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노랑과 파랑의 화가: 반 고흐 - 고흐, 영원의 문에서

글 입력 2019.12.3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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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고흐를 '노란색의 화가'라고 한다. 과거 한 다큐멘터리에서는 반 고흐가 자신이 원하는 노란색을 내고자 노란색 물감을 먹기도 했으며 그만큼 반 고흐의 노란색은 쉽게 재현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렇기에 반 고흐가 가지고 있는 노란색은 독보적이고, 그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노란색만큼 반 고흐를 대표하는 색이 있다. 바로 파란색이다. 노란색과 파란색. 이 두 색깔처럼 반 고흐를 나타낼 수 있는 색이 있을까. 영화 반 고흐, 영원의 문에서는 그의 대표색인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가득한 반 고흐를 만날 수 있다.

 



노란색의 반 고흐: 기쁨과 혼란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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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는 흔들리는 앵글과 함께 반 고흐의 상태를 나타내는 소재로 '색'을 사용했다. 감독은 영화를 구성하는 주요한 일부 중에 하나가 자연 속의 '색'을 담는 것으로, 이를 위해 주로 야외 촬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파리에 내려앉은 거무죽죽한 안개, 남프랑스의 쨍한 햇빛, 자연에 녹아 있는 시에나토, 앰버 등 천연 광물 안료들의 색감 그리고 반 고흐 그림 속의 다양한 색조들까지 담아내는데 심혈을 기울였다는 감독의 말만큼, 그가 담아낸 색채를 큰 스크린으로 마주하는 것은 너무도 아름답고 벅찬 일이었다.

 

완벽한 노란색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반 고흐의 삶을 보여주듯, 영화는 노란색으로 가득했다. 이처럼 다채로운 노란색이 가득한 영화는 처음이었다. 레몬색을 시작으로 하나의 노란색이 아닌 다양한 노란색으로 반 고흐를 대변했다. 그가 야외에 나가 그림을 그릴 때는 푸르른 배경에 밝은 노란색이 끼어진 듯 오묘히 파랑과 녹색, 레몬색이 어우러졌고, 자연을 마주할 때는 눈이 부시도록 환한 노랑이 함께했다.


그가 정신착란을 일으킬 때는 마치 최면에 걸린 듯 탁하면서도 쨍한 노란색이 스크린을 가득 매웠다. 어떠한 노란색이 쓰였는지에 따라 반 고흐의 기분과 상황을 알 수 있겠끔 연출이 된 것이다. 그저 밝음을 뜻할 것만 같던 노란색이 이처럼 따뜻하고, 밝고, 어지럽고, 아플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파란색의 반 고흐: 슬픔과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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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과는 반대로 파란색은 반 고흐의 우울을 담당했다.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된 이후의 고흐의 삶은 파랑이였다. 이 파랑의 진가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드러난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논란이 되고 있는 그의 죽음이 영화에서는 타살로 그려졌다.


두 청년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반 고흐를 향해 달려오다 한 명의 청년이 고흐를 총으로 쏘고 도망간다. 고흐는 총상을 입은 채로 돌아오게 되고, 그대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온통 푸른빛으로 가득했던 화면은, 고흐의 비극을 암시했다.


 


어린 아이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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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본 반 고흐는 마치 어린 아이와도 같은 사람이었다. 사랑이 고프지만 어떻게 사랑을 받는지 몰랐다. 그는 애정을 표현하는데 서툴렀으며, 사람과 사랑에 아파하고 상처받았다. 그렇기에 더욱 테오에게 기대었고, 고갱에 기대었으며, 하나뿐인 친구라고 믿었던 고갱에게 배신당했을 때는 보다 큰 고통을 느꼈다.

 

"난 평생을 방 안에서 홀로 지냈어"


그의 외로움을 보여주는 대사다. 테오가 구해준 방 안에서, 그리고 집이 있는 그곳에서, 반 고흐는 늘 혼자였다. 홀로 시간을 보냈고, 홀로 영감을 찾았고, 홀로 그림을 그렸다. 테오와 주고받던 편지와 친구인 고갱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만이 그의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전부였다.

 

이러한 그의 모습을 보며 육체만 커져버린 아주 큰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아가 버림을 받은 아이의 모습같았다. 금방 돌아온다는 부모의 말을 믿으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있는 어린아이같았다. 그래서 그의 모습이 너무도 짠하고 마음을 아프게 했다.


자연을 모델삼아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면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다가와 그를 조롱하고 경멸했다. 개나 소나 예술가라고 우긴다며 그를 모욕하기도 한다. 예술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은 생각치 않고, 그저 흉내쟁이라고만 손가락질을 한다. 그 모습이 마치 보호막이 없는 어린아이를 따돌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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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는 조롱과 비난을 받았던 반 고흐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가 되었다. 이는 아마도, 그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픈 손가락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의 그림을 통해 위로와 기쁨을 느끼는 반면, 그의 삶은 너무도 불우하고 힘들었기에 지금이라도 그에게 많은 사랑을 쏟고 있지 않나 싶다.

 

영화를 통해 만난 반 고흐는 순수했고, 아팠고, 애처로웠다. 반 고흐를 연기한 윌렘 대포의 눈빛과 표정, 그리고 몸짓은 고흐 그 자체였다. 영화는 분명 감독의 고흐에 대한 재해석이 들어간 영화다. 그의 재해석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장치인 흔들리는 앵글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어지러움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영상미에 너무 치중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았던 반 고흐와는 달리 인간 반 고흐와 예술가 반 고흐를 느끼게하며 그가 본 세상을 스크린을 통해 전달한다. 지금은 신화가 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생애 마지막 나날을 담은 영화<고흐, 영운의 문에서>. 영화를 통해 만난 반 고흐의 색은 어떤 색인가? 그리고 영화를 통해 만난 예술가 고흐는 어떤 사람이자 예술가인가? 영화 속 고흐의 대사와 그에 대한 생각이 지금까지도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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