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또 다른 나의 모습: '부캐' [문화 전반]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
글 입력 2021.01.02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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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는 부캐릭터를 일컫는 말로 게임에서 원래 키우던 캐릭터나 계정 이외에 새롭게 만든 캐릭터와 계정을 뜻한다.

 

‘부캐’는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다중적 자아라는 뜻으로 각 상황에 맞게 다양한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페르소나는 ‘가면’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로 타인에게 파악되는 자아, 외적 인격 또는 가면을 쓴 인격을 뜻한다.

 

최근에는 방송을 통해 그 의미가 더욱 확장되고 있다. 방송에서 볼 수 있는 ‘부캐’의 여러 컨셉에 맞춘 캐릭터는 색다른 재미와 함께 모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부캐’에 공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감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태어나면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시작으로 학교와 회사 안에서, 여러 활동 등을 통해 많은 사회집단에 속한다. 이곳에서 우리는 가족과 친구, 또는 지인과 함께 살아간다. 한편으로는 직접적인 친분이 없는 사람과 SNS 연결망을 통해 새로운 인연을 맺기도 한다.

 

이를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부캐'의 등장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바로 여러 상황을 마주하게 될 때마다 다양한 ‘나’의 모습이 존재하는 것을 발견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반면에 각 상황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해 어쩌면 진실과 거짓이라는 혼란에서 머물러 있을지도 모른다. 그 물음들 속에서 조금 벗어나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부캐'의 진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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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놀면 뭐하니? ⓒMBC 제공

 

 

예능에서 각 인물의 캐릭터와 그 캐릭터 간의 관계성은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가장 매력적인 요소이다. 보통 예능을 보면 여러 사람이 함께 출연하며 서로 호흡을 맞춘다. 그러나, 놀면 뭐하니? 는 '본캐' 한 명과 여러 명의 '부캐'로 구성되어 보는 이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었다.

 

놀면 뭐하니? 속 다양한 '부캐'의 모습은 여러 활동을 하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정체성, 특히 이전보다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 다양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밴드의 드럼, 클래식의 하프, 트로트 등 음악이라는 소통의 매개체로 시작하여 프로젝트 그룹 '싹스리', '환불원정대'로 확장되었다.

 

이를 통해서 좀 더 가볍게, 더욱더 즐겁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싹스리'와 '환불원정대' 속 부캐의 모습은 그 자체를 즐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떻게 나만의 색을 지우지 않고 다양한 가면을 쓸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가장 알맞은 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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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인물이 지닌 성격, 취향을 넘어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은 부캐의 등장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회에서 요구하는 모습, 개인의 가치관도 함께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이전에는 역할의 다양성을 추구했던 사회가 점차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역할과 좀 더 다양한 활동을 찾아 그것을 공유하는 형태로 변화되고 있다.

 

우리는 정해져 있던 역할, 그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개인의 다양한 정체성을 나타내고 있다. 과거에는 큰 카테고리에 개개인을 묶었다면 지금은 개개인의 세부적인 카테고리를 모아서 하나의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우리에게 각각의 ‘이름’이 부여된 것이다.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된 지금이 어제보다 더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틀에 갖혀 있던 나를 발견하는 과정, 이를 통해 상대를 선입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 확장되고 있는 '부캐'의 세계에서 우리는 좀 더 나다운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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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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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 에디터 안지영 님께

      안녕하세요. 컬처리스트 서지유입니다^^
      아트인사이트를 통해서 좋은 인연과 글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부캐'. 저도 친구들 속, 사회 속 수많은 제 부캐들 사이에서 무엇이 내 본캐인지. 왜 이렇게 다른지 혼란스러워 했을 때가 있었습니다. 결국엔 모두 제 모습들이었는데도, 너무 많은 캐릭터가 제 고유한 하나의 무언가를 흐린다고 오해했었지요.

      한때는 가식적이다 스스로에게 실망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에 적절한' 제 모습을 보여줬던 것 뿐이더라고요. 그리고 지영 님의 '물음들 속에서 벗어나'라는 말에 안도했습니다.

      지영 님의 글은 제게 "부캐를 인정하고, 그 자체를 즐기며 틀에 맞추기보다는 내 안에서 끄집어올려 세상에 표현하고 공유하라"는 말로 다가왔습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부캐를 존중하고, 잠재력을 높이 사는 요즘 시대의 흐름이기도 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유재석 씨를 참 좋아라하는 김태호PD의 역할을, 이젠 '스스로 해내도 되는 시기'임은 분명한 듯 합니다.

      제가 흙 속 진주 같은 본캐를 찾아 한 문장으로 정의하려 했던 건 단순함을 위해서였지만, 그만큼 부캐의 다양함을 매몰하는 일임도 느꼈습니다. 저 자신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려 했던 걸 조금 반성해봅니다.ㅎ

      흙(부캐)도 진주(본캐)도 모두 나 이며 거름이며 지지대라 생각하게 되었네요. 때로는 본캐를 보호하기 위해, 숨기기 위해 고개 빳빳이 들고 괜히 당당했던 부캐가 대견스럽습니다.

      난생처음 제 안의 부캐를 떠올리게 된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해요.
      지영 님의 글을 꼼꼼히 되짚어보지 않았다면, 타인을 재단하고 자신을 재단하는 오만함에 한 해를 보냈을 거에요. 앞뒤가 다르다면서요.

