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진이야? 그림이야? - 마르첼로 바렌기展

글 입력 2021.05.0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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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것저것 재고 따지는 게 많은 사람이다. 옷을 살 때도, 맛집을 갈 때도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많이 검색해본다. 문화를 향유할 때도 그랬다. 내 스타일이거나 호기심이 생기면 향유를 했고 내가 흥미 있는 분야가 아니면 향유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선택이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트인사이트에서 문화를 향유할 때 최대한 따지지 말고 향유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이것저것 검색해보는 게 아니라 작은 호기심에 공연을 보러갔고 제목만 보고 책을 읽어보기도 했다.

 

이번 전시 역시 그랬다. 전시를 보러 가고 싶었고 때마침 약속을 잡은 친구와 일정이 맞았다. 이 친구와는 멀리 해외 봉사활동 파트너로 함께했는데도 불구하고 전시회를 같이 가본 적이 없어서 같이 가고 싶었다. 그렇게 이 작가에 대해 잘 모른 채 전시를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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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설명을 보는데 작가가 된 지 얼마 안 된 작가라 참 반가웠다. 그동안 봤던 전시에는 옛 시대의 유명 작가나 엄청 오랜 시간을 작가로 활동한 사람들이라 나에게는 어색한 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 작가는 최근에 작가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이 현실성 있었다.

 

그는 유튜브로 자신의 작업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대에 맞는 플랫폼을 쓴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작업물을 영상으로 공유하고 그 영상은 전 세계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유튜브로 자신의 작품을 세계적으로 알린다는 것이 요새 추세에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건축을 공부하다가 화가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평생 직업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도 내가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들을 잘 쌓아서 나중에 좋은 기회로 활동하고 싶다고 생각 했다. 어릴 때는 내가 한 선택은 무조건 밀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바뀐다. 내 직업은 달라질 수도 있고 목표했던 것을 위해서 돌아갈 수도 있겠다는 것을.

 

하지만 어떻게 가도 그것은 잘못된 게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마르첼로 바렌기 역시 건축을 전공하면서 화가는 조금 늦은 시기에 됐을 수도 있지만, 그의 삶 속에서 건축은 지금의 그림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것을. 그래서 그만큼 우리 인생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는 것을 안다. 그렇게 나는 나를 또 다독이고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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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각자의 속도에 맞춰 작품을 감상하면서 사진 같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만큼 사물의 표현이 사진으로 찍어낸 것처럼 정교하고 똑같았다. 사물을 보여주는 빛의 위치, 그림자, 질감, 점선 하나하나가 굉장히 정교했기 때문에 사진이라고 해도 믿길 정도였다.

 

어떻게 이걸 그림으로 그려? 하고 의아해할 때 그림 옆에 QR 코드를 통해 작가가 실제로 그림 그리는 장면으로 연결됐기 때문에 의심할 수 없었다.  건축이라는 굉장히 계산적이고 정교한 작업을 전공한 사람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그림 자체에서도 정확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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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작업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노출한다고 한다. 거짓도 리터치도 없다는 말에서 그의 그림만큼이나 솔직한 신념이 드러난다고 생각했다. 사진처럼 리얼한 그림이기 때문에 사물에서 사용한 흔적이 그림으로 잘 보일 때 신기하기만 했다. 이런 디테일을 어떻게 하나하나 잡아내는지 신기하면서도 급하면 일을 디테일하게 하지 못하는 나를 돌이켜 보기도 했다. 급한 성격인 나는 바쁘게 일을 처리해야 할 때 디테일이 많이 떨어지는데 작가님은 왠지 침착하고 차분한 성격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누군가는 마르첼로 바렌기의 그림이 물체와 너무 똑같아서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너무 사실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전시회를 관람하면서 그동안 다녀왔던 전시회의 심오한 그림을 바라볼 때처럼 작가의 마음이나 표현하려고 했던 감정이 무엇인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가 바라보고 있는 세상과 표현하려는 예술은 인간의 삶에서 사용되고 있는 물건이 세월의 흐름으로 녹아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바렌기만의 그림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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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다채롭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표현의 자유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이 어떨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을 늘 함께하고 싶은 존재이다.

 

오래 알고 지낸 친구와 함께 다녀온 첫 번째 전시, 사진처럼 그림을 정확하게 그려내는 작가님은 내 기억에 자연스레 남아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정답이 없는 예술 분야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었다. 편협하고 고집스러운 시각이 아닌 다양한 작가들의 생각을 향유하고 느끼는 작업을 하면 할수록 내가 표현하려는 예술의 폭도 넓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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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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