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고 있나요?

나를 보여주는 소비들
글 입력 2021.02.2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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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는 그 사람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코로나 이후 가장 크게 바뀐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소비'이다. 단순히 업종으로만 보더라도 어떤 곳은 힘들어지는 반면 어떤 시장은 매출이 크게 오르기도 했으니까. 이전과 달라진 삶의 형태는 우리가 돈을 쓰는 곳도 달라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몰랐던 자신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당연히 구매하고 사용하던 것인데, 이제는 더 이상 사지 않는 물건도 있고, 처음 사봤는데 만족감이 커서 꾸준히 나의 소비패턴에 자리 잡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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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는 우리 삶에서 끊을 수 없는 행위인데, 그 소비 안에는 많은 나의 감정과 에고가 들어가 있어요. 소비를 하나하나 뜯어보다 보니 저는 오히려 나다움을 찾게 되었거든요. 무조건 안 쓰고 아끼는 게 아니라 나에게 행복한 소비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거기에 쓰는 거죠. 덜 행복한 소비에는 확실히 안 쓰고. 무언가를 살 때 한 번 더 생각해 봐요. 이게 정말 나를 위해 쓰는 건가? 지금 내가 남의 소확행을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 재테크 유튜버 김짠부, [Mo TV 머니토크 라이브 쇼]

 


재테크 유튜버 김짠부님의 말을 듣고, '옳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어디에 돈을 쓰고 있느냐는 현재 나의 욕망, 감정, 생활패턴, 관심사 등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즉, 소비는 그 사람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가 되는 것이다. 당연한 것 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한 번도 깊게 고민해보지 않은 부분이었다. 이를 인식하고 나니 무언가를 하나 구매할 때에도 조금 더 신중을 가하게 된다.

 



나의 소비는 어떻게 변화했나


특별히 의식하고 돈을 쓰지는 않았지만, 나도 분명 코로나 이후 소비 패턴의 변화를 크게 느꼈다. 바깥에 나가거나 사람을 만날 일이 줄어드니 자연스레 외식비와 교통비, 옷을 사거나 머리를 하는데 쓰는 돈이 줄었다. 그 대신 집에서 생활하는데 필요한 물품, 그리고 나의 내면을 채우는 것에 관한 소비가 늘었다. 최근 6개월간 내 삶에 새로 등장한 소비 카테고리 몇 가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나의 감정을 톺아보고자 한다.



교육 - 새로운 세계를 만나기 위해


 

전화영어 140,000원

 


작년에 처음으로 전화영어를 했었는데 올해는 회사가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수업을 신청했다. 영어공부를 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조금 더 나와 결이 맞는 사람과 진심으로 대화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구독하던 블로그 주인분을 선택했고, 매일 아침 그와 영어로 대화를 한다. 그는 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을 가진, 훌륭한 대화 상대이다. 생각해보지 않은 주제의 질문을 매일 새롭게 던져주는 든든한 친구가 생긴 덕분에 색다른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나의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는 작업은 여전히 서툴지만 조금씩 나아지리라고 믿으며.


 

온라인 웨비나 54,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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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보고 있던 커리어 플랫폼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웨비나를 신청하고 수강해보았다. 도전하고 싶지만 멀게만 느껴졌던 분야의 실무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공이 담긴 인사이트, 그리고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다른 참가자들이 강의를 듣는 태도에서도 배울점이 많았다.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서로 얼굴을 마주할 수는 없었지만, 채팅창으로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열정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는 모습들이 멋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으로도 좋은 강의를 많이 들을 수 있는 이 시대의 장점을 마음껏 이용해야겠다.



콘텐츠 - 더 넓고 깊어진 내가 되길 바라며


가장 눈에 띄게 소비량이 늘어난 카테고리가 바로 콘텐츠 부분이다. 이전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면서 살았지만 주로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했다. 필요한 책은 구매하기보다는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인터뷰와 아티클은 뉴스레터나 온라인 매체를 활용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가 무료로 너무나 많은 콘텐츠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힘을 보태주면서 양질의 콘텐츠를 보고 싶었다. 그렇게 읽는 만큼 내 안에 쌓이리라 믿으며 다양한 읽을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종이책 - 월평균 약 40,000원

전자책 서비스 8개월 구독권 - 68,69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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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에세이, 전문서적, 경제·경영서, 소설, 잡지 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조금씩 사고 있다. 원래는 책 욕심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한 번 사고나니 새 책을 받아들었을 때의 그 느낌에 중독되어 버렸다. 물론 책을 읽고 꼭꼭 씹어서 내 안에서 소화를 해야만 진정한 내 것이 되겠지만 말이다. 전자책 서비스는 우연히 구독권이 생겨서 이용해보다가 생각보다 잘 쓰게 되어서 구매를 결정했다. 보고 싶은 책을 모두 실물로 살 수도 없고, 일부분만 가볍게 보고 싶은 책이 있을 때 유용하다.


