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글 입력 2021.05.09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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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한다. 이런 말을 서슴없이 내뱉을 수 있을 만큼 그리 많은 영화를 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아한다 영화를!

 

현장극에서는 제약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시공간의 넘나듬이 영화 속에서는 너무도 자유롭다는 사실을 깨닫고 상상을 있는 그대로 담을 수 있는 영화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이내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가 되어버렸다.

 

맥스 달튼 역시 영화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자신에게 남다른 영감을 준 영화들을 일러스트로 재탄생시킨 그의 작업물을 만날 수 있었던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가 또 다른 예술의 영역인 영화를 통해 영감을 얻고, 그것을 다시금 자신의 그림으로 표현해내었다는 그 일련의 과정이 무척 흥미로워 관심이 갔다.

 

운이 좋게 도슨트와 함께 전시를 즐길 수 있었다. 도슨트에 크게 연연하는 스타일이 아니긴 하나, 도슨트와 함께 작품을 감상하게 되면 확실히 작품을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도슨트를 듣게 되면, 작품 그 자체를 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감상했을 때 감히 생각해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표면 위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번 도슨트에서는 '언어'라는 단어가 인상적이었다. 언어, 맥스 달튼은 영화 속 주인공과 영화 속 장면 등을 자신만의 작업으로 풀어내어 그것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의 그림은 나름의 문법을 가지고 있는데, 자주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아래와 같은 문법이었다.

 

 

I am your father.jpg

내가 너의 아버지다. (I Am Your Father.) / 2015

Giclee print on archival paper

40.6 X 51 cm

 

 

영화의 핵심 문장을 담은 인물화. 간단한 상황 설명과 함께 맥스 달튼이 생각하는 영화 속 명대사가 담겨 있었다.

 

한 점의 포스터처럼 보이기도 하는 위 같은 일러스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자신이 영화 속에서 느꼈던 감동을 공유하고자 하는 그의 따스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영화광 맥스 달튼의 면모를 엿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표지 The Grand Budapest Hotel Cover 2015 아카이벌 페이퍼에 지클리 프린트 Giclee print on archival paper 91.5 X 122 cm.jpg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표지 (The Grand Budapest Hotel Cover) / 2015

아카이벌 페이퍼에 지클리 프린트 (Giclee print on archival paper)

91.5 X 122 cm

 

 

특히 맥스 달튼은 많은 영화감독들 중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 감독의 빅 팬이라고 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전경이 전시의 포스터에 활용되었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웨스 앤더슨의 비교 팬이면서 동시에 그의 영화 세계를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는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실제 그의 컬렉션 북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참여하기도 한 맥스 달튼은 일명 성공한 덕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뿐만 아니라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라면 모두 섭렵한 것 같은 맥스 달튼의 일러스트에는 영화를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보지 않은 것을 마치 본 것처럼 상상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은 충분한 이해로부터 온다고 생각하기에 작업에 들어가기 전, 충분히 영화를 돌려보며 구도를 구상했을 그의 촘촘한 설계력에 감탄을 표했다.

 

 

The Lonely Phone Booth Copyright © 2010 by Peter Ackerman and Max Dalton..jpg

외톨이 공중전화기 표지 (The Lonely Phone Booth Cover) / 2010

Giclee print on archival paper

40.6 X 28 cm

Copyright © 2010 by Peter Ackerman and Max Dalton.

 

 

그의 일러스트에는 동화 같은 아기자기함이 묻어있는데, 그 아기자기함을 살려 실제 동화책의 일러스트를 그리기도 했다. 전시장에 가면 한국어로 동화의 내용을 풀어놓은 종이를 가져갈 수 있도록 배치해두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동화가 바로 The Lonely Phone Booth Cover였다.

 

휴대폰이 나타나면서 설자리를 잃게 된 폰 부스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가치를 드러낸다는 내용의 동화였는데, 시대가 변하고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곧 과거의 것을 대체한다는 의미가 될 수는 없다는 함의를 전하는 것 같아 공감이 되었다.

 

도슨트를 시작하기 전, 서양화를 전공한 도슨트께서 컴퓨터 작업에 기반을 두는 일러스트전의 해설을 맡는다는 것이 꽤나 망설여지는 일이었다고 말씀하셨다. 사실 나 또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귀를 기울였다. 과연 일러스트 또한 하나의 작품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인가의 질문을, 수많은 일러스트전을 봐왔음에도 놓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슨트님께서는 예술의 가치가 표현의 방식에 담겨있지 않다는 것을, 표현한 내용이 무엇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본 전시를 통해 깨닫게 되셨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들으며 나 또한 작품이라는 그동안, 작품이라는 단어의 폭을 너무 좁게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되돌아보았다.

 

선 하나도 작품이 되는 세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선 하나를 그어도 그 선이 무엇을 담고 있느냐에 따라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고전적인 방식이 아닌 일러스트 작업이라 할지라도 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까지의 여정은 똑같이 고민스럽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나는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을 도슨트와 함께 감상했던 것이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저 귀엽고 아기자기하다는 감상으로 끝났을지 모를 작품의 감상에 깊이를 더해주셨기 때문이다. 일러스트라는 작품의 카테고리를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해주신 도슨트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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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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