 사람의 시도가 실패하는 것 역시 이에 기인할 것이다. 가장 가까워야 할 사람들과도 연결되지 못한 셈이니 별도의 연결이 힘든 것이야 당연하다. 영화의 초반부 정수는 교환에게 "넌 내 손주였으면 죽었어"라고 말한 바 있지만 국가유공자 심사에서 탈락한 후 손자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교환 역시 전화 영어 선생님과 만남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모두 전제된 단절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행위로 나아가지 못했기에 결국 정수와 교환에게는 끝내 두 사람만이 남는다. 두 사람의 관계를 성공이나 실패 한 가지로 구분할 순 없을 것 같다. 서로가 남았기에 성공이라고 할 수도 있고 대체적인 관계(서로를 인정하고 좋아해줄 가족적 관계)인 한 실패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 깊이와 인정의 정도가 어떠하든 두 사람이 위안을 얻었다면 우선 족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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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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