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코로나 시대의 페스티벌 - 2020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여러 사정으로 하나의 공연밖에 관람하지 못한 아쉬운 축제
글 입력 2020.08.2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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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019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을 참석했던 기억이 좋게 남아 있어서, 올해도 프린지페스티벌을 향유했다. 과거 군사용 시설로 사용되었던 기지가 거대한 축제의 장으로 변신한 마포 문화비축기지라는 공간은, 그 시절에 대한 경험이 없던 나에게도 늘 큰 의미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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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문화비축기지 전경

 

 

문화비축기지의 면적은 약 21만 제곱미터.

 

서울의 웬만한 대학교 캠퍼스 하나의 범위와 비슷하거나 더 넓은 영역을 자랑하고 있는 면적에 해당한다. 이 문화비축기지에는 T라고 이름 붙여진 6개의 벙커 공간이 있는데, 특별한 행사가 없는 평소에는 흔적으로 남아있는 외부공간으로 활용되거나 카페 시설 또는 전시용 공간으로 사용된다. 그러다가 프린지페스티벌같이 특별한 행사가 있는 때면 그 행사를 위한 배경으로 활용된다.

 

과거에 다른 목적으로 지어졌다가 현재는 그 설립 목적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사용되는 시설들이 꽤 많다. 건축학과 학부 시절에는 ‘도시 재생’이라고 이름 붙여진 그 용도 전환은 최근 들어 카페에 많이 활용되고 있는 공간 재생 방식이다.

 

경기도나 지방의 도심 중심부에서는 다소 벗어난 곳에서 요즘 들어 컨테이너나 공장 시설의 용지를 활용한 카페가 많아진 추세다. 차가 있다면, 또는 차가 없더라도 한 번쯤 주말에 시간을 내어 들러볼 만한 곳이 늘어난다는 것은 정말 좋은 현상이지만, 코로나가 다시 심각해짐에 따라서 집 밖을 벗어나기가 힘들어지는 건 어쩌면 더 좋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마포 문화비축기지라는 외부 공간에서 하는 페스티벌은, 코로나 때문에 쉽게 집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과, 집순이임에도 바깥에 나가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지금 시기에 가장 적절한 페스티벌이라는 생각을 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 8종 포스터.jpg



나는 이번 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전에 시간대별로 관람할만한 작품들과 장소를 미리 철저하게 준비해서 갔다. 작년에 너무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바람에 생각보다 많은 작품을 제대로 관람하지 못한 탓이었다.

 

원래는 3시부터 문화비축기지에 도착해서 공연을 관람할 계획이었지만 요즘 평일에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학원에 다니고 있어 원래의 체력을 회복하지 못해서 3시에 일어나 준비를 했더니 오후 5시에 문화비축기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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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작년에 한번 가본 장소였음에도, 문화비축기지의 어디에서 안내표를 받을 수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안내소에 들러서 여쭤봤고, T2에서 행사를 진행한다는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위의 지도의 남쪽 부분이 입구 부분이고, 핑크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T2동에 해당한다. 입구로부터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야 할 정도로 꽤 거리가 있다.

 

행사가 진행되는 중심지에 부스를 두는 게 가장 합리적일 거라는 생각을 할 수는 있었지만, 문화비축기지의 입구인 만큼 T2로 가야 한다는 표지를 둘 수 있었을 텐데 생각을 하니 약간 행사 준비가 미흡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 이대로 계속 행사가 진행된다면 블로그나 후기 글을 보지 않고 가는 사람들은 계속 안내소에 들러서 프린지 페스티벌에 대해 물어볼 텐데, 그러면 오히려 일이 두 배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번 2020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 내 피드백이 반영되기는 어렵겠지만 다음 해부터는 문화비축기지의 초입부터 제대로 된 안내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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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획했던 T0에서 진행하는 아티스트 '고무'의 <놀이 : 터>를 관람할 생각이었으나, 도착하자마자 알게 된 사실은 주최 측의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당일의 <놀이 : 터> 공연이 취소되었다는 것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취소되었다고 하기에는 공연이 진행되는 장소인 T0는 넓은 운동장이었고,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라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계획 B로 5시 반부터 진행되는 ‘북극귤’의 <몬몬 읽기>가 있었기 때문에 T6 카페에서 음료를 시키면서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마침 T2까지 올라가는 언덕길이 그렇게 길지 않은데도 땀이 심각하게 많이 났고, 오후 5시가 지난 시간인데도 한 끼도 먹지 않아서 시원한 실내에서 음료를 먹으면서 기다리다가 5시 반쯤에 나왔다.


몬몬 읽기가 진행될 T3 앞으로 가서 안내하는 분들께 여쭤보니 선착순으로 1명만 입장이 가능한데 내 앞에 사람이 이미 신청해서 공연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낙담을 했다. 분명 시사회를 작성할 때는 선착순으로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안내가 전혀 없었다.

