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때론 엉뚱하고 공격적이지만 그럼에도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괴물들이 사는 나라 [영화]

글 입력 2021.03.0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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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갈등이나 고통을 전혀 드러내지 않은 허식의 세계를 그린 책은 자신의 어릴 때의 경험을 생각해 낼 수 없는 사람들이 꾸며 내는 것이다. 그렇게 꾸민 이야기는 어린이의 생활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 모리스 샌닥의 칼데콧 상 수상

 

 
커갈수록, 우리는 점점 마음속에 품고 있는 솔직한 감정들을 감추고 억누르며 살아간다. 그저 어린아이일 땐 슬프면 큰 소리로 울고, 화나면 떼를 쓰며 과격한 태도를 보이고, 기쁘면 펄쩍 뛰며 좋아하고, 궁금하면 호기심 있게 달려든다. 그렇게 지금 내 상황을 있는 그대로 숨기지 않고 풀어놓는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가면서 우리의 감정들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상황이 얼마나 될까?
 
영화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보다 보면 주인공 맥스와 괴물들을 통해 어린이들의 솔직한 행동과 생각 혹은 그들이 함께하는 관계 속 다툼과 갈등의 해결을 허구의 세계를 통해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좀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아이들의 시점에서 봤을 때 보이는 어른들의 문제점을 그들의 행동과 대화를 통해 보여주기도 한다.
 
어린아이다운 감정 표현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영화이기에 조금은 엉뚱하고도 포악하지만, 그러면서도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들의 모습을 통해 어렸을 때 한 번쯤 생각해 보았던 궁금증, 생각, 행동들을 다시금 떠올려보며 지금의 내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날 못된 애 취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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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친구들과 놀기 바쁜 누나와 일과 육아에 점점 지쳐가는 엄마, 그리고 그들에게 사랑받기를 원하는 어린 아들 맥스. 나름대로 자신만의 방법으로 가족에게 외로움을 호소하고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하지만, 그런 맥스에게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누나와 자신을 이해 못 해주고 ‘통제 불능’이라며 폭발해버리는 엄마에 대한 분노로 맥스는 곧바로 집에서 나와 도망치게 된다.
 
사람도 차도 없는 길가를 뛰어다니고, 철장을 넘어 어두운 숲길을 헤쳐나가며 소리치고 덤불을 부수고 던지고 포효하는 맥스. 불안함을 자극하는 듯한 빠른 음악과 함께 자신의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모든 화를 곧장 뿜어낸다. 그리고 곧 오묘한 음악이 흘러나오며 배가 나타나고, 조금은 이상하지만 망설임 없이 배를 타고 닻을 올려 강 위를 쭉 나아간다. 어두운 밤이 지나 밝은 아침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앞을 향해 곧장.
 
그러다 거친 파도가 휘몰아치기 시작하고 맥스는 새로운 섬에 도착한다. 그리고 불빛이 있는 곳을 향해 겁 없이 절벽을 타고 끝없이 올라간다. 어린 소년이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는 모습들을 이 영화는 조금은 쉽고 용감하게 보여준다.
 
 
 

기묘하고도 오묘한 괴물들과의 만남, 그리고 왕이 된 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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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가 도착한, 빛이 보이는 그곳은 굉장히 기묘하다.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커다란 몸체와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한 커다란 입,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어딘가 다른, 그런 독특한 괴물들이 모여 있다. 숨죽이며 그들의 행동을 바라보던 중 맥스는 자신과 같이 화가 가득 찬 괴물의 행동을 지켜보게 된다.
 
“아무도 내 편은 없는 거야? 그럼 나 혼자 내 편하지 뭐...” 괴물의 외로운 듯한 한 마디는 맥스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지금까지 맥스의 생각과 너무나도 일치하니까. 그런 그를 내버려 둘 수 없었던 맥스는 화가 난 괴물이 한 행동 그대로 집을 부수는 행동을 보인다.
  
자신들의 집을 부수자 화가 난 괴물들은 그에게 위협적으로 다가가지만, 맥스는 움츠러들지 않고 지어낸 이야기로 조금은 엉뚱하게 그들을 속이고 이해시킨다.
 

“난 왕이었어, 그리고 고대의 힘을 갖고 있어. 20년이나 통치해 왔다고!”

“네가 왕이라면, 고독은? 그것도 다스릴 수 있어? 모든 슬픔을 다 막을 수 있어?”

“모든 슬픔을 막아낼 ‘슬픔 방패’가 있어. 엄청나게 커서 외로움을 폭발시켜서 없애버리지.”

“놀라워, 이렇게 작은 데 왕이라니. 드디어 우린 왕을 찾은 것 같군. 안심이야, 왕인 줄도 모르고 잡아먹을 뻔했네.”

 
 
 
그들만의 유쾌한 놀이 방식, 그리고 각자가 지닌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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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왕, 첫 번째 과제가 뭐야?”
“괴물 소동을 벌이자!!”

