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605.2 ; 희망은 어디에 넣어 두었다. [전시]

2020년대 서울, 잃어버린 시민들의 희망에 대하여
글 입력 2021.09.0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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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시민청 기획전시 <605.2 ; 희망은 어디에 넣어 두었다.>는 서울시청 내 위치한 시민청 갤러리에서 9월 1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시민청 시민기획단 8인의 기획으로 사진, 평면회화, 영상 등 다채로운 11점의 작품들로 구성되었으며, 코로나19로 지쳐있는 시민들에게 잃어버린 또는 찾고자 하는 ‘희망’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본다.

 

 

 

605.2 ; 희망은 어디에 넣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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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5.2’는 서울시 면적인 605.2km²를 의미한다.


서울이 가진 여러 가지 색깔 중 유독 많은 이들은 어두운 면을 먼저 떠올리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서울에 남아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겠지만, 삶을 살아내야 하는 이유에서 그 답을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서울의 과거에서부터 이어진 많은 이들이 희망을 찾아 헤매는 노동현장에서 생각의 끈을 이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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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링'( 2021), 단채널 영상, 3분

@김민경

 

 

김민경 작가는 ‘링’이란 작품을 통해 치열한 삶의 터전이었던 서울에 존재한 우리의 ‘노동’ 현실에 대해 재고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작가는 서울의 중심부에 있는 청계천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며 서울이 가지고 있는 시대성까지 함께 부각하여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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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우, 'Wandering Wondering #02'( 2019), 피그먼트 프린트, 96x120
@송석우

 

 

송석우 작가의 ‘Wandering Wondering’은 급변하는 한국의 사회 구조 안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시리즈 작품이다. 작품 속 20대로 추정되는 네 명의 청년들은 각 장소의 성격에 맞는 의상을 입고 어딘가를 응시하거나 기대는 등 일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들이 응시하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건 과연 무엇일까?

 

여러 생각이 교차되는 작품이다. 틀에 박힌 한국 사회에서의 허망함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절망스러운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신기한 점은 이 작품들 모두 관람자로 하게끔 오묘한 위안감을 안겨다 준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사진을 보며 청년들의 상황에 공감과 위로의 감정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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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난희, '방' (2019), 캔버스에 아크릴, 68x58.9

@석난희

 

 

화려한 색채가 눈을 사로잡았다. 작가 석난희의 작품은 시각적으로 다양한 ‘맛’을 품고 있다.

 

주위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일상적 소재들로 표현된 작품들은 더욱이 친숙하게 다가온다. 화려함 뒤에 가려진 고독감이 역설적인 매력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대도시 안의 소시민들이 각자의 방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펼쳐나가는 것만 같은 작가의 표현력에 색다른 희망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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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이주연, '화합' (2013), 판화설치, 250x200

@이주연

 

 

애니 이주연 작가는 리노컷판화를 주로 하는 판화작가이며, 판화작품을 통해 종이판화설치를 한다.

 

전시장에서 유일한 설치작품으로 표현된 수많은 ‘페이퍼맨’은 작가가 새롭게 구현해낸 독특한 모습으로 현대인들을 상징하는 캐릭터이다. 쉽게 찢어지고 구겨지는 종이의 특성에서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발견해낸 작가의 독창성에 놀라움과 신기함, 즐거움이 교차한다.


작품 ‘화합’은 관람 중 가장 큰 감동을 안겨다 준 작품이었다. 방대한 인류의 대서사시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으며, 개별적이지만 절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서 고찰할 수 있었다. 또한, 각각의 ‘페이퍼맨’들이 모여 함께 ‘화합’하는 이미지를 통해 갈등이 없는 평화로운 사회의 모습을 꿈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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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Swimming Pool' (2016), 캔버스에 아크릴, 200x200

@이상원

 

 

마지막으로 이상원 작가의 ‘The Ballons’와 ‘Swimming Pool’은 전시장 내 다른 작품에 비해 큰 규모의 평면 회화 작품이다.

 

작가는 현대인의 군상을 새로운 시각과 화면에서 관찰하여 캔버스에 나타내었다. 비슷한 듯 상이한 사람들의 모습을 화면 전체에 배치함으로써, 규칙적인 형상에서 표현되는 미적인 요소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주었다.


작품 ‘Swimming Pool’은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찾아보기 어려운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신종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뒤부터 작품 속 상황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동경과 갈망, 그리움의 감정이 뒤섞인 채로 작품을 감상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는 일상을 간절히 희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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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관람이 끝나는 지점에 이번 전시의 성격을 요약하는 서울시 지도가 눈에 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기획자들이 전시를 방문한 관람객들에게 던지는 질문들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Q1) 당신은 지금 왜 서울에 머물러 있나요?

Q2) 지금 당신의 희망은 어디에 있나요?

Q3) 서울은 나에게 _____다.

 


 

서울에 사는 이유와 서울이 나에게 가지는 의미에 대하여


 

그동안 나는 서울을 자주 왕래하면서도 서울이 어떤 도시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서울의 의미와 서울 속 희망, 그리고 내가 사는 지역의 의미와 희망에 대해서도 돌이켜보게 되었다.


서울시청사 지하 1층에 위치한 시민청은 이 밖에도 다양한 공간들로 조성되어 있다. 다른 지역 주민으로서 서울 시민들을 위한 공공의 복합문화공간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무척 부러웠다. 물론, 다른 지역 사람이라고 해서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다만 시청과 사는 지역 간의 거리가 멀어서 오고 가는 데 시간이 한참 걸릴 뿐이다.


그래도 이러한 공공 문화예술 콘텐츠들이 점점 시민 참여형으로 바뀌어나가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회색 도시에서, 사는 것에 치여 정신적으로 온전치 않은 이들을 위한 문화 복지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우리 사는 도시에서의 생활과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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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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