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영화 콘텐츠 속의 여성들 [영화]

여성 서사, 여성 감독, 여성 주연. '여성 영화'
글 입력 2020.11.0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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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개봉한 고아성, 이솜, 박혜수 주연의 기획 영화 ‘삼진 그룹 영어토익반’이 100만 명 돌파에 성공하며 흥행을 이어나가고 있다. ‘삼진 그룹 영어 토익반’은 1995년 을지로에서 벌어지는 여성판 레트로 ‘미생’ 영화로, 상고 출신 비정규직 직원 자영, 유나, 보람이 대리 진급을 위해 열띤 영어 공부를 시작하며 진행되는 이야기이다. 이들은 누구보다 회사를 위해서 열심히 일해 왔지만, 회사의 추악한 실태를 목격하고 이를 고발하기 위해 똘똘 뭉쳐 비밀 수사를 시작한다.

 

삼진 그룹 영어 토익반, 이하 '삼토반'은 최근 여성 서사를 요구하는 관객들의 니즈에 충실히 부응하여 팬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여성 노동 운동에 몸담고 있는 한 노동운동가는 ‘이보다 여성 노동의 당시 실태에 대해 정확하게 묘사한 영화가 없다’며 평을 남기기도 했다. ‘삼토반’의 이러한 면모는 2019년까지 꾸준히 이어져 왔던 국내 여성 서사 영화의 흐름을 이어받는다.

 

 

 

'여성이 만들거나, 여성이 내용의 중심이거나, 여성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 여성영화.


 

2019년은 상업 영화뿐만 아니라 저예산 독립 영화에서도 단연코 신인 여성 감독의 해였다고 할 수 있다. 순제작비 10억 이하의 저예산 영화에서 비평계와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여성 감독들이 지난 5년간 꾸준히 등장한 것이 상업 영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비평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여성 감독이 다수 등장하고 꾸준한 작품 활동을 보여주는 것은 크게 수익을 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관객뿐만 아니라 투자자와 제작자들의 여성 감독에 대한 의식적·무의식적 편견을 약화한다.

 

지난 5년 동안 꾸준한 흐름이 있었지만, 2019년은 특히 신인 여성 감독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해이다. 독립영화로서는 드물게 약 14만의 관객을 모은 (김보라)부터 (이옥섭) (한가람) (안주영) (박영주) (유은정) (정희재) (최현영) (김유리) 등이 개봉했고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들 영화가 을 제외하고 모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서사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저는 여성끼리의 연대가 꼭 얘기됐으면 좋겠어요. 한국 영화 산업 안에서 소수자인 여성들이 함께 만든 사건, 결과 같은 것들이 잊히지 않고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고, 폄훼되지 않고 제대로 평가받는 것이 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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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판매가 시작된 도서 '영화하는 여자들' 속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 인터뷰이다. 심재명 대표는 1987년의 서울극장에 처음 입사해 대표가 되기까지 20여 년의 커리어를 쌓아 온 경력자이며, 20년 전통의 여성영화인모임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입사 초기 당시 심 대표는 직함이 아닌 '미스 심'으로 불리며 일해왔다.

 

이처럼 단순한 호칭에서부터 드러나는 일상적인 차별을 견뎌내며 현장에서 일하던 여성들은 여성문화예술기획이라는 여성주의 문화예술 운동 단체를 설립했다. 이후 여성주의 연극 <자기만의 방>, <버자이너 모놀로그> 등을 공연하였고 이어 1997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기획하였다.

 

당시 제1회 여성영화제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애초에 격년제로 기획된 영화제였지만 2001년부터 연례화되어 현재까지 이어지며, 여성의 시각으로 보는 세상과 그를 담은 영화들을 꾸준히 지지하고 있다. 산업의 비주류로 여겨져왔던 여성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꾸준히 존재하고 있음을 영화제를 통해 수년간 증명해 왔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여성의 소통과 표현에 대한 갈증에 든든함이 되어주는 '서울여성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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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가 1996년 개최된 후 1년 뒤인 1997년, 국내 두 번째 국제 영화제로서 제 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막을 올렸다. 올해는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라는 20여 년 전통의 캐치프레이즈와 '서로를 보다'라는 새로운 슬로건 아래 코로나 19라는 초유의 상황 속에서 나름의 해결책을 찾으며 안전하게 막을 내렸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는 여성과 영화라는 주제에 관련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특히 영화제의 중요한 정체성인 피치&캐치 (Pitch&Catch) 행사는 10여년동안 이어져 온 주요 프로젝트로서, 기성과 신인의 구분 없이 여성 창작자들의 기획개발 콘텐츠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공개 피칭 프로그램이다. 수상작에 선정되면 현직자들과 멘토링을 진행하며 일정의 지원금을 제공받아 영화 제작에 힘쓸 수 있다. 또한 우수한 영상들을 제작사와 투자배급사 등에 소개해, 감독들의 잠재된 작품들이 산업적인 측면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기도 한다.

 

피치&캐치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계로 발돋움하게 되었던 대표 작품들로는 김보라 감독의 <벌새> (2019), 임선애 감독의 <69세> (2019), 이수연 감독의 <해빙> (2017), 한준희 감독의 <차이나 타운> (2015) 등이 있다.

 

영화는 고위험 고수익 사업이다. 제작비와 규모의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기업의 비즈니스로 진행되는 영화 제작과정 자체를 개인의 창작자에게 부여한다면 그 부담은 꽤 알 만하다. 한 창작자가 시나리오를 기획하고 이를 영상으로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저예산 독립영화라 하더라도 예측조차 어려운 시간과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 자금이 필요하다. 개봉 이후에는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게 되면 쉽게 적자를 보는 것이 영화계의 현실이다. 이런 창작자들에게 다양한 공모전과 펀딩 프로그램을 통한 지원금의 기회는 간절하다.

 

피치&캐치 프로그램은 업계에서 주류로 인정받지 못해 왔던 여성 창작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이들은 기존의 사회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던 새로운 시각에서의 영화들을 창작한다. 펀딩 심사위원을 전부 여성으로 꾸려, 타 영화제 심사위원이 대부분 남성이라는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여성 영화의 육성에 그 초점을 둔다. 영화 업계에 이러한 인풋들은 업계 전체 시스템이 평등에 조금씩 가까워지도록 매년 한 걸음씩 기여한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하다.

 

여성 감독들은 이런 펀딩을 통해 데뷔하여 독립 영화에서 인정받았다 하더라도, 상업 영화감독으로서의 진출이 비교적 쉽지 않은 편이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또한 지원금 제공과 독립 영화 데뷔 그 이후에 감독들이 나아갈 방향은 어떠해야 하며, 그 방향을 위하는 길은 무엇일지 꾸준히 고민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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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여성 감독은 실질 개봉작 전체에서 15%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양적으로 보았을 때는 뚜렷한 증가추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순제작비 10억 이상은 7.0%). 실질 개봉작 전체의 평균 스크린 수에서도 전체 평균 스크린 수는 405개, 남성 감독 영화는 421개, 여성 감독 영화는 344개로 배급 규모에서도 상당한 격차가 있다(남녀 공동감독 영화 제외).

 

2016년 여성 감독과 여성 주연이 저예산 독립영화와 상업 영화 모두에서 양적으로 크게 증가하고 비평과 흥행 측면에서 주목받았지만, 2017년과 2018년 다시 감소했던 것을 고려해 보았을 때 증가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꾸준하고 파격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더불어 주목받은 신인 여성 감독들이 꾸준히 작품을 만들고 경력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참고 : 2019 한국영화 결산 보고서 _ 영화진흥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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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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