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캐릭터의 삶과 맞닿은 우리들의 삶 - 트라우마 사전 [도서]

글 입력 2020.06.1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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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까지 트라우마를 키워드로 정해 집중적으로 다룬 책은 접해보지 않았다. 더군다나 <작가를 위한 캐릭터 창조 가이드>라는 명제를 띤 트라우마 사전은 더욱이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 새로우면서도,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자연스레 궁금해졌다.

 

책을 펼치자 '추천의 글'이 나를 마주했다. 대개 '추천의 글'은 읽지 않고 지나치는 경우가 더 많은데, 트라우마 사전에서의 추천의 글은 왜인지 모르게 눈길이 갔다. 그리고 이 글은 꽤 흥미로웠다. 평론가는 사람들이 캐릭터에 관해 가지는 통념과 캐릭터의 보편적인 인물상을 제시하면서, 트라우마 사전이 집필된 이유와 독자들로 하여금 읽혀야 할 필요성에 대해 찬찬히 적어나간 흔적을 제시했다.

 

 

 

캐릭터의 삶과 맞닿은 우리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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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피폐한 상태에서 완전한 상태로 가는 캐릭터의 내적 여행에 공감한다.>

 

인간은 각자 내면에 어두움을 간직하고 있다. 좀처럼 밖으로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그 상처를 치유하길 원하고 좀 더 행복해지고 싶어 한다. 작가들이 만드는 이야기는 현실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며, 독자가 자신의 심연을 안전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준다. 캐릭터 내면의 약점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한 독자는 캐릭터가 난관을 극복하는 모습에 깊이 이입하며 응원하게 된다.

 

- 출판사 서평 중

 

 

추천의 글에서 평론가가 여러 차례 말했듯, 사람들은 허구의 캐릭터로부터 현실을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가 히어로들을 다루고 있는 마블에 열광하는 것도 그들이 현실적이지 않으면서도 이상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고, 마치 급속도로 진화된 미래 세계의 사람들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독특한 매력을 가진 히어로들은 자연스레 선망의 대상이 되고, 볼 때마다 신선하고 새로워 지겨움을 느낄 새조차 없는 시각적인 재미를 선사해준다.

 

그러나 현시대의 동향을 살펴보면, 꼭 단순한 흥미 요소만이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매료시키는 건 결코 아니라는 걸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사람들은 본인과 다를 바 없는 존재라는 동질감을 느낄 수도 있으면서, 현실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와 캐릭터에 열광하는 모습이다. 캐릭터가 지닌 본질을 가감 없이 드러내 보여주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려 하고 내면의 다양한 감정을 자극함으로써 위로해주는 것, 그게 현시대의 트렌드인 건 분명하다.

 

그리고 그러한 현시대의 트렌드를 보다 잘 구현하기 위해서는 '트라우마'라는 강력한 요소가 필요하다. 트라우마는 남에게 영원히 들키고 싶지 않은 상처이다. 그러면서도 인간의 본질과 실체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삶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 인간 특성을 가상의 캐릭터에게 적용한다는 건, 마냥 멋져 보이기만 했던 캐릭터가 지닌 삶의 이면을 현실의 세상을 살아가는 누군가의 삶과 맞닿게 한다.

 

*

 

트라우마는 트라우마로 끝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심리적인 고통을 주는 온갖 방법들에 관한 항목만을 제시하지 않는, <트라우마 사전>의 집필 의도와도 부합되는 부분일 것이다. 책의 전개는 상처의 극복 방법과 예시를 함께 제안하면서, 인간의 심리로 보다 깊게 파고드는 탄탄한 형식이다. 세분화된 정신적 상흔으로부터 제시된 경우의 수와 같이, 고통을 조합하는 일련의 과정은 너무나 아프고 견디기 힘들다. 하지만 그러한 아픔은 반드시 의지의 정도에 따라 극복될 수 있다.

 

트라우마 사전이 캐릭터를 창조하는 작가들을 위해 쓰이기도 했지만, 세상 모든 사람을 위해서도 쓰인 것 같았다. 사람들은 세상에 태어나 인생의 과정을 거치면서 행복이 가득한 좋은 삶의 여정만을 기대하지만, 실상 세상은 예상치 못한 난제를 우리 앞에 던져주기도 한다. 그게 너무나 큰 충격으로 다가와 내면에서 악화되면, 한 사람이 겪어온 삶의 일부분은 그 즉시 트라우마로 변모한다.

 

소수의 이야기가 아닌,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정신적인 외상은 복잡한 현대사회에 어느덧 우리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기에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를 <트라우마 사전>에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트라우마'가 끝이 아니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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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 이 책은 트라우마의 상황만을 담은 암울한 사전이 아니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곳에서도 언젠가는 희망이 싹트듯, 트라우마의 지속도 영원할 순 없다. '희망과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할 때 트라우마는 차츰 사라져간다.

 

캐릭터는 작품을 창조해나가는 작가의 예술적인 창작으로부터 비로소 희망을 마주하게 된다. 따라서 정신적인 외상을 내포하던 캐릭터는 어느덧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감정적 상처의 원인을 파악하고 깨달으며 자기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마치 우리들의 모습인 듯하다.

 

트라우마는 언제나 고통스럽고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상처다. 하지만 그것을 딛고 일어서려 하는 치유를 위한 긍정적인 모색은 우리들의 가치 있는 인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트라우마 사전>에서는 총 5단계의 절차를 제시한다.

 

1단계 :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 새로운 현실을 상상한다.

2단계 : 성취 가능한 목표를 세운다.

3단계 : 좋은 습관을 지닌다.

4단계 : 감정의 낙하산을 챙긴다.

5단계 : 행동 계획을 세우고 지킨다.

 

어떻게 보면 매우 간단한 것만 같으나, 이러한 5단계의 절차는 실상 캐릭터와 연결되는 사람들의 삶에 있어서 완벽하게 실행되고 있지 못한 모습이다. 현대인들은 힘듦과 정신적인 상흔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치유를 모색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은 더 큰 트라우마를 낳게 한다.

 

트라우마가 존재하는 또 다른 이유는 어쩌면,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돌보고 치유함으로써 비로소 가치 있는 본연의 존재로서 거듭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트라우마 사전>을 읽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에 더하여 세상에 자리 잡은 모든 것들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가지듯, 트라우마 역시 사람들을 괴롭게 하고 그들의 삶을 무너뜨리는 요소로써만 자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자연스레 연결되어 내 머릿속에 번뜩였다.

 

'트라우마가 끝이 아니라는 걸', 트라우마의 모든 것을 담은 영특한 사전에서 여러 가지의 방법론의 형태로 제시하고 있다. <트라우마 사전>을 접하고 읽게 된 독자들은 아마도 책을 덮은 뒤, 정신적 외상 앞에 당당히 마주할 용기를 지니게 됐을 것이다.

 

캐릭터의 삶과 맞닿은 우리들의 삶,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이지 않을까? 세상을 가치 있게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트라우마의 앞에 맞설 당당한 용기를, <트라우마 사전>을 통해 가져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트라우마 사전

작가를 위한 캐릭터 창조 가이드

 

캐릭터 창조자라면 반드시 곁에 두어야 할 책

아마존 글쓰기 분야 베스트셀러, 미국 대학 글쓰기 교재

듀나(작가, 영화평론가) 강력 추천

 

지은이 : 안젤라 애커만, 베카 푸글리시

 

옮긴이 : 임상훈

 

분야 : 글쓰기, 창작 작법

 

펴낸이 : 월북

 

발행일 : 2020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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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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