 

온라인 콘텐츠 1년 구독권 - 98,408원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는 프로모션 기간을 이용해 과감하게 1년 권을 구독했다. 이전부터 관심은 갔지만 과연 내가 잘 읽을까라고 생각이 되어 고민을 했는데 막상 구매하고 나니 괜한 고민이었다. 읽기에 적당한 분량으로 나누어져 있어 틈틈이 짬을 내서 보기에도 좋고, 실제로 업무를 할 때도 적용하고 있어서 실용도가 무척 높다. 학업을 마무리하고 사회로 나가는 시기인지라 커리어와 관련된 것에 돈을 더 많이 투자하고 있는 요즘이다.



라이프스타일 -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의자 - 68,900원

책상과 서랍장 - 193,873원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길고, 집에서는 그저 잠만 자는 생활을 할 때에는 몰랐다. 내가 생활하는 공간을 구성하는 것들이 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말이다. 방을 예쁘게 꾸미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었지만 '조금 더 나중에, 여유가 있을 때 해야지.', '지금 급한 건 아니니까'라는 핑계를 대곤 했다. 코로나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급격하게 늘어나니 눈에 거슬리는 것들을 그냥 둘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는 주로 카페에서 작업을 했기에 마음에 들지 않는 책상과 불편한 의자도 그냥 내버려 두었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 제일 먼저 매일 사용하게 될 의자와 책상을 내가 가진 예산 안에서 골랐다. 고르는 과정은 무척이나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소비였다.


 

찻잔 세트 - 32,000원

협탁 - 46,654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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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상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도 중요했다. 세트로 잔을 사본 적은 없어서 구매할 때 고민이 많았던 찻잔세트는 매일 나에게 소소한 행복을 전해주는 아이템이다. 예쁜 잔에 받침까지 갖춰서 차를 마시는게 이렇게 기분이 좋을 일인줄 몰랐다. 어느새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고,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작은 여유를 부리는 것이 하나의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협탁도 비슷한 맥락이다. 자기 전에 읽을 책이나 향초 등을 올려두며 자기 전 루틴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꾸미고, 일상에 건강함을 더해주는 루틴을 가꿔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무래도 이 카테고리의 소비는 꾸준히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소비가 보여준 나의 모습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나의 소비 실태를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우선 생각보다 나 자신을 위한 소비 카테고리가 많이 늘어났다.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교류는 줄었지만 다른 방법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자 했고, 그 안에서도 나만의 개성을 찾아가려고 노력했다. 거리 두기로 인해 사회와는 단절된 시간이었을지라도 그만큼 내면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한 편으로는 오로지 나만을 위한 소비를 통해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와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를 꼭 소비를 통해서 보여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나의 소비 카테고리에 무엇을 추가하고 싶은가'에 대한 계획은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와 같다. 나는 타인의 행복이 나의 행복으로 가닿는 소비를 늘려가고 싶었고, 그런 마음에서 소액이지만 환경단체에 정기후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나의 소비를 돌아보며 정기적인 후원은 안정적인 사회인으로 자리를 잡고 나서야 하겠다는 망설임이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당장 나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되는 소비는 쉽게 해오지 않았는가? 반성하는 마음으로 후원 신청서를 작성했다. 앞으로는 또 어떤 카테고리를 추가할 수 있을까.




당신은 잘 쓰고 있나요?


해가 넘어가고, 분기가 바뀔 때마다 계획을 세우고 피드백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한 번도 소비와 관련된 계획은 구체적으로 해본 적이 없었다. 앞으로는 계획을 세워서 돈을 쓰는 사람, 그리고 돈을 '잘 쓰는 것'이 무엇인지도 아는 사람이 되어 보련다. 그렇게 내가 소비하는 것들이 모여서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잘 쓰고 있나요?




[박혜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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