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을 이야기하는 디자인 : 디자인 매거진 CA#248

글 입력 2020.02.0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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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는 ‘울림이 큰 종’과 같다. 영향력이 엄청나다. 아이디어는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 방식을 바꾸는 힘을 가졌다. 위대한 아이디어는 문화를 바꾸고, 정치에 영향을 끼치고, 심지어 세상을 바꾼다.

 

- 디자인 매거진 CA #248, 38p


 

바야흐로 콘텐츠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눈을 사로잡고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는 끊임없이 소비되어 우리가 여가 시간을 보내고, 상품을 구입하고, 심지어는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우리 삶의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우리가 소비하는 것은 모두 하나의 콘텐츠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러한 연유로 모든 콘텐츠의 밑바탕이나 시작점이 되는 아이디어의 중요성은 배가되어가고, 디자인에 있어서도 무의미하게 구상되고 제작되는 것이 더 이상 없다고 단언할 수가 있겠다. 비단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콘텐츠뿐만 아니라 일상에 자리 잡은 그 모든 것들이 그러하다. 이유 없이 만들어진 것은 없으니까, 심지어 내 눈 앞에 있는 책상과 마우스, 키보드, 블라인드마저도 누군가의 고뇌 끝에 나온 결과물일 것이다. 결국은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삶에서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에 디자인 매거진 CA는 #248호를 통해 2020년의 첫 포문을 열며 아이디어Idea, 패키지Package, 잡Job이라는 세 가지의 테마를 주제로 잡았다. 이전에 세 차례 받아 봤던 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금 두껍게 여겨졌는데, 그만큼 양질의 알찬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었다.


 

 

아이디어 Id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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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지 않은 이들도 많은 이들의 감탄과 공감을 자아내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늘 갈망한다.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춰 끊임없이 무언가를 새롭게 얻고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인지라,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계속해서 요구된다. CA#248은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떠올리고 구현해내야 하는지, 디자인을 전공하는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관객을 매료시키고 행복감까지 느끼게 하는 건 아이디어입니다. 내 아이디어가 얼마나 기발한지 가늠하고 싶다면 아이디어를 몇 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됩니다. 전화 통화로 상대방에게 내 아이디어를 간단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짐 서덜랜드,

영국 스튜디오 서덜앤드 창립자

 

 

좋은 아이디어란 무엇인가? 스튜디오 서덜앤드의 창립자 짐 서덜랜드와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 실천 권준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구태여 어려운 이론이나 설명 없이, 일상적인 언어로 표현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결과물을 경험하는 것은 대중이기에 이들을 어렵지 않게 납득시킬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요한 것은 끊임없는 고뇌와 소통이다. 아이디어는 철저한 조사와 클라이언트와의 협업을 통해 구현된다. 그 사이에서 발생되는 불협화음과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디자이너들의 서로 다른 몇 가지 방법들이 등장한다.

 

 

어렵게 찾아내고 이끌어나간 아이디어는 벌써 실패한 거 였더라.

 

- 양선희, 구트폼 창립자

 

 

신선한 아이디어는 늘 환영받는다. 창작이라는 분야에 있어서는 더더욱. 도입부에서 콘텐츠에 대해 언급하며 글을 시작한 것은, 나름 글이라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탓에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재치나 감각뿐만이 아니라 주위를 끊임없이 살피고 여러 구성원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잡 J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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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졸업, 다음은 무엇을?'이라는 부제목을 지닌 잡Job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제 정말 졸업만을 앞둔 상태여서 그런지,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를 여전히 하고 있는 내게 디자이너들의 현실적인 조언들은 괜스레 지금의 일상을 되돌아보게 해주었다.

 

이 파트에는 ‘당당히 내놓을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라.’, ‘직접 발품을 팔아라.’, ‘경쟁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워라.’ 등 사회 초년생을 위한 현업 디자이너들의 조언들이 가득 담겨있다. ‘졸업 후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 7가지’, ‘졸업 후 해야 할 일 7가지’, ‘스튜디오 리더들이 좋아하는 유형 7가지’처럼 눈에 띄게 분류되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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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속에 담긴 현업자들의 조언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용기를 가지라는 소제목에 이어 회피하기만 해서는 전혀 성장할 수가 없다는 문장을 보고 나니 마음 한켠이 찝찝한 느낌이었다. 그동안은 회피하며 살아오지 않았을까.


불과 며칠 전 포트폴리오 덕분에 가고 싶던 회사에 면접을 보러간 적이 있다. 물론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지만 나의 얼굴보다도 처음 클라이언트를 마주하게 되는, 나의 진정한 첫인상을 좌지우지하는 존재가 이것임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이 포트폴리오를 만드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던가, 부단히 핑계를 대며 미루고 미뤄 만들어진 것이었다.

 

 

“디자이너로서 이미 당신은 타이포그래피,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레이션 등 많은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을 겁니다. 한 가지를 정해서 집중하기 힘들 정도로 말이죠. 마음속에는 ‘관심은 있지만 이 많은 걸 어떻게 다 익힐까’라는 의문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할 수 있더라고요. 저도 직업을 가지고 나서야 그걸 깨달았습니다. 그 끝 모르는 호기심이 오히려 나를 더 좋은 디자이너로 만들고 있더군요. 궁금할 때, 더 알고 싶을 때, 미루지 말고 알아가세요. 꼭 완벽한 장인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질 필요는 없어요. 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말이죠.”

 

- 에리카 발투사이트,

울프 울린스 디자이너

 

 

CA 속 디자이너들은 조급한 마음은 내려놓되 꾸준히 경험하며 한 쪽에만 경도되지 않는 삶을 살도록 현실적인 조언을 건네주고 있었다. 동년배이자 비슷한 실력과 재능을 가진 누군가는 어디선가 하나라도 더 뭔가를 읽고, 익히고 있을 것이라며. 졸업을 고작 몇 주 남긴 채 침체된 삶을 살던 내게 이들의 이야기와 조언들은 원동력이자 영감이 되어주기에 충분했다. 디자이너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더욱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이번 호 역시 디자인에 관련한 여러 이슈나 프로젝트, 현업자들의 인터뷰를 담아내고 있었다. 특히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의 공동 설립자 소원영 디자이너의 이야기나, 자연을 그리는 슈퍼유니언의 디자인 디렉터 스콧 램버트의 이야기는 어렵게만 생각했던 예술 세계에 한 발짝 다가가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진정 ‘세계의 디자인을 보는 창’다운 매거진이었다.

 

이번 호는 특히나 사회에서 실무를 진행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이 인생 선배로서의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어 더욱 몰입이 되었던 것 같다. 더 이상 삶에서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디자인을, 그리고 삶을 이야기하는 디자인을 만나볼 수가 있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아직 못 다한,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질 이야기들이 더욱 기대가 된다.

 


[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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