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염원을 담은
승무와 윤장대의 콜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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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디자이너 이서윤과 무대 미술가 신승렬이 만났다. 이서윤은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옥탑방 왕세자>, <별에서 온 그대>와 같은 굵직한 작품에서 개성적인 스타일을 선보인 바 있다. 이뿐 아니라 한국 전통무용수로서 2017 KBS 국악대상 무용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제 제15호 이매방제 승무 이수자로 전통춤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신승렬은 <짜지엔미엔>, <고비도시> 등에서 그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냈다. 공간과 시간을 재료 삼아 시대 정신을 구현하고 텍스트를 해석하는 무대미술가로서, 공간 개념의 틀을 깨고 무한히 확장하는 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들이 공동창작한 '짓다'는 말 그대로 '지어내는' 공연이다. 밥을 짓고, 옷을 짓고, 글을 짓듯이 무대를 짓는 이들이 만나 전통을 세련되게 재해석했다. 이들이 짓는 것은 '겉'보다는 '안'이다. 화려한 겉면보다 옹골찬 속을 만드는 과정을 구조화하고 시각화 한다.
민중의 염원을 담는 두 가지 방법,
승무와 윤장대
이들의 공통분모인 '전통, 한복, 춤, 무대미술'이 '승무'와 '윤장대'로 표현되었다. 승무는 전통 무용의 핵심을 아우른 춤의 기본으로, 승복을 입고 추기 때문에 종교적 색채가 강한 춤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민속무용으로, 기방무용으로 변모하면서 승무가 가진 특성도 풍부해졌다.
윤장대는 고려 초 만들어진 불교 경전을 보관하는 회전식 경장이다. 내부에 불경을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서 복을 기원하는 장치로, 어려운 경전을 읽기 힘든 민중들이 조금 더 쉽게 공덕을 쌓을 수 있도록 만든 장치이다.
'짓다'는 승무의 움직임과 윤장대의 '돌리는' 행위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이로써 승무의 정신과 미학에, 윤장대에 쌓인 과거의 시간을 더해 오늘날의 시간으로 시각화 한다. 자신만의 호흡으로 추는 춤인 승무, 자신만의 속도로 읽은 윤장대를 통해 나만의 호흡과 속도로 나를 돌아보는 시간. 파도처럼 휩쓸리는 세상의 시간 틈에서 한 줄기의 여운을 '짓다'.