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의 일상인 죽음과 마주하기 - 죽음을 그린 화가들, 순간 속 영원을 담다

글 입력 2020.12.09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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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하여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아마 누구나 한번 즈음은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죽음을 경험해보았을 것이고, 누군가는 죽음을 옆에서 지켜봐 보았을 것이며, 누군가는 죽음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누군가는 죽음이 가까이에 스쳐 지나가기도 했겠지만, 어떤 이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죽음과 연이 없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전히 ‘나는 죽음에 관심이 없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인간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호모 사피엔스인 이상, 각자는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지 어차피 찾아올 일이라면, 그것을 미리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하지만 대부분의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죽음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것이 ‘빠른 시일 내에’ 찾아올 사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자신이 나이가 들어, 자연사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모두가 나이가 들어 세상을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죽음의 방식은, 죽음에 가까워졌을 때에야 결과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특권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

 

박인조의 <죽음을 그린 화가들, 순간 속 영원을 담다>는 그것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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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책은 크게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파트인 ‘죽음에 말 걸며 알아가기’에서는 ‘죽음’이라는 것 자체에 관하여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두 번째 파트인 ‘죽음으로 인해 선명해지는 삶’에서는 죽음에 관하여 깊게 생각해봄으로써 느끼게 되는 삶의 의미에 대해 다룬다, 세 번째 파트인 ‘죽음 앞에서도 변함없는 사랑’에서는 ‘죽음 이후’에 관하여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미술에도 관심이 많고, 죽음에도 관심이 많은 필자에게 본 책은 제목만 보아도 매력적이지 않은 책이 아닐 수 없었다. 상당한 기대를 안고 읽었던 책이었는데, 이 책의 저자는 필자가 기대했던 만큼 죽음에 관하여 많은 고민을 해온 것으로 보였다. 죽음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해 주었고, 필자는 책을 읽고 나서 죽음을 더욱 죽음 그 자체로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몇 가지의 인상 깊었던 이야기들과 함께 구체적인 리뷰를 진행해보고자 한다.

 

 

*

책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유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죽음은 당신의 일이다.


 

이 책은 24명의 화가의 24개의 작품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처음 책을 펼치기 전 필자가 떠올렸던 ‘죽음’을 그린 화가들은, 쉴레, 뭉크, 고야, 피카소 정도였다. 피카소를 제외한 모든 화가는 이 책에 실려 있었고, 그 역시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필자가 본 책에서 더욱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들은 오히려 생소했던 화가와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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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르 브뤼헐,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

 

 

그중 소개하고 싶은 첫 번째는 바로 이 피터르 브뤼헐의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이다. 이카로스는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로, 이름만 들으면 생소할 수 있지만, ‘밀랍 날개를 달아, 하늘을 날아서 도망치다가 태양에 너무 가까워져 날개가 녹아 바다에 빠져 죽은 인물’이라는 에피소드를 들으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며 상기할 정도로 유명한 일화의 주인공이다.

 

본 작품은 그러한 이카로스가 죽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다. 대부분의 ‘이카로스의 죽음’을 소재로 한 그림들은 이카로스에게 초점이 맞추어 그려졌다. 하지만 이 그림은 오른쪽 아래 구석에 바다에 마저 빠지기 직전인 이카로스의 다리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말하지 않으면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작게 보일 뿐이다. 저자는 이 그림에서 타인의 죽음에 무관심한 이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러한 죽음에 대한 태도가 바로 현대인들의 타인의 죽음에 대한 태도라고 지적한다.

 

 

"그림의 주인공은 이카로스이지만, 사실 이카로스와 그의 죽음에 대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 그림이 오늘날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본문 44p

 

 

저자의 말마따나 바로 옆에서, 하늘에서 바다로 떨어지던 이카로스의 모습을 목격하지 않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저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간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오늘날에는 나와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의 죽음들을 접하게 된다. 뉴스를 통해서, 쉽고도 구체적으로 접하게 된다. 분명한 비극이다. 사람들은 분명히 그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저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간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죽음은 아주 일상적인 일이다.