      인정과 존중의 글을 만나게 되다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앞으로도 감동 있고 따뜻한 글을 기고할 지영님을 에디터 활동을 응원합니다.

      p.s 전시회 "Weather: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기고된 글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전시 소식을 몰랐던 게 못내 아쉽습니다. 전시 예뻤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지영님의 오늘의 부캐는 어떤 날씨가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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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__oy
    • 2021.01.20 02: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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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그라미본캐와 부캐의 사이, 특히 제가 몰랐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제 자신을 오해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지유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한때는 저의 모습도 가식적이고 많은 사람과 한 공간에 있어도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었는데 ‘그 때에 적절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캐를 인정하고, 그 자체를 즐기며 틀에 맞추기보다는 내 안에서 끄집어올려 세상에 표현하고 공유하라" 이 말이 아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저의 여러 모습, 그 자체를 즐기며 더 많이 표현하고 공유하겠습니다.

      글과 함께 공감하며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제 글을 읽고 이렇게 정성이 담긴 답글과 더 멋진 글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오늘의 부캐는 흐른 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입니다. 1년에 두 번 정도? 만날 수 있는 부캐가 방을 아주 깨끗하게 청소했답니다. ㅎㅎ 실제로 하늘이 맑아서 기분 좋은 하루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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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지애
    • 안녕하세요! 에디터 문지애입니다.

      이전부터 우리는 꾸준히 부캐를 만들어냈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부캐’라는 존재를 현실로 불러내어
      확실하게 인식한 것은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안지영님의 글처럼 MBC 예능인 [놀면 뭐하니?]에서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이를 대중화 시켰으니까요:)

      그러다 문득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는 데 있어서
      부캐의 역할은 무엇일까 궁금해졌습니다.
      다양한 활동을 하며 상황에 맞춰 생성되는 부캐가
      ‘나’를 표현하는 도움을 주는 존재인지,
      아니면 세분화된 ‘나’에게 혼돈을 가져다 주는 존재인지
      답을 내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나만의 색을 지우지 않고 다양한 가면을 쓸 수 있을까?”
      안지영님의 글에서 이 질문을 보고
      부캐는 나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가면극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가면을 쓴다는 말은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일 테니까요.
      그래서 도움이나 혼돈으로 나누기보다 ‘확장되는 나’라는 답을 내려보았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좋은 글을 향유할 수 있게 되어 기뻤습니다!
      덕분에 깊이 사색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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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__oy
    • 2021.01.20 03: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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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지애‘이전부터 우리는 꾸준히 부캐를 만들어냈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부캐’라는 존재를 현실로 불러내어 확실하게 인식한 것은 아닐까’라는 글을 보고 확실히 제가 생각했던 그 이전부터 저를 둘러싼 많은 ‘부캐’가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인식 속에도 혼란스러움과 같은, 한마디로 이름을 붙이기 힘든 존재였던 것 같아요.

      지애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여러 활동 속에서 만나는 ‘나’, 가면극 속에서 그 모습 자체로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다양하게 펼칠 수 있다면 ‘확장되는 나’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지애님의 소중한 글과 함께 하나의 주제를 통해 무언가 연결되는 생각을 나눌 수 있어 정말 기뻐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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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
    • 안녕하세요. 아트인사이트 전문필진 염승희입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라는 가사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오래된 노래라고는 하지만, 어디선가 들려온 그 한 문장이 늘 제 공감을 일으키곤 하는데요.

      요즘 각종 매체를 통해 많이 들리는 '부캐'에 대해 관련 개념 및 발전양상 등을 차근차근 풀어주셔서 새삼 근원적으로 접근해볼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더불어 지영님이 짚어주신 개인의 다양한 정체성에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는데요, 결국 부캐라는 것은 내 안의 많은 나의 모습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기본이 되는 것이니까요. :)

      개인적으로는, 꼭 '캐릭터'라는 것으로 완성하여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떠나, 나와 내 안을 충분히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것, 혹시 살짝 다른 생각을 하거나 다른 마음을 품은 아이가 있진 않은지 살피고 제대로 인정하는 것 그 자체로 개인의 정체성은 충분히 존중받는 것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직업을 무조건적으로 고집하는 게 옛말이 된 지금, 지영님 말처럼 스스로를 다각화하는 것이야말로 다양화되는 사회와 시너지를 일으킬 훌륭한 기반이 되는 것 아닐까요? 평소 자주 했던 생각과 맞닿은 글이라 혼자서도 다시금 되묻게 되네요ㅎㅎ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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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__oy
    • 2021.01.20 03: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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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사실 곡은 많이 들어봤지만 노래 제목은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최근 음악프로그램을 보면서 다시 ‘가시나무’를 듣게 되었고 노래를 들으며 저를 많이 떠올렸습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라는 가사와 뒤이어 나오는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어둠’과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이 ‘바로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승희님의 써 주신 첫 문장을 보자마자 너무 반가웠고 왜 이 곡의 가사를 떠올리셨는지 더 공감할 수 있었어요. 가시나무를 들으며 이렇게 답글을 쓰니 마음이 더 가까워진 것 같네요. 너무 좋습니다.

      ‘혹시 살짝 다른 생각을 하거나 다른 마음을 품은 아이가 있진 않은지 살피고 제대로 인정하는 것 그 자체로 개인의 정체성은 충분히 존중받는 것에 가까워진다.’라고 말씀해주신 것처럼 조금은 다른 모습도 그대로 인정하고 그 자체로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짝 상상해봤는데 꽤 멋진 모습이더라고요. 이렇게 좋은 글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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