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수많은 콘텐츠 속의 출판물을 생각해보다: 출판저널 520호

글 입력 2021.01.0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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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새해가 밝았다. 그런데 세상은 아직도 코로나 블루로 가득하다. 2020년 연초에 비해 2021년에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그래도 백신이 생산되어 투약이 시작된 나라들이 있다는 점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백신 접종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타국에서나마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이 지난한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희망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1000여 명 전후의 확진자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 외부에서 다수와 접촉할 수 있는 공간에서 활동 하는 것은 아직도 위험한 상황이다.


이제 일상은 회사와 집 뿐이다. 헬스장에서 스트레스를 풀던 것도 이젠 할 수 없게 되다보니,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조차 집에서 혼자 해야만 한다. 무엇이 좋을까. 가장 쉬운 건 역시 수많은 콘텐츠들을 소비하는 것이다. 영상물을 보는 것이 아무래도 손쉽고, 시간도 빠르게 지나가니 가장 먼저 접근하기에 쉬웠다. 그러나 영화나 드라마, 유튜브 콘텐츠로 모든 것이 해소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 장르를 바꿔가며 영상물을 보더라도, 결국 어느 시점에 가서는 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내가 주체적으로 뭔가를 사고하기 보다는 객체로서 주어진 것들을 보는 데에서 끝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 끝에, 올해는 책을 손에 쥐었다. 매달 꾸준히 책을 읽었는데, 평소의 나였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법한 책들도 여럿 읽었다. 관심없던 장르, 딱 봐도 나와 가치관이 다른 저자의 글들을 읽는 것은 큰 모험이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관심없는 것이나 내 가치관에 반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베풀 관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는 도전적으로 다양한 분야를 읽었다. 너무 평상시대로 하지 말고 취향의 바운더리를 넓힐 겸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있었다. 그리고, 영상 콘텐츠로 여러 분야를 접해보았던 것처럼 출판물로도 이색적인 분야를 접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출판저널 520호가 나에게로 불쑥 다가왔다.


 



"출판계에서 만났던 사람들, 지금도 여전히 떠올리기만 해도 기운을 주는 사람들이 있고, 멀리서 이름을 알고, 그가 어떻게 일하는지 듣는 것만으로도 존경하게 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처음 주고받는 간단한 업무 메일에도 배려가 담긴 문장들이 꼭 한두 줄 덧대어 오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손에 쥐어지는 책이라는 결과물에서 보이는, 쏟아 부은 애정과 노력 같은 것들이요. 그렇게 일하는 사람들을 찾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출판이라는 분야는."

    

전광진 상추쌈 출판사 대표(34쪽).

 




아마 2020년에는 2019년 대비 사람들이 책을 더 많이 읽지 않았을까. 책을 태생적으로 안읽는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원래 책을 좀 읽던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읽었을 것이다. 주어지는 휴식 시간을 잠과 영상물로만 보내다보면 어느 순간 책을 읽고 싶어지는 순간이 분명 오기 때문이다. 유튜브에 다양한 콘텐츠들이 있지만, 책을 통해 사고하는 만큼의 깊이를 찾기는 쉽지 않다. 물론 콘텐츠의 바다라 할 수 있는 유튜브를 통해 출판물인 책이 부활하기도 한다. 책을 요약하여 소개하는 영상물, 책을 읽어주는 콘텐츠 등을 통해 영상물과 출판물의 시너지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이는 출판사들이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향후 마케팅 방향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런데 또 하나 생각해볼 점은, 유튜버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출판물들을 내는 현상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해외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유튜버가, 라이프스타일과 관련하여 브이로그를 찍던 유튜버가,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자가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버가 자신의 유튜브 콘텐츠를 바탕으로 출판물을 내는 사례들을 익히 접할 수 있었다. 이미 영상을 통해 자신의 모습, 생활, 가치관 등을 구독자들과 공유하고 있던 그들이, 왜 Video Publishing에서 Book Publishing으로 다시 순환했을까. 이는 영상에서만 다 전달되지 않았던 본인의 내밀한 생각과 감정들까지, 구독자들에게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어떤 형태의 콘텐츠이건 생산자의 의도와 생각이 투영되기 마련이지만 글만큼 그 내면을 명백하게 드러내는 수단은 드물기 때문이다.


출판업을 사양산업이라 부른지 오래되었지만, 이렇듯 콘텐츠 분야를 넘나드는 출판(Publishing)의 선순환 구조는 출판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견지에서 생각해보자면, 이는 글이 갖는 힘과 중요성을 원 콘텐츠 소비자들이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할 것이다. 영상에서 접하던 것 이상으로 콘텐츠 생산자의 깊이 있는 내면을 만나는 것은, 책이라는 매개체의 잠재력을 온전히 실감하는 순간이 될 것이며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나타난다면, 새로운 출판 수요의 창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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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출판물의 대부분이 글로 된 책을 의미하긴 하지만, 비단 글이 가득한 책만이 출판물은 아니다. 이번 출판저널 520호에서는 또다른 거대한 출판물 하나를 특집으로 다루고 있었다. 무엇일까? 바로 만화다.