바르비종이라는 지역에서 농촌의 일상을 따뜻하게 그린 것으로 잘 알려진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 그의 '죽음과 나무꾼'은 본 도서에서 ‘일상적 죽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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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프랑수아 밀레, '죽음과 나무꾼'

 

 

한 마을의 골목길에 나무꾼이 앉아있다. 그런 그의 어깨를 커다란 낫과 모래시계를 들고 있는 사신이 잡아당긴다. 나무꾼은 끌려가지 않으려는 듯, 나뭇가지 더미를 잡고 안간힘을 쓴다. 나무꾼에게는 친숙한 길이었을 동네의 골목길에서, 자신이 죽음을 마주할 것이라는 생각이나 한 적이 있었을까.

 

이처럼 죽음은 사실 너무나도 일상적인 일이다. 그림 속의 나무꾼에게처럼, 자주 다니는 동네의 골목길에서 마주할 수도 있고, 정말로 위험한 곳에서 마주할 수도 있다. 안락함을 느끼는 집에서도, 분주한 도로에서도,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있는 회사나 도서관에서도, 밤에도, 낮에도, 새벽에도. 가능성의 크기 차이일 뿐, 어느 곳에서나, 어느 때에나 가능성이 ‘0’일 수 있는 때와 장소가 있다고 확신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러한 죽음은 일상을 단절시키는 일이 아니라 일상의 연장이라고 이야기한다.


 

“삶과 죽음은 단절이 아닌 연장이기에 죽음은 새로운 시작입니다. 그래서 죽음은 슬픔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소망도 선물합니다. 그것을 아는 것이 깊이 있는 일상의 삶을 사는 소중한 지혜입니다.”

 

-본문 185p

 

 

우리는 죽음이라는 일상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죽음과 마주 보아야만 하게 되었을 때, 새로운 일상을 맞이하는 법을 배워나가야 한다.

 

 


새로운 여정에 당당히, 담담히 마주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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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루이 다비드, '소크라테스의 죽음'


 

전 세계의 모든 역사를 통틀어서, 소크라테스만큼 죽음을 당당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마주한 사람이 있을까? 그는 그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장하다가 부당한 판결이었던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그가 생각하기에 윤리적인 일을 하였고, 그의 행동에는 부끄러움이 없었다. 주변 이들은 모두 슬퍼하였지만, 그는 슬퍼하지 않았다. 한술 더 떠서 그는 “죽음은 소멸이 아닌 새로운 여정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를 떠올리자면, 죽음을 당당하게, 담담하게 마주하기 위해서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그 옳은 일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반성해야겠다. 또 사랑을 망가뜨린 채 떠나지는 않아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이 책을 더욱 매력적이게 만들었던 것은, 매 장의 첫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격구였다. 저자는 24개의 챕터가 시작할 때마다 그 챕터와 관련된 문장을 하나씩 실었는데, 필자가 개인적으로 정말 인상 깊게 읽었던 책들인 미하엘 엔데의 ‘모모’나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빌려온 문장들은 정말 반가웠다.

 

또 위에서 언급하였듯, 필자가 원래 알고 있던 그림들도 꽤나 등장하였는데, 그러한 그림들이 '죽음'의 관점에서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처럼 이 책의 또 하나의 묘미는 ‘원래 익숙했던 것들’과 ‘새로 알게 된 것들’을 연관 짓는 데에도 있는 듯하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책에 수록된 그림들의 크기가 조금 작다는 것이었다. 저자의 설명에 따라 그림의 디테일을 확인해 보고 싶은데, 그림의 크기가 조금 작아서 자세하게 살펴보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검색하여 확인하는 편이 더 좋았다. 그러나 그 덕분에 책의 크기와 무게가 줄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자면, 적당한 득과 실이 있는 아쉬웠던 부분인지라, 크게 문제 될 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정말 만족하며, 집중해서 쭉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책이었다. 죽음에 관하여 고민해보고 싶은 사람들,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 죽음에 무관심했지만 죽음에 관심을 가져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최호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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