 
아우 우우 우 우우 우우~~~~~~ 신나는 음악과 함께 맥스는 괴물들과 펄쩍 뛰고, 달리고, 던지고, 날아오르고 함께 모여 행복한 듯 잠을 자고. 그렇게 괴물 친구들과 금세 친해지고 즐겁게 웃으며 떠오르는 해를 바라본다.
 
어찌 보면 굉장히 순수하고 마음이 따뜻한 괴물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점점 그들의 시간 속에 녹아들며 각자가 지닌 고민과 불안감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들에게 왕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로 함께 커가는, 서로가 필요한 존재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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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의 시간이 너무 좋고, 같이 있음에도 그리운, 모두가 함께하던 시절이 그리운 캐롤, 자신이 친구들과 다르게 생각되어 떠나야 한다 생각되는 KW, 아무도 그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려 하지 않아 속상한 알렉산더.
 
이렇게 각자가 생각하는 깊은 고민들이 있지만, 해결되지 못한 채 새로운 상황이 계속해서 만들어져 간다.
 
 
 
우리만의 아지트, 그리고 갈등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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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집에서 서로 챙겨주고 같이 자는 거야.”
           
 
집을 잘 만드는 괴물, 자기주장이 강한 괴물, 구멍을 잘 만드는 괴물, 맥스를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괴물 이렇게 다양한 성격을 지닌 괴물들이 함께 살 아지트를 만들어가게 된다. 거칠지만 튼튼하고, 서로만의 문구도 새겨 넣은 요새를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어나간다.
 
하지만 작은 분란이 쌓여 결국 맥스가 만든 ‘전쟁놀이’가 갈등의 큰 발단이 된다. 착한 편 악당 편으로 나뉘어 흙덩이를 던지며 노는 게임이지만, 원치 않게 악당 역할이 되어 기분이 나쁜 괴물, 흙덩이를 얼굴에 맞아 기분 나쁜 괴물, 과하게 반응하는 상대방의 태도에 기분이 나쁜 괴물. 이렇게 모두가 다른 이유로 화가 나고 모든 탓을 맥스에게 돌린다.
 
“악당도 기분 나쁘고 모두가 기분 나빠. 이게 너의 통치 방식이야? 너에겐 능력이 있잖아. 우리를 뭉치게 할 힘이 있을 거야. 보여줘.”
 
하지만 맥스에게 아무런 능력도 힘도 없다는 것을 알고 배신감을 느끼며 괴물들은 돌아서버리게 된다. 특히나 맥스를 믿었던 캐롤은 무서운 모습을 보이고 계속해서 화가 난 태도로 맥스를 쫓아간다.
 
 
 
그들만의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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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와 괴물들 사이의 고민과 오해는 평범하게 서로 마주하며 사과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가진 않지만, 그저 서로의 곁에 있어주고 화를 낸 자신의 못난 점을 인정하고 후회할 줄 알며, 상대방의 마음에 공감해 준다. 서로가 소중한 존재임을 알기에 받아들이게 된다.
 
영화 속에서 맥스와 괴물들의 이별은 생각보다 굉장히 담백하게 이루어진다. 서로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말을 하기보단, 서로의 첫 만남 때처럼 그들만의 방식으로 아우  우우 우우 울음소리를 내며 이별을 받아들이고 맥스를 보내준다. 그리고 맥스는 다시 안락하고 평안한 집으로 돌아오는 결말을 맞이한다.
 
이 영화는 아이가 겪는 한 편의 성장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어른인 우리에게 다시금 생각해 볼 만한 질문과 대답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린아이기에 갈등이 생겼을 때 해결하는 방식도 서툴고, 사소한 이유를 계기로 관계가 틀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도 알고 다시 함께하고 싶다고 말할 줄 아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이 영화에 나오는 대사인 “어릴 때 이후로 이래본 게 얼마 만이지? 우린 재미란 걸 모르고 살았지.”처럼 나에게 이렇게 솔직했던 순간이 언제였을까 싶다.
 
 
 
행복한 일들만 가득한 원더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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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캐롤이 말한 “원하는 것만 일어나야만 했어!”라는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우리가 원하는 모든 걸 해줄 수 있는 왕이 있을까?
 
그렇지 못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길 바라는 괴물들의 모습과 생각은 결국엔 내 바람이기도 했던 내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기분이었다.
 
맥스가 항상 모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해답을 제시해 주고, 즐거운 일만 가득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애써보려는, 다시금 다가가려는 따뜻한 모습을 보이기에 괴물들도 자신들에게 거짓말을 친 왕이지만 “널 먹어버릴 만큼 사랑해.”라며 그를 감싸 안아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그들의 세상에서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관계를 맺어가며, 갈등을 해결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줌으로써 자신들의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때론 어린이의 풍부하고 진실된 감정과 더불어 독립적이며 용감한 행동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어른인 우리의 내면 깊숙이 지닌 솔직함을 다시금 떠올려보게 만드는 영화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통해 사랑스러움을 느껴보길 바란다.
 
 
[조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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