 

나중에 코로나 때문에 참여 관객을 제한하고 있는 거라는 추측을 할 수 있었지만, 외부에서 진행되는 공연이라 제한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일이라 많이 실망했다. 그래도 30분 뒤 6시에 T6에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공연이 진행될 거로 생각하니 30분은 금방이라는 생각에 외부 테이블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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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스태프들이 다가오더니, 그 외부 테이블이 자기들의 공연 장소라고 말하며 비켜달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웃으면서 비켜 드리고, 다른 외부 테이블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곧 공연이 시작될 T6로 내려갔다.

 

그런데 T6 앞에서도 갑작스럽게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공연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보려고 했던 공연들을 세 번 연속으로 보지 못한 충격에 빠진 내 모습을 보고, 스태프 두 명은 공연 취소 소식을 알려야 한다면서 급하게 어디론가 갔고, 남은 한 명은 나에게 같은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하는 공연을 소개해줬다.

 

문화비축기지에 도착한 지 한 시간이 지났지만, 하나의 공연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태프분이 소개해주는 “프로젝트 반함”의 <다시래기> 공연을 보기 위해 T2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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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함 프로젝트 <다시래기> 공연 직후 사진

 

 

공연의 제목 <다시래기>는 중요무형문화재 제81호, 전라남도 진도 지역에서 출상 전날 밤에 펼치는 연희극이다. 관객들은 T2의 입구에서 돌멩이들이 원형을 그리도록 놓여 자리 잡은 곳에서, 배우들이 장례식을 여는 장면을 따라서 T2 안쪽의 진짜 무대로 향한다.

 

이전에 한번 와본 장소인데도 T2의 안쪽에 그렇게 커다란 공간이 있을 줄 몰랐다. 뒤에는 무대, 앞에는 커다란 산으로 가로막힌 공간이 펼쳐졌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화강암이 의자 모양으로 네모나게 그리드를 이루며 놓여있어서 관객들이 코로나 걱정 없이 거리를 두고 앉아서 관람할 수 있었다.

 

<다시래기> 공연은 사람을 떠나보내는 ‘장례식’의 자리에서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알리고 있었다. 배우들의 창과 대사와 행동으로 약 30분간의 연극이 이어졌다. 외부 공간인데도 배우들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잘 들렸고, 장구와 북 등의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의 추임새 덕분에 극에 집중을 더 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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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극적 요소가 상당히 많이 반영되어 있었는데, 일단 상황 자체가 눈먼 서방을 둔 임산부 아내가 스님이나 다른 남자를 집 안으로 끌어들여서 바람을 피우고, 심지어는 남편의 아이가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를 배고 있었던 점도 그 상황을 희화화하는 데 한몫을 하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마냥 쉽게 웃을 수만은 없었다. 과거의 결혼이 사랑에 의해서 시작된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집안과 집안의 결속을 위해서, 재산을 위해서 시작된 것이 대부분일 거라 생각해왔다. 한번 결혼을 한 이상 그 시절에는 이혼하는 일은 거의 없었을 것이고, 또한 어떠한 충동을 느낀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참고 살아가는 것이 상대에 대한 미덕이라고 생각해왔다.

 

어쩌면 그렇게 웃긴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단순히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가상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결혼하고서도 각자의 사정이나 이유에 의해서 바람을 많이 피울 것으로 생각하면 씁쓸해진다. 자신의 마음과, 함께하는 사람의 마음이 다른 것은 분명 슬픈 일이다. 노력이란 것도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그 노력하는 것마저도 일로 느껴진다거나 애초에 노력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희극’이란 단어를 검색해보면, “인간의 성격이나 행동에 존재하는 모순과 부조리 같은 약점을 묘사하며 골계미를 드러내도록 하는 극의 양식”이라고 나온다. 애초에 기쁨이란 것이 순수하게 기쁜 마음에서 우러나올 수 없다는 것을 한마디로 정의하듯, 희극의 단어가 주는 기쁜 느낌은 그 정의에서부터 맞지 않는다.

 

당연하게 전제하고 있던 것, 글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비극은 슬픈 것이고 희극은 기쁜 것이라는 편견을 뒤엎듯이 어떤 비극은 즐거울 수가 있으며 마찬가지로 어떤 희극은 슬플 수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유머에 생각 없이 웃기만 할 수 없는 것이 그와 같은 맥락이다.

 

사실 어쩌면 희극을 보여주는 것은, 생각할 거리가 많은 인간사에서 그나마 생각을 덜어주기 위함일지 모르지만, 웃어야 할 지도 모를 것들을 보면서 웃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도 예술의 한 영역이라 생각하면 내 생각에 자유를 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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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반함 프로젝트의 <다시래기> 공연이 끝난 오후 6시 반, 이후에 공연을 3~4개 정도는 더 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지만, 이상하게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집으로 가는 것을 선택했다. 택시를 타야 하나 걱정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 공연 표를 받고서 하나만 보고 집에 가도 되나 하는 생각이 내 양심을 찔렀지만, 건강 관리가 최우선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라 양심의 가책을 약간 덜기로 했다.


작년에는 즉흥적으로도 많은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그러지 못해 너무 아쉬웠던, 그래도 다음 해에도 기회가 된다면 꼭 참여하고 싶은 자유로운 조용한 축제, 2021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을 기약한다.

 

 



[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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