만화. 이제는 만화 그 자체보다는 웹툰으로서 더 많이 불리고, 소비되고 있는 이 시장은 이제 생각보다 그 규모가 커졌다. 실질적인 수치를 확인해보기 전에 생각해보자. 이미 몇 년 전부터 각광받는 영화, 드라마가 원작 웹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부지기수였다. 지금 넷플릭스에서 입소문을 타서 화제가 되고 있는 스위트홈 역시 네이버에서 완결난 웹툰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현재까지 네이버 웹툰 역사상 정말 큰 사랑을 받은 작품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치즈인더트랩 역시, 드라마화되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에 대하여 만화 비평가 박세현은 만화산업 생태계가 건강하게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한다. 그가 말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 데뷔한 웹툰 작가는 9천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 어마어마한 숫자에 비해, 실질적으로 웹툰을 연재하고 있는 작가는 2천 5백 명 수준이다. 생각보다도 더 어마어마한 작가 수에 굉장히 놀랐다. 그런데 이런 웹툰 작가들이, 성실연재를 하다 보면 항상 어느 시점에 가서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스토리작가를 따로 쓰는 경우를 제외하면,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고 캐릭터와 배경을 창조하고 컷에 대한 구상까지 다 한 다음 직접 그려나가야 한다. 이 과정을, 혼자서 다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웹툰 작가들도 어시스트를 쓰는 경우들이 있다. 그러나 어시스트에게 모든 것들을 맡기지 않는다.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장본인은 작가 스스로이기에, 엄청난 시간과 노동력을 말 그대로 갈아넣어 작품을 만든다. 그 모든 노고가 압축된 웹툰 작품이 여러 플랫폼을 통해 적법하게 잘 유통이 되어야 하고, 이에 대해 작가들은 적절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작품들이 만들어질 것이고, 더 많이 유통될 것이며, 더 많이 읽힐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웹툰들은 해외로도 많이 수출되고 있다. 만화 비평가 박세현은 이에 그치지 않고, 웹툰과 출판이 시너지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로 융합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그는 만화비평지 <지금, 만화>를 발행하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웹툰이 잘 되면, 종이책으로 출판하는 경우들도 많다. 출판의 선순환 구조를, 웹툰과 전통출판 사이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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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코로나로 인해 2020년에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집에서 책을 읽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책을 읽기에 마냥 쉬운 한 해는 아니었다. 코로나 때문에 대인접촉을 최소화해야 하다보니 공공도서관들이 아예 열람과 대여를 불가능하게 하는 시간도 길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좀 진정된 이후에는 대출과 반납이 가능해지긴 했지만, 공공도서관에서 하는 일련의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오픈되기가 어려웠다. 도서관의 여러 프로그램들에 참여하면서 책을 읽고, 토론하고,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는 것을 즐겼던 사람들에게는 참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런 코로나 시대에 발맞추어, 강남구립열린도서관은 온라인으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고 한다. 카카오톡과 구글독스, 구글클래스룸, 줌 등 다양한 플랫폼들을 동시에 활용하며 초등학교 4학년에서 중학생에 이르는 청소년들을 위한 독서토론 클래스가 운영되었다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하던 독서토론과 마찬가지로 각자가 책을 읽어온 뒤에, 의견을 나누고 토론을 하는 포맷을 구축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 프로그램 운영방식이 성공적이었던 덕분에, 다른 지역 도서관들도 강남구립열린도서관의 방식을 모방하여 독서 프로그램을 비대면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강남구립열린도서관의 온라인 독서 프로그램 운영은 가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도서관의 바람직한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앞으로 이런 언택트 프로그램 운영 방식이, 도서관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는 데에 적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은 비단 책을 빌려주는 기능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 간의 교육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일종의 평생교육기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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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물로서의 책, 이와는 다른 디지털 콘텐츠와 전통 출판의 상생 가능성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책문화에 이르기까지 출판저널 520호는 이번에도 책문화와 관련된 풍부한 글들을 담고 있었다. 출판 분야에 몸 담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더라도, Publishing되는 그 어떤 콘텐츠든 소비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는 다양한 글들이 있다. 물론 그 중에서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출판저널을 더욱 재밌게 읽을 것이다. 해외의 오래된 서점을 소개하는 글도 있고, 아주 오래 전 같은 출판사에서 초판이 인쇄되었던 책들이 이제는 시간이 지나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인쇄되고 있는 상황을 한 권의 책을 소개하는 글을 통해 만나볼 수도 있다.


출판저널이라는 이름처럼 다양한 출판물들에 대해 다루지만, 출판저널은 비단 책과 출판물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시골에 살면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출판사 대표의 아주 고즈넉하면서도 소소한 글이 있는가 하면, 미국 대선을 통해 리더십에 대해 생각해보는 깊이 있는 글 또한 담겨 있다. 그 주제가 무엇이 되었건, 출판저널에 게재된 글들이 우리의 뇌를 다양하게 자극할 수 있으리라는 것만은 보장할 수 있다.


이미 세상에는 수많은 콘텐츠들이 있다.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출판물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해보게 되고, 마음이 가게 되는가. 그런 당신의 의문과 궁금증을, 출판저널이 해소해 줄 것이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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