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마음속 서울을 찾아서 - 2021 딜라이트 서울 [전시]

글 입력 2021.02.27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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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에서 태어난 서울 사람이다. 이 도시에서 자라며 가장 매력 있다고 느낀 점은 24시간, 1년 365일 내내 살아 숨 쉰다는 것이다. 서울은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의 불빛과 함께할 것이다.


서울에서도 번화가 중 하나인 대학로에 위치한 고등학교에 다니며, 그 매력을 가장 많이 느꼈다. 오후 10시,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바라본 거리의 풍경은 쌀쌀한 밤기운이 못 느껴질 정도로 포근했고, 사람들은 행복해 보였다.

 

하루빨리 성인이 되어 이러한 서울의 매력을 마음껏 느끼고 싶은 마음에 하루하루 들떠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 내가 그토록 느끼고 싶어했던 마음속의 서울을 느낄 수는 없었다. 가족의 품을 떠나 경기도의 한 한적한 도시에서 자취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가끔 서울에 방문하기는 하지만, 낮에는 정신없는 일들만이 가득하고, 밤에는 피로만이 가득했다.

 

친구들과 밤거리에 나가 음주가무를 즐겨도, 내가 바라왔던 행복한 모습은 없고, 씁쓸한 대화만이 오간 뒤 남아있는 공허함이 한없이 밝은 서울 밤거리와 대조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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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회에 꼭 방문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이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내가 그토록 꿈꾸고 동경하던, 화려하고 따뜻한 서울 밤의 모습이었다. 서울을 떠나 타지에서 5년째 살며 커져만 갔던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어릴 적 꿈꿔왔던 이상향에 대한 동경심이 합쳐져 나에게 엄청난 자극을 주었다.


이번 전시회가 나에게 더 뜻깊었던 점은, 체험형 미디어아트 전시라는 것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어 입장 시 생년월일을 입력하여 발급받은 팔찌 속 QR코드를 통해 많은 것들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그저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서, 내 마음속에 있던 서울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깊은 여운을 주었던 프로그램 몇 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Corridor of Light & The My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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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출입문을 들어서며 마주한 달빛은 여기까지 온 나를 환영해주는 느낌이었고, 이후 마주한 12지신의 모습은 나에게 어떠한 용기를 주는 듯했다. 팔찌의 QR코드를 통해 발급받은 나의 운세와 대형 LED 화면 속 지신의 모습은 나에게 살아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다.

 

 


Welcome to DELIGHT & Dynamic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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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을 둘러싼 거울과 천장에 달린 수많은 청사초롱이 매 순간 다양한 색깔을 뽐내고 있었다.

 

사진처럼 하나의 색깔이 온 공간을 가득 메우기도 하다가, 각각 다른 색깔로 변하는 역동적인 모습이 서울의 모습, 어쩌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담겨 있는 듯하였다.

 

나를 이 전시회에 오게 만들었던 사진 속 작품 한가운데에 섰을 땐, 고등학생 시절 느꼈던 성인이 되는 것에 대한 설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Authentic Str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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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힙하다’라는 것을 그저 매체를 통해서만 접해보았다. TV 속 연예인, 나아가 SNS 속 몇 친구들의 것인 줄만 알았다.

 

이곳에서는 QR코드 참여 프로그램의 일환인 사진 촬영을 통해 ‘힙’이라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막상 내가 하면 부끄러워질 줄 알았는데, 사진 촬영 후 대형 화면에 나타난 나의 모습을 보니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프로그램을 통해 촬영한 사진은 관람 후 기프트샵에서 인화, 구매할 수 있었다.

 

마음속 꿈꾸던 서울에 다녀온 기념으로 한 장 인화하여 칙칙한 자취방에 걸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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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나를 기다리는 것은 다양한 표지판 그리고 조명을 통해 비친 나의 그림자였다. 수많은 방향으로 뻗어있는 화살표와 내가 가는대로 따라오는 나의 그림자를 보고 ‘어디로 가든 그것이 나의 길’이라는 용기가 생겼다.

 

그동안 나는 내가 가는 길에 대한 불확실함, 그것에 대한 두려움, 결국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공간 속 관람 진행 동선인 횡단보도의 신호등도 빨간 불일지 파란 불일지는 모르지만, 횡단보도의 끝엔 ‘Seoul’ 네온사인이 자리 잡고 있었다.


결국엔 마음가짐이었다.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고 생각한 것도, 어릴 적 기대했던 서울 밤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고 아쉬워했던 것도 그저 나의 생각일 뿐이었다. 나는 내 길을 걷고 있고, 마음속 서울의 모습은 마음속에, 현실의 서울은 현실 속에 있는 것이었다.

 

마음속의 모습을 현실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현실을 마음속처럼 살아가면 되는 것이었고, 그것이 바로 내가 가는 길이 되는 것이었다.


*


이번 전시회를 통해 아름다운 것들도 많이 보고, 몸소 체험하며 느낀 것도 많고, 이를 통해 배운 것도 많았다. 관람을 마친 후에도 그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자취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터미널로 향했고, 티켓을 발권받아 버스에 올라탔다.

 

잠이 들 때쯤 창밖을 보니 서울 톨게이트가 보였다. 항상 고속도로에 진입 후 이곳을 지날 때마다 외롭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더 이상 그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서울 사람이지만 서울을 그토록 동경하던 나에게 이번 전시회는 정말 뜻깊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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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딜라이트 서울

- 2021 Delight Seoul -



일자 : 2020.12.18 ~ 2021.06.30


시간

10:00 ~ 20:00

(입장마감 19:00)


*

휴관일 없음


장소

안녕인사동 B1 인사센트럴뮤지엄


티켓가격

성인 18,000원

청소년 15,000원

어린이 12,000원

 

주최/기획

㈜디자인실버피쉬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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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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