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一望無際, '니키리라고도 알려진' [영화]

글 입력 2021.07.08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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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자체가 많은 레이어가 있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처음에 봤을 땐 굉장히 간단하게 쉽게 읽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이 안에서 레이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오래 보고 오래 생각할수록 더 어려워지는 작업들을 좋아하죠"

 

- Nikki S. Lee

 

 

예술 행위를 촉진시키는 수많은 질문 가운데 하나로 "나는 누구인가"를 꼽을 수 있다. 예술을 하나의 정의로 규정하기 힘들 듯, 한 개인의 정체성 또한 콕 집어 설명하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안에 내가 너무 많아"라는 노랫말처럼, 그간의 경험들로 축척된 성향의 레이어들이 저마다의 자아 속에서 층층이 자리 잡고 있다. 자신은 분명 소심하고 내향적인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분위기에 흠뻑 취한 채 누구보다 몸을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자신을 발견한 적이 한 번쯤 있지 않은가?

 

타인을 넘어 자신 또한 쉽게 정의 내리지 못하는 것이 바로 정체성(Identit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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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예술세계를 구축하게끔 예술가들을 이끌어온 원동력은 끊임없이 제기해오는 질문에서 비롯된다. 그 가운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서 필생의 테마로 자리 잡은 건 바로 "나는 누구인가?"(Who am I?)라는 한 줄짜리 문장이다.

 

나 자신도 알지 못하는 나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예술이라는 플랫폼 혹은 표현 수단을 적극 활용하는 과정 속에서 작품이 탄생시켰다. 저 멀리 뉴욕에서 자기 자신을 모티브로 일련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아티스트, '니키 리' 역시 이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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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관 ‘아트나인’에서는 기획 상영 레이블, 'Docs9'을 통해 국내외 걸작 다큐멘터리 작품을 매달 1편씩 소개 중이다. 이번 레이블의 5번째 작품으로 상영된 <니키리라고도 알려진>은 Projects/Parts/Layers 시리즈로 현대 미술의 한 획을 그은 아티스트 ‘니키 리’의 또 다른 정체성 탐구 프로젝트다.


<니키리라고도 알려진>에서의 니키 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프로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작품 전시를 앞두고서 자신이 의도한 것과 다르게 갤러리에 도착한 작품들을 보고서 화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나, 수많은 질문 공세 속에서도 담담히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니키 리 그 자체다. 영화는 예술가로서 그녀의 행적을 유유히 따라다니며 카메라에 조목조목 담아낸다.


카메라 앞에서 자기 자신을 연기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을 통해 영화는 현실과 비현실의 모호한 경계 속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그녀는 평소 몸을 움직이는 게 싫다고 말하지만, 뒤이어 나오는 장면에서는 리듬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는 모습이 나온다.

 

더불어, 영화는 한국에서 산 5달러짜리 가방 안에 1,800불짜리 지갑을 넣고 다닌다는 지인의 증언을 통해서 그녀의 모순된 지점들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니키 리를 보는 관객도, 니키 리 본인 스스로도 본인스러움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규명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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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저마다 꿈꾸는 이상향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타인을 통해 발견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이러니는 자기 자신이 구축한 정체성을 똑같이 모방하고자 하는 욕구다.

 

대다수 셀러브리티들은 공교롭게도 타인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캐릭터의 일면으로부터 본연의 이미지를 잠식당하는 모순을 겪는다. 이런 상황을 일찌감치 꿰뚫어 본 케리 그랜트의 그 유명한 명언, 모든 사람이 케리 그랜트가 되고 싶어 합니다. 심지어 나조차도 케리 그랜트가 되고 싶다니까요!"

 

바쁜 도시 한복판에 위치한 갤러리 안을 당당하게 돌아다니며 많은 이들 앞에 작품을 전시하는 도회적인 모습.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인 뉴욕에서 사는 아티스트를 상상했을 때 쉽게 나올 수 있는 이미지다. 이는 곧, 니키 리를 바라봤을 때 떠오를 수 있는 대표적인 표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녀 또한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걸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통해 직접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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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모호함이 시종 감돈 채 영화는 카메라 속의 니키 리가 그녀 본연의 모습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현대 예술의 일환으로서 시도하는 퍼포먼스인지를 명확히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단지, 아티스트로서 화려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던 뉴욕이 자기 자신과 진정 어울리는 곳이라는 말과 함께 니키 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여기서 마무리 짓는다.

 

과연 우리가 본 니키 리의 진짜 정체성은 무엇일지, 그리고 이에 앞서 카메라에 담긴 니키 리는 정말 우리가 아는 아티스트로서 니키 리 본연의 모습일지 영화는 아무런 대답도 내리지 않고 관심도 두지 않는다. 그녀에 관해서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김현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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