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비가시적인 관념을 가시화하기 [미술]

#2. 소개하고 싶은 작가의 작품
글 입력 2021.07.2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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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그룹,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


 

추억의 애니메이션 ‘보글보글 스폰지밥’에는 다이빙 수트를 입은 멋쟁이 다람쥐, 다람이가 나온다. 다른 인물들과 달리 그는 육지 생명체이기 때문에, 커다란 수중용 산소마스크는 필수이다. 지금 벌써 머릿속으로 그의 상큼한 이미지를 그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러한 다람이의 모습이 TV에서만 등장하는 줄 알았는데, 현실에서도 비슷한 이들이 나타났다. 바로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라는 예술가들의 행보이다.


이들은 도시환경에 있어 ‘공연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술 그룹이다. 1999년 베를린에서 설립되었고, 대표 감독은 마르코 카네바치(Marco Canevacci)와 양예나로, 공동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작품은 얼마 전 이태원에서 열린 코오롱스포츠 백화점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초대형 카라비나 체험형 전시회로, 관객은 커다란 비닐 안을 걸으면서 볼 수는 있지만 만질 수는 없는 식물들을 바라보게 된다.

 

 

 

연결과 차단 사이 관계 맺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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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enice Art Biennale >, Venice, Italy, 2019, Selected, ⓒPlastique Fantastique

 

 

위처럼 그들의 작품은 대부분 비닐을 이용한 구조물이 많다.

 

일반적으로 구조물이 견고한 물성이나, 이들의 구조물은 굉장히 눈에 띄면서도 가볍고 휴대하기 쉽다.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전시된 위 작품은 관객이 물 위에서 걷는 경험을 선사한다.


딱딱한 바닥이 아래에 없고, 붙잡을 든든한 벽도 좌우에 없기 때문에, 관객의 입장에서는 공간 자체가 더 신비롭게 느껴진다. 또 이 작품이 설치된 바깥쪽에서도 타인들은 호기심으로 이 통로를 만지게 되고, 안에 있는 사람은 통로 밖의 움직임을 보며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감각을 느낀다.


이는 함께 쓰는 ‘공동 공간’을 만들려는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평소처럼 그저 옆으로 스쳐 지나쳤을 사람들이 비닐이라는 얇은 막을 통해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가 바라는 ‘시민 간의 창의적인 연결’은 충분히 실현된다. 이는 서로의 행위가 간접적ㆍ물리적으로 다가오게 만들며,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또 이 혁신적인 아트 듀오의 2017년 작품 < LOUD SHADOWS | LIQUID EVENTS >을 보면, 비닐 공간 안에서 곡 연주, 무용가들의 춤이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울창한 숲 가운데 툭 물방울 한 방울이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이 공간에는 위와 같은 무대들이 펼쳐진다. 일시적이지만 아늑해 보이는 거처 안에는 많은 이들이 자연과 함께 예술을 즐기고 있다. 심지어 비닐로 이루어진 통로를 통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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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UD SHADOWS | LIQUID EVENTS >, Oerol Festival, Terschelling, The Netherlands,

2017, Selected, ⓒPlastique Fantastique

 

 

즉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는 현실을 다르게 바라보게 하는 작품들을 설치한다. 장소 특정적 예술이 그렇듯이, 현재 장소의 특성과 연결해 작품에 의미를 두고 관객을 작품 안으로 빨아들여 다시 상황을 보게 하는 것이다.

 

이는 앞에서 언급했던 다람이가 된 듯한 기분이 들게도 한다. 바닷속에서 살기 위해 산소 튜브를 사용하는 그처럼, 우리도 이들의 작품을 통해 다른 세계에 초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다람이가 육지에서 바라보던 바다의 모습과 바다 내부에서 본 모습은 같은 바다였음에도 달라 보였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도 같은 육지 안에 살면서 새삼 다른 위치에서 육지를 바라보게 된다.


더 나아가 캐릭터 다람이처럼 느껴지는 결정적인 그들의 작품이 있다. 바로 <아이스피어>이다.


2020년 5월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는 유튜브 계정에 ‘베를린 웨딩’이라는 영상을 통해 이 작품을 공개했다. 아이스피어는 얼굴이 다 보이는 투명한 페이스 실드이다. 코로나 상황에 맞물려 이들의 작품에는 진지함과 재치가 묻어나 있다. 이 페이스 실드를 쓰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 그들의 예술 퍼포먼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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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phere >, Berlin, Germany, 2020, Selected, ⓒPlastique Fantastique

 

 

이렇게 사회적인 현상과 관련지으면서 그들의 작품 이념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 ‘연결과 동시에 차단’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온라인상으로는 누군가와 쉽게 연결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다시 차단되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러한 사회적인 환경을 ‘비닐’이라는 소재를 통해 풀어낸 점이 크게 눈여겨볼 만하다. 비닐 역시 투명해 다 보이지만 동시에 차단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닐이 주는 속성을 생각해보며 현재 육지에서의 모습을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어디서나 존재할 수 있는 당신의 사무실


 

비닐과 관련된 다른 이의 작품 하나가 더 있다. 바로 “모든 것은 건축이다.”라고 했던 건축가 한스 홀라인의 <이동식 사무실>이다. 요즘 같은 시기 외부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없을 때, 새로운 장소를 제안하는 그의 작품은 의의를 선사한다.

 

이 작품 역시 비닐로 만들어진 텐트를 개인용 사무실로 설치한 것이고, 개인은 그 안에서 산소를 가져와 자유롭게 존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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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식 사무실 Mobile office >. 한스 홀라인, 1969, ⓒHans Hollein

 (이미지 출처 : HANS HOLLEIN)

 

 

만약 이러한 이동식 사무실을 활용하는 사람이 공원에 많다고 상상하면, 참 묘한 광경이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는 없는 존재이기에 누군가와 함께하려 하지만, 다시 분리되며 개인의 영역 안에서 독립적으로 위치하기 때문이다.

 

마치 비닐 공간이 일종의 선처럼 느껴져서 그 선 안의 자유를 침범하지 말라는 경고처럼도 보인다.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의 작품처럼 이동식 사무실 역시 개인의 비가시적이던 고유 영역을 가시적으로 명시하는 셈이다.

 

 

 

비가시적인 관념을 표현하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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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UD SHADOWS | LIQUID EVENTS >, Oerol Festival, Terschelling, The Netherlands,

2017, Selected, ⓒPlastique Fantastique

 

 

이러한 지점에서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와 한스 홀라인의 작품은 관념을 끄집어낸 실체화된 예술이며, 환경, 인간 모두를 고려한 예술이다.

 

그들은 연결과 차단을 담아내기 위해 ‘비닐’ 소재를 택했고 이 장소 안 개인의 영역, 나아가 인간 군상의 영역을 임시로나마 보여주었다. 또 사회 현상을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게 함으로써 발명의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예술은 개인과 사회의 영감을 불어넣는 일을 하고 있다.


당신은 투명한 아이스피어, 투명한 이동식 사무실을 살펴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향후 어떻게 숨을 쉬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지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참고자료

-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 공식 홈페이지


 

[심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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