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는 레이디 버드에요. [영화]

글 입력 2020.11.2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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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입소문을 타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던 영화 ‘작은 아씨들’. 엄마와 함께 봤던 이 작품에 크게 감명을 받은 나는 동일 감독 ‘그레타 거윅’의 2017년 작품을 찾아보았다.

 

영화를 좋아하는 여자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면 자주 들려오는 이 영화의 제목은 바로 <레이디 버드>. 비록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일 마케팅을 적용하는 바람에, 10만 명이라는 아쉬운 성적으로 막을 내렸지만 많은 이들에게 ‘인생 영화’로 꼽히는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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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이라는 본명을 두고 자신을 ‘레이디 버드’로 부르라는 주인공은 ‘내 이름은 내가 정해!’라고 선언하며 심상치 않은 19세 고등학생의 분위기를 풍긴다.

 

고향 새크라멘토를 떠나 뉴욕을 꿈꾸는 크리스틴, 레이디 버드. 한적한 동네 분위기 속에서도 불쑥불쑥, 통통 튀며 개성을 숨기지 않는 레이디 버드는 동네를 떠날 거라는 야망을 품고 고등학교의 졸업반 생활을 해나간다.


잔잔한 새크라멘토 생활일 줄만 알았지만, 졸업반의 레이디 버드는 남자친구와 친구들 속에서 감정과 표현에의 성숙을 겪는다. 다채로운 어른이 되고 싶은 레이디 버드는 이 사건들을 통해 중요한 가치들을 찬찬히 선택해나갈 힘을 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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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지 않은 집안에 동네 근처 국립대학교를 권하는 어머니, 그리고 ‘문화가 있는’ 동부의 명문 대학으로 진학을 원하는 레이디버드는 여러 번 언쟁한다. 결국 뉴욕의 대학교에 합격한 레이디 버드는 부모님과 함께 공항으로 떠난다.

 

엄마 마리온은 주차료가 비싸다는 등의 핑계로 터미널 안으로 따라 들어가기를 거부한다. 그 길로 차를 몰고 가는 마리온은 감정에 복받쳐 울음을 터뜨리고 급하게 차를 돌려 다시 돌아가지만 레이디 버드는 이미 떠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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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있는 뉴욕에 도착한 레이디 버드는 편지를 발견한다. 엄마 마리온이 진심을 꾹 담아 썼지만 전달할 용기가 나지 않아 버린 편지를 아빠 래리가 몰래 챙겨 넣어둔 것이었다.

 

이후 레이디 버드는 한 술집에서 이름을 묻는 남자에게 자신을 ‘크리스틴’으로 소개한다. 공허한 눈으로 술을 마시던 크리스틴은 과음하여 병원에 실려 가고, 퇴원한 후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린 후 엄마에게 사과의 음성 메시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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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련의 이야기는 기시감 그 자체였다.

 

정확히 무엇을 찾으려는지 알 수 없지만, 그 막연한 대상으로 향하는 불타는 기대감만은 어느 무엇보다 생생했던 10대의 마지막이었다.

 

어느덧 시작된 ‘성인’이라는 출발선에서 발걸음을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몰라 한없이 무력한 그 시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을 상상하지 못했고 기대하지 않았다. 내가 두고 떠나왔던 것들이 아득하게 느껴지고 지금 있는 곳이 좀처럼 익숙해질 수 없었다.

 

그곳 우리 동네, 내 친구들, 우리 집, 그리고 엄마. 그리운 것 투성이었지만 그 상실감이 얼마 안 되는 내 인생 최대의 선택으로 인한 책임이라면 기쁘게 받아들여야지 되뇌었다.

 

이 감정들에 익숙해지며 더 잘 다룰 수 있게 되었지만, 가끔 벅찬 날에는 괜히 친구에게 전화 한 통을 걸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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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기도 하고 아프기도 했던 여러 일들 속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던 순간들을 지나오며 어느새 4년을 지나 보낸 나는 이 영화가 떠오를 때 이런 생각을 한다.

 

크리스틴은 어떤 선택을 할까? 어떤 직업을 가지며,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되려나. 가정을 꾸리게 될까, 동네는 어디가 될까, 아이는 낳을까, 대체로 행복한 인생일까. 물어볼 수가 없다. 거기서 끝이 나버린 시나리오는 할 일을 다 한 것이다. 나 또한 나의 결말을 어딘가에 물어볼 수가 없다. 나의 결말이라니, 참 부담스러운 말이다.


항상은 못 되어도, 대체로 행복한 인생이기를. 반짝 빛나는 어느 순간들을 기억하고 감사하고 집중하며 살면 아무래도 좋을 거다.

 

다 괜찮을 거다. 정말로 그렇게 믿는다. 믿어야 한다.

 

 



[류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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