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과 영원의 이야기, 샌 주니페로 [영화]

'지겹게 있어줘. 절대 나를 떠나지 말아줘. 우리 같이 영원을 꿈꾸자.’
글 입력 2020.11.30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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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영화를 즐기지 않았던 나에게 ‘블랙 미러’는 충격적인 자극이었다. 처음 감상했던 에피소드는 시즌 4의 1회.

 

이 에피소드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연 ‘소리’이다. 첨단 시대의 정교한 그 소리. 회사 문이 열리고, 컴퓨터를 켜고, 녹음된 안내 음성이 흘러나오는 등 스토리 전반에서 등장하는 깔끔하고 냉철한 그 첨단의 소리는 드라마 속 세상이 언제가 당연히 실재할만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정교하고 생생했다.

 

이런 매력에 매료되어 정주행을 하던 중,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를 만났다. 역시 대중적인 나의 취향처럼, 많은 이들이 최고의 에피소드라고 꼽는 ‘샌 주니페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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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 주니페로는 오묘하고 신비롭다. 이 에피소드는 소리 자극도 물론 즐겁지만, 가장 주목할 것은 70년대 레트로 색감과 감성적인 소품들이다.

 

캐릭터들의 독특한 안경과 헤어스타일은 샌 주니페로 거주자만의 독보적인 매력을 만든다. 영화 속을 비추는 옛날 네온사인과 가로등 불빛들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어느 시대 배경을 한 에피소드일까, 궁금해할 때쯤 이 곳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영혼들의 공간’임을 알게 된다.

 

실제 사회에는 존재하지 않는 그 어떤 세계 속의 아름다운 곳. 육체가 명을 다 한 사람들도 샌 주니페로에서는 평생을 산다. 그곳은 현실 속의 우리가 느끼고, 볼 수는 없지만 그곳이 있음을 인지 할 수 있고 심지어 방문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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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키와 캘리는 실제 세상에서는 나이 70대의 할머니들이다. 이들은 20대의 모습으로 샌 주니페로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다.

 

현실로 돌아온 캘리는 실제 세계에서 살아있는 사람, 즉 방문자 신분이기 때문에 샌 주니페로에 거주할 자격이 없다. 캘리는 요키와 샌 주니페로에서 영원히 함께할 것을 선택하며 죽음을 맞이한다. 이들은 붉은색의 오픈카를 타고 아름다운 샌 주니페로 해변을 달리며 영원을 함께 할 것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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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네가 없어진다면 억지로 널 찾아봐도 만날 수 없다면, 그리움이 날 삼켜 버릴 거야. 모진 말조차 부러울 거야. 지겹게 있어줘. 절대 나를 떠나지 말아 줘. 우리 같이 영원을 꿈꾸자.

 

 

애정 하는 가수, 선우정아의 대표 곡 ‘백년해로’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진한 사랑을 노래하는 선우정아는 영원을 기약하자며 호소한다. 사랑의 영원이란 증명된 바 없고 증명할 수 없겠지만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쯤 순간이 영원하길 꿈꾸어 보았을 것이다. 이 낭만적이기만 한 생각은 샌 주니페로에서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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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꿈꾸는 샌 주니페로의 거주자들은 어떤 모습으로 그 시간들을 지속해 나가게 될까.

 

넷플릭스의 또 다른 드라마 ‘굿 플레이스’에서는, 영혼이 영원을 살 수 있도록 모든 것들을 제공해주었지만 이들은 결국 지루해마지않는다. 이에 굿 플레이스 설계자는 영원을 끝낼 수 있는 문을 통과하면 자신에 한한 시간이 모두 끝이 나고 ‘무’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또 하나의 선택지를 만들었다.

 

사랑과 영원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다각적으로 훌륭한 작품이 된 ‘블랙 미러’의 샌주니페로.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봄직한 주제를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자극을 통해 상기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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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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