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움직임을 담아내는 빛의 색채: 알렉산더 칼더 展

칼더 온 페이퍼를 본 후
글 입력 2020.02.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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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크기변환]KakaoTalk_20200211_160004114_06.jpg

 

 

하나의 씨앗이 존재한다. 그 씨앗은 영원히 씨앗으로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또 다시 열매를 맺고 씨앗으로 돌아간다. 이처럼 씨앗은 꽃과 열매가 될 운명을 타고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중간의 싹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씨앗이 곧바로 꽃이 될 수는 없듯 모든 일에는 단계가 존재한다. 사람들은 시작과 결과만을 주로 언급하지만 그 중간 과정의 존재 없이는 결론 또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알렉산더 칼더라는 예술가의 이름은 모르더라도 그의 모빌 작품은 어디선가 본 사람들이 많을 만큼 그의 움직이는 조각들은 유명하면서 현대미술사에서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로댕하면 생각하는 사람, 모네하면 수련이 떠오르듯 칼더하면 모빌이 떠오르지만 그가 처음부터 그런 작품을 만든 것은 아니다.


K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알렉산더 칼더: 칼더 온 페이퍼>는 씨앗과 꽃 사이의 새싹 줄기를 보는듯한 전시였다. 그의 초기작과 회화작품들은 그가 모빌까지 가는 과정을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난 칼더는 의외로 처음부터 예술대학에 진학한 것은 아니었다. 워낙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뒤늦게 예술의 바다에 뛰어드는 것은 꽤 종종 벌어지는 일로 그닥 놀라울 것은 아니지만 그의 작품에는 공대에 진학하고 배웠던 흔적들이 은근하게 들어난다. 모빌 작품들만 해도 마치 공학도들의 건축물이나 가구처럼 간결하고 맞아떨어지면서도 유기적인 연결의 흐름을 지니고 있다. 이런 모빌은 하나의 움직임 그것에서 끝나지 않고 서로의 다음 움직임을 야기하고 또 따라간다.

 

 

KakaoTalk_20200211_160004114_09.jpg

 

 

그의 초기 회화작품들부터 움직임에 관한 유별난 관심은 적나라하게 들어난다. 그는 말이나 개처럼 움직임이 역동적으로 들어나는 것들에 관해 스케치를 하였고 무용수들을 간단한 선으로 그려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회화작가로서의 모습을 보이던 칼더의 작품이 <서커스>연작 이후로는 조금 달라지기 시작한다.


<서커스>연작은 철사를 꼬아 서커스 극단과 무용수들의 모습을 만든 작품이다. 칼더는 직접 철사 모형을 조정하여 움직임을 만들어내었고 친구와 가족들 앞에서 실제 서커스처럼 공연을 하기도 했다. 그의 예술가적 기질과 공학적인 체계가 만들어낸 작품이라 생각된다.

 

 

Installation View, ⓒ K Museum of Contemporary Art, 2019_06.jpg

 

 

그는 물감의 일종인 과슈를 이용하여 주로 그렸는데 이때도 새로운 움직임에 강한 관심을 보인다. 물의 흐름을 이용하여 우연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그것의 흐름을 물감이 따라가게 하며 회화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나는 작은 테이블 하나 가져다 놓고 거기서 많은 과슈화를 그렸다. 창고에 물이 너무 많이 샜을 때는 테이블을 기울여 물이 바닥으로 떨어지게 했다. 그런 다음, 흐르는 물에 종이를 적시고는 종이가 적당히 마르기를 기다렸다. 나는 그 위에 먹물을 가득 머금은 붓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것은 구름, 나무, 버섯, 그리고 그 밖의 다양한 자연의 존재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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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그의 회화작품들은 점차 단순하고 추상적이 되어갔다. 선들은 점점 간결해져 갔고 그와는 반대로 색들은 점점 과감하며 원색적으로 변해간다. 흔히들 우스갯소리로 하는 ‘화려하면서도 심플하게’라는 성립하지 못할 느낌이 그의 그림을 볼 때 느껴진다.


몬드리안과 친했던 만큼 그의 그림은 몬드리안을 닮아있기도 하고 가볍게 접할 수 있는 타로 카드 속 신비로운 그림들을 닮기도 했다. 칼더의 그림은 인생의 어두움과 쓴맛보다는 바라보고 곱씹을수록 행복해지는 요소들을 가득 담아 내놓은 기분 좋은 선물처럼 느껴진다. 마음 속까지 화사하게 밝혀주는 그의 회화작품들은 고요하게 멈추어있지만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관람을 하고 나면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작품의 기에 눌리듯 진이 빠지는 그림들이 있다면 칼더의 작품은 관람을 마친 후 마음 속에 은은한 빛을 켜 편안한 봄 바람 같은 따스함을 전해주었다. 아름다운 색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재미있었던 <알렉산더 칼더: 칼더 온 페이퍼> 전시를 통해 알렉산더 칼더라는 거장의 색다른 면모를 만나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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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칼더 展
- Calder on Paper -


일자 : 2019.12.13 ~ 2020.04.12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K현대미술관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초등학생 : 10,000원
미취학아동 : 8,000원

주최
K현대미술관
 
관람연령
만 3세 이상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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